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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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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만원의 시스템칼럼] 정상회담에 보내지는 의혹들

20000419   [지만원의 시스템칼럼] 정상회담에 보내지는 의혹들

김정일  정권에게 개방은 곧 독약이다. 따라서 경제적 수단을 가지고 북
한을  개방시키겠다는 것은 북한의 입장에서 보면 정권을 야금야금 전복시
켜 보겠다는 술수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금강산 사업, 비료 및 식
량  지원 등 북한을 개방시키겠다며 쓰는 돈은 처음부터 낭비일 수밖에 없
었다.  많은 이들은 북한을 개방시키면 우리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고
있지만   개방은 가능한 일도 아니고,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며,
통일로 직결되는 것도 아니다. 약간의 분석 과정만 거쳐도 자명한 이 결론
을  외면하고 정부는 과거 분석되지 않는 고정관념에 사로 잡혀 단지 북한
을 개방시킨다는 목적 하나에 엄청난 국부를 또다시 건네주려 하고 있다.

  북한에 주겠다는 것들은 엄청난 데 반해 얻어내겠다는 것은 겨우 이산가
족  상봉 정도다. 대규모 이산가족 상봉은 김정일 정권의 붕괴를 의미한다.
우리가  아무리  많은 대가를 지불하더라도 북한은 인사치레로 겨우 몇 명
의 이산가족을 만나게 해줄 수 있을 뿐이다. 남한 국민들의 입장에서 보면
이는  단지 북한을 도와주기 위한 구실로 오해할 것이다. 소수의 이산가족
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 국민 모두가 힘에 겨운 출혈을 부담해야 하는지도
다시 생각해야 할 문제다.

  이번   정상회담은 선거 3일 전에 발표됐다는 그 자체로 이미 그 의미가
퇴색돼   버렸다. 그래서 많은 국민들이 거기에 희망을 걸기보다는 우려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정상회담에 우려의 시각을 보내는 이유를
살펴보자.  첫째, 현정부의 대북정책을 주도해온 주역들의 입장이다. 대북
정책의 주역은 누구인가? 아마도 많은 국민의 뇌리에는 3인이 자리하고 있
을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 햇볕정책의 대명사인 임동원 국가정보원장 그
리고 정주영 명예회장이다.

  4월19일자 한국일보 7면에는 정상회담에 대한 박지원 문화관광부 장관의
글이  실려있다. 그는 김 대통령을 30년간 "용공"이라는 오해와 탄압을 받
아온 분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오해"라고 말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그 오해
는 지금까지도 완전히 불식돼 있지 못하고 있다. 나머지 두 사람의 경우는
어떤가?  이들은 각기 북한에 이산가족을 가지고 있다. 북한당국은 얼마든
지  그들의 이산가족을 인질로 삼아 대북정책을 그들에게 유리하게 유도할
수  있다. 사소한 개인의 일이 아니다. 국가의 운명을 다루는 실세들이 남
보기에 명쾌하지 못한 입장에 처해있다는 것은 매우 불안한 일임에 틀림없
다.  공직자들은 양심을 믿어달라고 해서는 안된다. 객관적 입장과 행적이
공명정대해야만 한다.

  둘째, 실정의 탈출구로 북한을 이용하려는 가능성이다. 선거가 끝나면서
서서히  DJ 정부의 레임덕 현상이 나타날 것이다. 곧이어 금융기관의 부실
과  코스닥 경제가 붕괴 조짐을 보이게 될 것이다. 또 다른 공적자금을 시
발로  현정부에 대한 비난이 고조될 수 있다. 곧이어 호남 편중 인사가 나
라를  망쳤다는 비난이 쏟아질 수 있다. 정권이 말기로 흘러갈수록 집권세
력이   느끼는 이러한 위기의식은 점점 더 고조돼 갈 것이다. 이 위기감을
대북정책에서 해소해 보려는 불장난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불안한 요소는 현정부가 아직까지도 대북정책의 목표를 명쾌
하게 밝히지 않고 있는 점이다. 평화냐 통일이냐에 대한 확실한 선택이 없
는 것이다. 통일을 목표로 하면 남북한은 영원히 긴장 속에서 살아야 하고,
평화를 목표로 하면 남북한은 사이 좋은 이웃국가로 공영할 수 있다.

  한반도에서의 통일은  가능한 일도 아니지만 남북한 모두에게 유익한 것
아니다. 통일이  불가능한  것이라는  결론은  누구보다 현정부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정부는 통일을 위해 북한을 돕겠다고 한
다. 우리는 북한을 통일시킬 수 있다는 분석되지 않는 생각들을 가지고 있
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북한에 편입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해 경계해야
한다.

  정상회담의 목표는 무엇인가? 아직까지는 '경제적 시혜'로 그 색깔이 드
러나   있다. 회담의 중점이 경제 분야에 두어지는 한, 줄 것만 많고 받을
것은 없다. 그러나 회담의 성격을 정치.군사적 틀을 결정하는 기회로 정한
다면  양쪽은 다같이 많은 것들을 얻을 수 있다. 북한을 우리 혼자 돕는다
는 건 바보짓이다. 미국과 일본의 자본이 들어가도록 해야만 한다. 그들은
우리처럼   공짜로 돈을 주지 않는다. 미사일과 핵무기를 포기하고 북한이
평화의 틀 속으로 편입할 때에만 북한에 돈을 줄 것이다.
                         <사회발전시스템연구소장>www.systemclu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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