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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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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만원의 시스템칼럼] 386세대의 젊은 피 유감

20000216   [지만원의 시스템칼럼] 386세대의 젊은 피 유감

영국 시인 사무엘 울맨의 '젊음(또는 청춘)'이란 시가 있다. "젊음은 나
이가 아니라 마음이다/ 장미빛 두뺨 앵두같은 입술 탄력있는 두 다리가 곧
젊음은 아니다/ 강인한 의지 풍부한 상상력 시들지 않는 열정이 곧 젊음이
다/ 젊음은 눈치 빠르게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어려움을 뚫고 나가는 기백
이다/  젊음은 무임승차가 아니라 스스로 개척하는 힘이다/ 젊음은 이십대
소년에게만  있는 게 아니라 육십대 장년에게도 있다/ 인생은 나이로 늙는
것이  아니라 이상의 결핍으로 늙는다/ 세월은 피부에 주름을 보태지만 열
정을 잃으면 영혼에 주름이 진다/ ......"

  이  시는 80대의 젊은이가 있는가 하면 20대의 늙은이도 있다는 말로 끝
을  맺고 있다. 지난 대선때 당시 김대중 후보가 너무 고령이 아니냐는 공
격을 받았다. 그때 그는 바로 위의 시를 낭송하면서 젊음은 나이가 아니라
고 주장했다.

  그런데 지금은 바로 그가 '젊은 피 수혈'이라는 혁명적 용어를 만들어내
고  있다. 이번 국회에는 386세대로 한판 승부를 치르겠다며 나이 든 의원
들을 배제하고 있다. 교원의 정년을 낮추고 나이 든 교사들을 강제로 축출
했다. 나이 든 사람들이 앉아서 천대를 받고 있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연령차별을 인종차별과 함께 무거운 범죄행위로 규정하고 있
다. 그래서 미국에는 연령 정년이 없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한국에서는
미국이  반인륜적인 행위로 규정하고 있는 연령차별 행위에 대통령이 앞장
서고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는 노벨평화상 수상 대상자에 올라있다고
한다. 세상이 점점 더 혼돈스러워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우리는  20대 후반 또는 30대 초반에 정치계에 뛰어든 사람들을 많이 지
켜보고 있다. 그들 중에는 대통령을 지낸 사람도 있고, 대통령선거에 여러
번  출마한 사람도 있다. 그 사람들은 젊었을 한때 패기가 있다는 말은 들
었을지  몰라도 나이가 들수록 두뇌가 퇴화돼 왔다. 한국의 정치판에 몸담
고  있으면 있을수록 두뇌는 퇴화되고 술수만 늘어난다. 누가 뭐래도 한국
정치 시스템은 사람의 능력을 퇴화시키는 기계다.

  30대면  한참 세상을 배우고 창의력을 기를 나이다. 그런데 그런 시기에
뒷돈을  벌고, 뒷골목에서 조직과 돈을 관리하며, 음해와 모함과 싸움질이
판을  치는 혼탁한 정치판에 들어와 인생을 보낸다고 생각해보자. 그런 인
물들 중에서 어찌 훌륭한 정치가가 탄생할 수 있겠는가?

  모든  제품은 시스템의 산물이다. 낙후된 시스템으로부터는 절대로 훌륭
한  제품이 나올 수 없다. 마찬가지 논리로 한국의 낙후된 정치 시스템 속
에서  일생을 보낸 사람들로부터는 거장이 탄생될 수 없다. 만일 그렇다면
이는 사하라 사막에 비가 내리는 이변이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훌륭한 정치가는 정치 시스템 밖에서 길러져야 한다. 대기만
성이라는 지혜에 눈을 뜬 386세대라면 정치 시스템 밖에서 실력을 쌓은 후
철학이   여물고 지혜가 샘솟을 50대쯤에 정계에 입문하는 길을 선택할 것
같다.

  요사이   벤처기업이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등록된 벤처기업이 5천개나
된다고   한다. 그 기업들이 모두 성공을 거둘 수는 없다. 어떤 이들은 그
중에서   '성공은 고사하고 살아남을' 기업 수를 1%로 잡고 있고, 또 어떤
이들은 0.1%를 잡고 있다. 5천개의 벤처 중에서 5-50개의 기업들만이 살아
남는다는 관측이다.

  현재 잘나가는 벤처기업가들은 사업의 내용보다는 포장을 잘하는 사람들
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포장이 잘된 기업일수록 정부 지원금이 많이 할당
되고 눈먼 투자가들이 몰려든다. 과연 몇 년이 지난 다음 이들 기업으로부
터 부가가치가 쏟아져 나올까?

  잘나가는 벤처기업가들의 대부분이 386세대라 한다. 이들은 서울 강남의
고급 술집을 층 단위로 빌려가지고 하룻밤에 500-1천만원을 뿌려댄다고 한
다. 포장을 잘 해서 거머쥔 눈먼 돈을 쓰고 있는 것이다. 옛날의 5공자 뺨
을 칠 정도다. 정부는 이들을 신지식인 또는 젊은 피라며 추켜세우고 있다.

  대학의 학생회장 선거는 기성 정치인들조차 흉내낼 수 없을 만큼 타락해
있다.  수업에 참가하지 않은 학생이 교수로부터 점수를 받지 못하면 교수
를  협박하고, 교수가 응하지 않으면 패거리로 몰려와 교무처를 점령해 버
린다. 586세대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타락한 모습들이다.

  이러한 문화권에서 단지 학생회장을 했다는 이유로 젊은 피 행세를 하고,
정당들은 이들을  앞다퉈가며  영입하고 있다고 하니, 실력을 쌓고서도 단
지 나이 때문에 퇴장당하는 586세대에 비쳐지는 세상이야말로 무엇이 선이
고 무엇이 악인지에 대한 잣대조차 흔들리는 말세인 것만 같다. 울맨의 시
에서처럼  80대의 젊음은 비단 김대중 대통령 한 사람에게만 있는 건 아닐
것이다. 그가 젊었다면 586세대들도 충분히 젊었다.
                                             <사회발전시스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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