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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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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만원의 시스템칼럼]"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달성하는 길

20000105   [지만원의 시스템칼럼]"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달성하는 길

민주주의에도 입법, 사법, 행정이라는 세 개의 요소 상호간에 견제와 균
형이 제대로 이뤄져야 하듯이 시장경제에서도 주주진, 경영진, 공인회계진
간의   견제와 균형이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 재벌들이 이 세 개의 독립성
즉  기업의 3권분립 시스템을 무시하고 총수가 독재를 자행하듯이, 한국의
대통령도  입법, 사법, 행정의 독립성 즉 국가의 3권분립 시스템을 무시하
고 원맨 독재를 하고 있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병행 발전이란 무엇인가. 첫째, 민주주의를 발전
시키려면  명실상부한 3권분립부터 확립해야 한다. 둘째, 시장경제를 발전
시키려면  기업 단위의 3권분립 시스템부터 설치해야 한다.

  그러나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동시 발전을 내걸고 있는 DJ 정부는 지금
까지도 국가적 차원에서의 3권분립과 기업 차원에서의 3권분립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국가에  3권분립  시스템이  가동되면 지금과 같은 정치적
비능률과 무질서의 대부분이 사라질 수 있다. 기업에 3권분립 시스템만 설
치하면 지금처럼 정부가  나서서 빅딜을 주도하고, 살생부를 만들고, 워크
아웃을 통해 기업을  국유화하는 등 위험천만한 일을 주도할 필요가 없다.
기업들이 스스로 알아서 빅딜도  하고 M&A도 하고 빚도 줄일 것이다. 정부
가 기업에 손을 댄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주식회사는 시스템에 의해 경영되는 것이지 한 사람의 기업주에 의해 경
영되는   것이 아니다. 한국에서 이제부터 없어져야 할 낱말은 기업주라는
단어다. 골목가게는 주인 마음대로 경영해도 좋다. 망해도 자기 재산만 들
어먹으면 그만이니까.

  그러나  주식회사는 오너라는 한 사람에게 맡겨질 수 없다. 특히 대기업
들이 무너지면 그 피해는 국민에게 고스란히 전가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재벌 총수들은 "내가 설립한 기업인데 왜들 참견하느냐"고 항변한다. 결국
한국의 재벌들은 덩치만 컸지 마음은 구멍가게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
는 것이다.

  주식회사는 모든 국민에게 투명해야 한다. 국가에 대해 국민의 알권리가
보장돼  있듯이 모든 주식회사에 대해서도 국민의 알권리가 선포돼야 한다.
아무리  법이 강해도 그것을 지키는 시스템이 허술하면 사문화되듯이 국민
의  알권리도 그를 위한  시스템이  효과적이지 못하면 선언으로만 그치게
된다.

  개혁의 중심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러나 매우 유감스럽게도 현재까지의
개혁들은 개혁의 중심을 멀리 떠나 있다. 개혁이란 무엇인가? 현재를 미래
로 바꾸는 과정이다. 현재의 폐해는 누구나 알 만큼은 다 안다. 그런데 미
래의 청사진은 누구나 만들어낼 수 있는 게 아니다. 개혁세력은 웅장한 얼
음덩이를  놓고 부지런히 칼질을 하지만 그 얼음이 다 깨져 나가도록 조각
품의 실체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개혁의 청사진이 없는 것이다.

  재벌을 개혁하면 그 모양이 어떤 것일까? 재벌 회장에 의한 원맨 시스템
이 민주 시스템으로 바뀌어질까? 재벌 회장의 선단식 경영이 해소될까? 황
제처럼  군림하면서도 법적 실체가 없어 재벌회장의 책임을 고용된 사장들
이 대신 짊어지는 유령 시스템이 사라질까? 내부거래, 분식회계, 상호출자
등의   고질병들이 없어질까? 망국적 정경유착은 없어질까? 재벌의 독단적
의사결정이   과학자들의 분석 결과를 토대로 하는 합리적인 의사결정으로
바뀌어질까?

  아니다.  이런 변화를 주도하기 위한 대책은 단 한 개도 보이지 않고 있
다.  살생부를 만들어 많은 기업들을 인위적으로 퇴출시키고, 빅딜로 소유
권을 박탈하고, 돈을 찍어내 가지고 각종 금융기관들과 워크아웃 기업들을
국유화하고, 일부 사업주를 감옥으로 보내는 등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엄두
조차 낼 수 없는 칼질은 하면서도 그 칼질이 무엇을 만들어내기 위한 것인
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의  개혁은 빚을 특별히 많이 진 기업이나 괘씸죄를 지은 재벌을 일
벌백계식으로 매질을 가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하고 있다. 못난 기업을 잘
난  기업으로 가꾸기 위한 시스템에 대해서는 말조차 없다. 재벌개혁이 끝
나면 아직까지 무너지지 않은 삼성, 현대, LG, 선경 그리고 개혁의 모범생
으로 알려져 있는 한화 그룹은 어떤 모양을 갖추게 될 것인가?

  현정부  하에서는 상호출자, 유상증자, 자산 재평가 등의 편법들을 동원
하여   부채비율을 200% 근방으로 낮추고 정부의 눈밖에 나지 않도록 튀는
행동을   자제하는 "얌전한 재벌"로 엎드려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시스템이
변하지  않기 때문에 2000년 총선 직후부터 시작될 DJ의 레임덕 현상이 발
생하는   즉시 이들은 다시 옛날의 재벌 행태를 반복할 것이다. 마치 봄이
오면 잘라낸 가지에 잎이 오히려 더 무성하게 솟아나듯이.
                                             <사회발전시스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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