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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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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S환란과 DJ환란

서울 지법이 강경식씨와 김인호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로써 한국은"환란은 있어도 범인은 없는 나라"라는 결론이 도출됐다. 이 결론은 옳은 결론이다. 범인은 시스템이지 사람이 아니다. 첫째, 불량한 제품이 불양한 시스템의 산물이듯이 경제환란 역시 불양한 경제시스템의 산물이다.

둘째, 개인의 힘으로는 시스템의 한계를 극복할 수 없다. 이렇게 자명한 결론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정부는 불양한 시스템은 고치려 않고 시스템 속에 힘없이 서있던 두 사람만 처벌하려 했다.

한국에서는 한 사람의 공직자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다. 아무리 사소한 정책이라 해도 다수가 공동으로 책임을 진다. 두 사람 이상에게 공동으로 책임이 있다는 말은 아무에게도 책임이 없다는 말이 된다. 따라서 환란의 죄를 두 사람만에 뒤집어 씌울 수는 없다. 이는 검사가 기소를 하기 훨씬 이전에 이미 도출돼 있던 결론이
었다.

그러면 두 사람을 물려고 대들었던 검사나, 집권세력은 바보란 말인가. 필자의 생각엔 그렇다. 그들이 바보인 이유는 또 있다. 검사란 누구인가? 체계적인 학벌이 없더라도 두꺼운 법전을 달달 외울 수 있는 총명함만 가지면 고시에 패스할 수 있었던 사람들이다.

한국의 법들 중에는 시대정신에도 맞지 않고 앞뒤가 맞지않는 것들이 수두룩하다. 누군가가 일본법을 번역해 놓은 이래 현대화 작업이 이뤄지지 않고 패스돼온 구시대적인 법뭉치들이 한국법이다. 이러한 법들을 외우는 과정에서는 응용능력이나 논리력이 길러지기 어렵고, 다양한 전문 시스템을 접할 수 있는 기회도 마련되지 않는다. 이렇게 제한된 시각 및 분석능력을 가진 사람들에게 국가 최고의 전문분야를 재단해보라고 주문한 정부나, 이에 응한 검사 모두가 희극적이다.

역사는 배움의 보고다. 가장 생생한 역사는 현실이다. 한국인들이 역사로부터 배우지 못하고 있는 것은 현실문제로부터 교훈을 이끌어 내려고는 하지 않고 누가 잘못했는지를 처벌만 하려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설때나 아닐 때나 사람잡는 검찰부터 쪼르르 나서고 있다. 잘못된 현실로부터 교훈을 이끌어낼 수 있는 사람들은 검찰이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전문가팀이다.

만일 신정부가 환란의 근본 원인이 무엇인지를 이끌어 내서 미래에 잘해보려고 마음먹었다면 강경식씨와 김인호씨는 스스로 진실을 파헤쳤을 것이다. 그러나 신정부는 그들을 마녀사냥식으로 처벌부터 하려고 했기 때문에 그들은 진실을 은페하고 싶었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는 역사로부터 배우지도 못하고 제2의 환란을 막아내지도 못한다.

YS는 지금도 환란의 근본원인과 교훈을 알지 못하고 있다. DJ역시 이를 모르고 있다. 그래서 DJ도 YS와 똑같은 잘못을 반복할 수 있다. YS환란은 외자를 제날자에 갚지 못해 발생한 금융-해프닝에 불과했다. 이에 대한 DJ의 상황처리로는 만기를 연장시키고, 새로운 빚을 얻어 묵은 빚을 갚은 것이 전부였다.

그러나 무서은 위기는 앞으로 1-3년 사이에 닥칠 수 있는 구조적인 위기다. YS환란의 진도가 1도였면 앞으로의 환란은 진도 7도가 될 수 있다. 경쟁력이 한계에 다달았기 때문에 일자리가 급격히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이에 대해 정부는 공공근로자들을 모두 취업자로 계산하여 눈가림을 하고 있다. 일시적으로 지표들이 좋아지고 있는 것은 풀어헤친 돈이 몰려다니며 일으키고 있는 일시적 착시현상에 불과한 것이다.

특정 인맥들로 채원진 금융권, 정부조직, 정부산하조직들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발생할 총체적 부실 및 부정이 역기능적으로 일으킬 시너지 효과도 예상된다.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금융권의 위기 하나만 살펴보자. 한국인들이 경영하는 금융기관들은 부실하기 그지 없다. 지점장들은 떼일 것을 뻔히 알면서도 뒷돈을 받고 거액을 대출해주지만 이를 견제하거나 처벌할 수 있는 시스템은 지금도 없다.

이렇게 해서 떼인 돈의 극히 일부를 정부가 82조라는 엄청난 공적자금을 투입해 메워줬다. 공적자금에 대한 이자가 또 다른 30조에 육박하고 있다. 공적자금을 받는데 익숙해진 금융기관들의 도덕적 해이가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 내년에도 후년에도 이러한 블랙홀 속으로 공적자금이 한없이 들어갈 전망이다.

지난 1998년 1년간 대우에만도 17조를 꾸어줬다니 다른 기업들에겐 또 알마의 돈을 떼었을까. 금융권이 부실기업과 야합하지 않고, 꾸어준 돈을 감시했더라면 오늘날의 재벌부실은 없었다. 재벌개혁보다 선행돼야 할 것은 바로 금융권과 정부 개혁이다. 이것 하나만 봐도 신정부가 제2환란을 막을 것 같이 보이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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