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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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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 전야의 고요: 아비규환이 눈에 선하다

은행이 예금자들을 반기지 않는다. 은행은 예금자들에게는 싼 이자를 주고, 대출에는 비싼 이자를 받아 그 차이(예대마진)로 먹고 산다. 물론 주식, 부동산, 각종 서비스를 통해 이윤을 내야 하지만 지금은 투자하는 곳마다 적자를 본다. 그래서 예대마진에 마지막 생명을 걸고 있다.

예금자들로부터 거둬들인 돈을 예전에는 기업에 대출해 줬다. 하지만 지금은 대출해줄 기업이 없다. 10중 8,9는 떼이기 때문이다. 돈을 버는 기업이 없는 것이다. 내게는 수많은 기업을 샅샅이 들여다 볼 기회가 있었다. 아무리 생소한 기업이라도 몇 일만 보면 망할 기업인지 흥할 기업인지 윤곽을 잡는다.

가장 많이 차이가 나는 곳은 경영이다. 외국인들이 한국에 많이 들어와 있다. 사장이 외국인으로 바뀐 바로 그 순간부터 한국인 중견 간부들의 마음이 편하단다. 마음이 편해야 창의력이 솟는다. 외국인 경영자들은 한국인 경영자들에 비해 생산성이 매우 높다.

중간 관리자들의 개인 생산성은 5-10 배정도 더 높다. 최고 경영자의 생산성은 수백-수천 배나 높다. 경영은 수많은 타인을 이용하여 일을 성취하는 기술이다. 개인 한 사람의 개별 능력은 5-10 배이지만 그들은 수많은 타인의 능력을 키우고 이용할 줄 안다. 반먼 한국인 경영자들은 남의 능력을 억압하고 통제하려고만 한다.

건설교통부의 공식적인 보도자료다. 영국건물의 수명은 140년인데 반해 한국건물은 20년이란다. 미국 103년, 프랑스 85년, 독일 79년이란다. 바로 이게 그들과 한국의 경영능력 차이다.

바로 이런 게 선진국 기업과 한국기업의 차이다. 옛날엔 이 땅에 외국상품과 서비스가 들어오지 못했지만 지금은 우리 땅에서 경쟁한다. 한국기업이 무너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망해가고 있는 모습을, 우리 사회에서 비교적 지능이 낮은 은행들까지도 알아차렸다.

예금자들로부터 받은 돈을 은행은 어디에다 놀리는가? 가정이다. 나에게도 돈을 빌려가라고 조른다. 모든 생명보험, 화재보험 등 큰돈을 가지고 있는 기관들도 이제는 가정을 돈놀이 대상으로 잡고 공격적인 판촉을 벌이고 있다.

가정은 돈을 재창조하는 데가 아니다. 그래서 마지막 게임인 것이다. 가정에 있는 돈을 누가 먼저 우려먹는가에 대한 게임이 한국 돈줄의 생리요 흐름이다. 가정에 있는 돈이 임종 직전까지를 먹여 살리는 마지막 사식이다.

여당이 돈 먹는 방식은 더욱 공격적이고 치열하다. 405개의 공기업, 600 여 개의 정부산하기관, 500 여 개의 은행관리 기업체 등을 앞에 놓고 아예 도리를 하고 있다. 정권 후반기로 가면서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마지막 잔치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여론이 뭐라고 해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살 속에 파묻혀 정신없이 식사를 즐기고 있는 벌레가 팔다리가 뜯겨져 나가는 줄도 모르고 피 속에 몰두하고 있는 모습을 보는 것 같다.

이번 4월 이후에도 그랬다. 4월 이후 임명된 12개 공기업사장 또는 공단이사장 자리 가운데 대부분을 전문성과 관련 없는 정치인들이 나눠 가졌다.

9일에는 대한주택공사 사장으로 권해옥 자민련부총재를, 한국가스안전공사 사장에는 민주당 출신 방용석 전 의원을 앉혔다. 이로써 전체 공기업사장 가운데 규모 면에서 대체로 상위에 있는 11개자리에 민주당 출신 8명과 자민련 출신 3명이 들어앉았다. 공기업이 정권의 전리품인 것이다.

3월 정부가 경영능력 운운하며 공기업사장 6명을 전격 해임했을 때만 해도 순진한 국민은 그것을 공기업개혁 의지로 봤다. 알고보니 여권의 정치인들에게 자리를 마련해주기 위한 사전 연극이었다.

10일 오전 7시20분경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하얏트호텔 정문 앞에서 ‘NMD·TMD저지와 평화실현 공동대책위’ 소속 시위대 5명이 방한중인 리처드 아미티지 미국 국무부 부장관 일행의 차량에 계란 4개를 던져 이중 2개가 보닛과 운전사쪽 창문에 맞았다.

민족화해자주통일협의회(자통협) 김길섭 국장 등 5명은 이날 계란을 던진 뒤 “아미티지 부장관의 방한은 미사일 방어 체제에 대한 우리 정부의 참여를 강요하기 위한 것으로, “미국은 미사일방어 체제 구축을 즉각 중단하라”는 등의 구호를 외쳤다.

녹색연합 환경운동연합 등 국내 40 여 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공동대책위원회 소속 회원 50여명은 이어 국방부 등 아미티지 부장관이 방문하는 곳마다 쫓아다니며 그림자 시위를 벌였으며 미 대사관 앞에서 항의서한 전달을 위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들이 전략과 무기에 대해 무엇을 안다고 이렇듯 극렬하게 나서는가?

이들은 미국 때문에 통일기운이 차단됐다고 비난한다. 강원용 목사 등도 나서고 있다. 세종연구소도 합세했다. 나는 세종연구소 사람들의 색깔을 진보 좌경이라고 늘 보아왔다.

세종연구소가 5. 11일 주최한 "국가전략 포럼"을 살펴보자. 세종연구소 백학순연구위원은“미국의 MD 추진은 러시아 중국 등의 반발을 불러 동북아에 새로운 군비경쟁을 부추길 것”이라 했다.

그는“부시 대통령은 국내외적, 정치적 기반 확장을 위해 MD 강행 등 공세적인 세계전략을 추진하고 있다”며 “미국은 북한 대량살상무기를 MD구축의 좋은 구실로 삼고 있기 때문에 북-미 미사일협상을 재개하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홍현익 연구위원은 “MD는 한국의 국익과 조화하기 어렵다”며 “정부는 이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 천명을 삼가야 하며, 그 대신 학계 언론계 비정부기구(NGO) 등에서 적극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아미타지 부차관에게 극렬시위를 보인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우리 사회에는 수많은 시민단체들이 DJ의 홍위병이라는 정서가 팽배해 있다.

부시 정부가 북한의 의도와 DJ의 색깔을 꿰뚫어보자 북한이 경의선 작업을 완전 중단했다. 요사이 DJ와 임동원이 조용하다. 이 나라를 김정일에게 바치려는 듯 펄펄 뛰며 나대던 붉은 세력들이 틈새를 엿보면서 탐색전을 벌이고 있다.

금강산 사업에 다시 정부가 뛰어들어 북한에 돈을 대줄 기회를 찾고 있다. 이번에도 날치기 식으로 북한에 600 억 원어치에 해당하는 20만 톤의 비료를 주고 있다. 그 중 8만 톤이 선적되어 북으로 떠난다. 그 비료 중에는 폭탄으로 쓰일 수 있는 질산암모니움 요소비료가 상당량 들어 있다는 소문이다.

주가도 연.기금을 털어 부은 덕택에, 그리고 정신나간 투기꾼들의 갬블 행위로 인해 조금씩 오르고 있다. 타이타닉호에서의 마지막 연주와 파티를 벌리는 것 같다. 시간들이 그리 많이 남아 있는 것 같지가 않다.

2001. 5.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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