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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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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개조 35제 (맺는말)

맺는말

  IMF가 요구하는 구조조정 내용은 한국이 생존하기 위해 우리 스스로
가 이미 10여 년 전에 취했어야 할 최소한의 조치였다. 그러나 지금 우리
는 이 최소한의 요구마저 저항하고 있다. 선체는 침몰하고 있는데 배를
구해낼 선원들은 제각기 자기 몫만 움켜쥐고 있는 것이다.

  새 정부가 취임 전에 보여준 활동은 매우 정력적이었다. 그러나 애타는
노력에 비해 의외로 작은 집을 짓고 있다. 작은 집으로 시작하면 반드시
작은 집으로 끝난다. 첫째는 노력과 지혜를 통합하는 데 시스템이 없고,
둘째, 패러다임 스케일이 의외로 작다.

  노등의 유연성 확보는 국제경쟁력에 절대적 요건이다. 그러나 정치인,
공무원, 재벌, 금융인, 근로자 중에서 누가 먼저 희생을 자청할 것인가. 바
로 앞줄에 쓰여진 순서 대로일 것이다. 그러나 새 정부가 가장 먼저 선택한
설득대상은 근로자였다. 근로자는 반발했다. 왜 근로자가 제일 먼저냐고.

  3가지 선택이 대두된다. 첫째, 5개 집단 중 어느 순서대로 양보를 시키
느냐 둘째, 어느 집단의 양보 폭이 가장 많아야 하느냐 셋째, 양보의 폭이
적어야 하느냐 많아야 하느냐. 이에 대한 해답은 자명하다. 첫째, ‘누가 먼
가 먼저가 아니라’ 동시에 양보해야 한다. 둘째, 5자간에 양보의 폭은 비
슷해야 한다. 셋째, 소폭 양보가 아니라 대폭 양보라야 한다. 100명 중 10
명을 자르면 로비와 불만이 높지만, 100명중 80명을 자르면 모두가 체념
하고 수긍한다.

  따라서 신정부는 국민에게 설득력 있는 종합적인 청사진을 내놔야 한
다. 바로 5개 집단의 대폭적인 양보안을 동시에 내놓고 동시에 집행할 수
있는 청사진이다. 그러면 왜 내가 먼저냐, 왜 내 몫만 특별히 많으냐는 불
만이 없어질 것이다.

  정치인, 공무원, 정부 산하에 분포된 준공무원이 탕진하고 있는 돈이
GNP의 60%이다. 선진국 정부는 국부의 20% 미만을 가지고 국토를 깨끗
하고 아름답게 가꾼다. 싱가포르를 포함한 선진국들은 1개 전철역을 2명
의 역무원으로 운영하는 데 반해 우리는 22명으로 운영하지 않는가. 경쟁
국들이 무인 시스템으로 환경을 감시하고 있는데 우리는 인력만 투입하
고 있지 않는가. 생산성이 가장 낮은 정부가 국부의 60% 이상을 탕진하
는 나라가 어찌 성할 수 있는가. 국민과 근로자에게 고통을 설득하려면
먼저 이들을 선진국 수준으로 정리해야 한다.

  대기업에게 절대적으로 요구되는 것은 3가지다. 상호지급보증 철폐와
연결재무제표의 작성 그리고 사실회계 자료의 생산이다. 이는 국제 사회
의 당연한 규범이지만 대기업은 어떻게든 피해가려 한다. 대기업이 이를
수락한다 해도 한국의 낙후된 공인회계 시스템을 가지고는 가짜자료와
변칙자료만 생산할 뿐이다. 국제 사회는 ‘한국인 전체’를 불신하고 있다.
정부와 은행까지도 불신하는 외국인이 어찌 한국 공인회계사를 믿어줄
것인가.

  가야 할 목표는 명확하고, 재벌들의 책략이 명확한데 왜 시간을 끄는
가. IMF와 협조하여 미국의 공신력 있는 공인회계 법인체를 초치하여 금
융기관과 30대 재벌기업들로부터 국제기준에 맞는 회계를 강요하면 재벌
과 근로자를 따로 만나 설득할 절요가 없어질 것이다.

  일반 근로자에게 정리해고가 적용된다면 공무원에게도 적용되어야 한
다. 일단 공무원 신분을 확보하면 ‘무능해도 보호’되고 ‘무위도식해도 보
호’돼왔다. 바로 이것이 무사안일과 공무원의 퇴화를 부추겼다. 우리도 선
진국들처럼 30만 공무원만 가져야 한다. 퇴직 공무원들과 낙하산 정치 뜨
내기들을 위해 만들어진 준정부 기관을 10%이내로 축소해야 한다.

  대기업과 금융기관들이 무정부 상태에서나 있을 수 있는 파행을 저지
르며 외채를 끌어다 탕진했다. 이제 와서 국민이 왜 그 돈을 갚아야 하는
가. 정부와 국회는 국민의 부담을 어째서 마음대로 결정하는가. 국민이 부
담해야 할 것이었다면 정부는 왜 그들의 파행을 방치했는가. 국민이 반드
시 부담해야 할 것이라면 파행에 관련된 기업인, 금융인, 공무원들에 대한
재산몰수와 사법처리를 약속해야만 한다. 이러한 일을 100% 예방할 시스
템도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국민도 근로자도 대통령 리더십에 동조할 수
있을 것이다.

  중소기업과 수출업체들이 자금난에 허덕인다. 없는 자금이 어디에서
나는가.

첫째, 군의 후방인력을 축소하고 율곡예산을 일시 동결해야 한다. 군의
      달러예산은 정부 달러예산의 80%이다.

둘째, 정치인과 공무원 수를 30%로 축소해야 한다.

셋째, 정부예산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예산개혁을 주도해야 한다.
      미국 정부에는 ‘경영예산청’(OMB : Office of Management & Bud
      -get)이라는 기관이 있다. 정부의 예산관리 시스템 개발을 전담
      하고 모니터링 하는 곳이다.

넷째, 재벌그룹에서 일방적으로 돈만 삼키는 비경제적인 기업체를 과
      감히 정리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외국인들에 의한 M&A를 활
      성화시켜야 하고, M&A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국제적 공신력
      있는 미국 공인회계 법인체를 공개적으로 초청해야 한다.

  이 정도의 과감한 조치가 없는 한 경제도 국민도 비전을 잃게 될 것이
며, 비전을 잃으면 IMF마저 한국을 떠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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