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

View Articles

Name


	지만원

Subject

감사원을 대통령 직속에서 국회로!(국가경영)

노무현 대통령이 4월2일 국정연설에서 감사원의 회계검사 기능을 국회로 넘기고, 현 감사원은 대통령 밑에 남아 직무감찰 기능과 국책사업의 사전평가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는 방안을 제안한 모양입니다. 이에 따라 국회는 개정을 위한 법률을 준비하고 있고, 감사원은 반발하는 모양입니다.

  저는 1993년의 [신바람이냐 시스템이냐], 1997년의 [시스템요법], 1998년의 [국가개조35제] 그리고 2000년의 [한국호의 침몰]에서 이번 노대통령이 제안한 내용을 제시했습니다. 특히 가장 최근에 쓴 [한국호의 침몰] 214쪽에는 “전략14, 감사원감사 시스템”이라는 소제목으로 감사원의 개선방향을 다루었습니다. 낱개 항목에 대한 감사를 시스템 감사로, 사후감사를 사전감사로 바꿀 것을 제안했고, 행정부의 직무를 감사하기 위해서는 감사원을 국회로 보내던가 또는 어디에도 예속되지 않은 독립기구로 전환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헌법 제97조는 감사원이 대통령 직속기구로 존재하면서 회계검사와 직무감찰 기능을 담당한다고 규정합니다. 국회는 이 두 가지 기능 중에서 회계검사 기능만 가져가겠다는 것입니다. 회계검사의 기능을 국회로 가져가느냐 마느냐에 대해서만 말이 많은 게 아니라, 사전감사 기능에 대해서도 위헌성을 내걸며 관계관들은 물론 학계의 전문가들까지 가세하여 말이 많은 모양입니다.

  선진국의 감사(audit) 기능은 한국의 감사원(BAI(Bureau of Audit & Inspection)이 수행하는 감사와는 격과 차원이 다릅니다. 제가 [사전감사]와 [시스템감사]를 강조했던 1993년까지만 해도 한국 감사원은 시스템감사와 사전감사가 무엇인지 조차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감사란 집행이 끝난 다음에 [계획 대 실적을 비교평가]하는 것인데 사전감사라는 게 도대체 어떻게 하는 감사냐며 반발을 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제 저서들을 읽어 본 이후 이제는 개념 자체에 대해서는 반발하지 않습니다.

YS 시대의 한 때,  어설프긴 했지만 감사원이 사전감사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댐 공사에 대한 사전감사였습니다. 댐을 건설하면 이로 인해 여러 개의 도로가 물에 잠긴다는 사실을 발견하여 댐 공사를 중단시킨 적이 있었습니다. 댐 공사에 참여하기로 되어 있던 건설업체들, 이들로부터 로비를 받았던 공무원들이 모두 낙심을 했습니다. 사전감사는 이렇게 대강만 해도 엄청난 액수의 국가예산이 절약됩니다. 만일 사전감사가 없었다면 댐건설 예산은 예산대로 날아가고 급기야는 지은 댐을 다시 헐어서 도로를 살리던가 아니면 산을 뚫고 터널을 만들어가면서 여러 개의 대치용 도로를 또 건설했어야 했습니다.

  감사(audit)이란 국가재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데 저해가 되는 모든 요소를 찾아내 이를 시정-발전시켜 나가는 경영진단 자문 기능입니다. 효율성을 위주로 감사를 하고 부정과 비리는 효율성 감사에서 얻어지는 부산물이어야 합니다. 하지만 한국 감사관들은 대개가 법을 공부하다가 중간에 그만 둔 사람들로 구성돼 있어서 마치 공무원을 취조하는 검사처럼 행동합니다.

효울성을 제고하려면 시스템의 중요성에 대해 알아야만 합니다. 효울성은 곧 시스템의 산물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한국 감사관들은 그런 것에 대해 잘 모릅니다. 그들의 감사는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구닥다리 체크리스트를 가지고 공무원을 취조하는 것입니다. 공무원들이 직무를 소상하게 설명해주면 그걸 소화하지 못하고 이를 왜곡하여 약점을 잡아가지고 감사결과 보고서에 올립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감사 성과를 돋보이게 할 수 없으니까요. 그래서 공무원들은 감사관들을 ‘칼 든 미숙아’ 정도로 이해하면서 접촉하기를 피하거나 묻는 말에만 피동적으로 답합니다.

  기획예산처가 국책사업에 대한 사전평가를 하기 때문에 감사원의 사전감사는 옥상옥이요 중복이라는 학계의 지적이 눈에 띕니다. 이는 감사의 본질을 모르고 하는 말입니다. 우리의 기획예산처는 미국의 OMB(Office of Management & Budget)을 본 따 만든 것입니다. 이는 예산을 배정(Resource Allocation) 기능이지 사전 평가기능이 아닙니다. 기획예산처에서 어떻게 현장에 나가 ‘댐을 건설하면 4개의 도로가 수장된다’는 결론을 조사해낼 수 있습니까?

  건설분야에 ‘감리’라는 기능이 있습니다. 통상 우리는 [시공과정]을 감시하는 것을 감리로 이해합니다. 그런데 시공단계에서 아무리 감독을 잘 한다 해도 설계 자체가 틀려 있으면 지어진 건물은 두고두고 많은 비용과 불편을 야기하고 맙니다. 따라서 감리는 [설계단계]에서 해야 낭비와 불편이 예방됩니다.

건물을 설계하는 사람들은 한 사람이 아닙니다. 하나의 빌딩을 지으려면 토목 설계, 건물구조설계, 기계시설설계, 전기설계, 소방설계 등을 전문으로 하는 설계사들이 각 분야를 따로따로 설계합니다. 건축설계사가 벽(Curtain Wall)의 마감재를 유리로 설계해 놓았는데 전기설계사는 유리 위에 전기단자를 꼽도록 설계할 수 있습니다. 시설설계사가 층과 층 사이에 1,000미리 배관이 지나가도록 설계했는데 건축설계사가 층과 층 사이에 800미리 공간만 배정할 수도 있습니다. 여기에는 많은 낭비와 불편이 뒤따릅니다.

정부의 국책 사업들도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건축물의 설계단계가 곧 국책사업들의 기획-계획 단계입니다. 사후검사는 예산집행의 적법성에 주안점을 두지만 사전감사는 어이없는 실수와 어이없는 불협화로 인한 천문학적인 낭비를 사전에 예방시켜 주고, 객관적-전문적 시각을 가지고 설계자의 설계도를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낭비를 회피시키고, 효율성을 증진시키는 그야말로 중요한 기능을 수행합니다.

  미국의 경우에는 GAO(Government Audit Office)가 국회에 소속돼 있어서 국회가 명실공히 국민세금의 파수꾼이 되도록 해줍니다. GAO 말고도 중요한 국책사업에 대한 사전감사 기관이 행정부에 따로 있습니다. 전문 지식을 가진 감독기구입니다. 감사원을 가지고는 이러한 전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합니다. 케네디 대통령은 1965년 4,200명의 최고 수준의 분석가들로 구성된 "국방계약감사국"(Dfence Contract Audit Agency)을 만들었습니다. 430개소의 지역파견소와 50개의 업체 상주 파견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모든 계약 내용을 사전에 분석하여 엄청난 낭비를 예방합니다.

미국에서는 국가경영 기법과 감사 기법이 가장 뛰어난 곳이 국방성입니다. 국방성이 미 정부 예산의 25%를 쓰고 있어서 대부분의 싱크탱크들이 국방성 과제에 밀집돼 있고, 이들의 연구결과로 DCAA 즉 ‘국방계약감사국’을 만들었습니다. 1980년, 정부예산의 유출을 엄격히 통제하려는 레이건 대통령은 DCAA에 인력을 대폭 증가시켜 국방사업 뿐만 아니라 행정부 전체에서 수행하는 모든 국책사업들에 대한 사전감사를 하도록 조치했습니다. 1982년 필자가 이 기구를 방문했을 당시 DCAA의 모든 예산(운영비+사업비)의 1$는 50$의 낭비를 예방시켜 주었습니다.

  저는 미 국방 회계제도, 예산제도, 감사제도 및 감사기술에 대해 비교적 많이 알고 있는 편입니다. 이러한 시각으로 현재의 감사원 이관 문제와 사전감사 개념을 놓고 벌이는 정부-학계인사들의 반응들을 보면 참으로 딱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참고로 본 홈페이지 ‘국가경영’ 란에서 ‘감사원’ 이라는 키워드를 치고 색인해보면 감사원에 대한 저의 평가와 비전들이 들어 있습니다.

                     2003. 4. 24


Prev	일하는 방법에 대한 한국인의 고정관념	지만원


Next	국정원 게이트:3대 게이트(정,진,윤) 총괄 관리	지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