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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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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와 가난의 씨앗은 공직자의 비리다.

우리는 5천년 역사를 자랑한다. 그러나 우리 민족만큼 역사로부터 배울 줄 모르는 민족도 드물 것 같다. 어제의 문제는 오늘의 지혜다. 그런데 우리는 어제로부터 배우질 못하고 있다.

삼풍, 성수대교 참사로부터 유도탄 오발사고, 씨랜드 참사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인재를 저질러놓고서도 우리는 그들로부터 배우질 못했기 때문에 내일도 똑같은 사고를 맞을 것이다.

가장 큰 사고는 공직자들의 비리다. 비리가 삼풍 참사를 낳은 것이다. 옛날 일본의 맥아더 사령부는 공무원들의 비리와 나태함에 대한 주민들의 신고를 장려했고, 신고를 받으면 철저히 조사해서 신뢰를 얻었다.

맥아더 사령부는 일본인의 힘을 이용하여 탈세를 막았다. 전후 일본 상류층에 탈세가 유행했다. 아무리 막강한 권력을 가진 맥아더 사령부였지만 탈세자를 모두 찾아낼 방법이 없었다. 맥아더는 동네 주민들의 힘을 이용하여 탈세자를 색출해 냈다.

납세액을 큰 글씨로 기록한 후 맥아더의 도장을 찍어 각 가정에 보냈다. 모든 가정은 이 납세 표식 지를 대문의 지정된 위치에 부착해야만 했다. 누가 얼마만큼 잘 사는지는 동네 사람이 잘 안다. 주민은 상식에 어긋나는 납세자를 맥아더 사령부에 익명으로 신고했다. 일단 신고되면 조사가 철저했다. 조사가 철저했기 때문에 주민들은 맥아더 사령부를 믿고 신고를 계속했다.

이처럼 경영이란 타인의 능력을 이용하는 것이다.

박대통령 때의 청와대도 서민들의 진정서를 귀하게 여기고 은밀히 내사했다. 그래서 공무원들은 진정서를 무섭게 생각했다.

지금은 어떤가? 인천 호프집의 불법성에 대해 주민들은 관할 경찰서에 여러 번 진정을 했다. 그런데 관할 경찰서는 바로 그 영업자와 한편이 되어 있었다.

만일 이 순간에 이러한 경찰서의 태도를 청와대에 진정한면 어떻게 처리될까? 청와대는 그 진정서를 경찰청으로 이첩하고 경찰청은 다시 그 서류를 관할 경찰서로 이첩할 것이다. 신고자만 몰매를 맞고 언론은 이를 보고도 못본 척 할 것이다.

1996년 강릉 작전에서 주민들이 군과 경찰에 도망가는 북한군을 보았다고 신고했지만 신고를 받은 군.경은 오히려 신고한 사람들을 괴롭혔다. 그래서 강릉 지역에 가면 군.경에 대한 주민들의 불신이 높다. 여담이지만 그 강릉 작전을 현장에서 지휘했던 사람이 바로 지금의 김동신 국방장관이었다.

강릉 작전에서 주민들의 역할은 결정적이었다. 하지만 군은 이러한 건설적인 주민의 역할에 재를 부렸다. 이와 똑같은 이치로 비리를 시정하는 데에도 주민들의 역할은 결정적이다. 그래서 선진 사회는 모든 국민들의 신고를 적극 장려하고 있다.신고해도 해결되지 않거나 당국의 조사 능력과 의지가 빈약하다면 아무도 신고하지 않는다.

1946년부터 일본 기업들은 어깨에 띠를 두르고 거리에 나서서 팜프렛을 돌렸다. "불만 제품을 용서해주는 것은 더 이상 미덕도 애국도 아닙니다. 아무리 사소한 불만사항이라도 꼭 지적해주십시오. 그래야 일본 경제가 일어설 수 있습니다". 고객의 힘으로 품질관리를 한 것이다.

일본 경영진은 마케팅 부서에게 다음과 같은 명령을 내렸다. "비싼 제품에 하자가 발견되면 고객은 거의 다 불만을 호소해온다. 그러나 사소한 제품에 불만이 있으면 고객은 침묵해 버린다. 그러나 그 말없는 불만이 기업을 망친다. 그러니 그 말없는 불만을 찾아내라, 고객의 불만사항에 대해서는 정당하냐 아니냐에 대해 따지지 마라, 고객의 마음은 따져서 얻어질 수 없다, 무조건 수용하라". 이렇게 했기 때문에 일본 기업들에겐 불만을 제기해오는 고객들이 그렇게 고마울 수 없었다.

차기 대통령은 취해야 할 급선무가 있다. 국민을 향해 다음과 같이 선포하는 것이다. "공무원들의 부정과 비리에 대해 주저 말고 의혹을 제기해주십시오. 그래야만 공무사회가 깨끗해집니다".

지금의 대통령은 어떤가? 의혹을 제기한 국민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이런 사회에서는 공무사회가 절대로 정화될 수 없다. 공무원의 비리를 고발한 진정서를 그 공무원에게 다시 보내는 식의 청와대, 의혹을 제기한 국민을 상대로 공직자들이 소송을 제기하는 관행을 가지고는 국민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없다. 절대로!

지금의 정치꾼들에게 이런 부탁과 청을 한다는 것은 처음부터 부질 없는 일인 줄 알면서도 스피노자의 명언에 따라 그래도 우리는 "오늘의 생각을 오늘에 심어야" 하지 않겠는가? 먼 훗날을 위해서!

차기정권에는 김대중씨와 같은 희대의 사기꾼이 제발 탄생하지 않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한다.

2001. 1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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