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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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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과 안전대책

선진국형 재해는 지진, 폭설, 폭풍, 홍수, 산업재해, 핵재해, 테러, 교통사고, 공중보건 등으로 주로 자연재해에 속한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최근에 겪고 있는 사고는 모두 후진국형 인재 사고였다.

사회규모가 커지면서 사고의 종류가 많고 피해가 크고 복합적이다. 따라서 사고를 예방하거나 처리하는 데에는 고도의 전문지식과 다양한 행동 표준 및 시스템이 필요하다. 무궁화열차사고, 아시아나 항공, 서해 페리호, 성수대교, 충주호, 아현 가스, 대구 가스, 삼풍참사 등 8개 사고에서 절단난 인명만 해도 1,000명을 초과했다.

지혜로운 국민은 남의 경험으로부터 배운다지만 우리는 이렇게 엄청난 사고를 당하고도 예방과 처리에 있어 아직도 해결의 실마리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자연재해 대책 예산이 2,000억원 정도 편성돼있다. 그러나 이 예산은 첫째, 삼풍백화점 참사와 같은 인위적 재해에 대해서는 한푼도 쓸 수 없는 돈이다.

예방을 위한 예산은 한푼도 편성돼 있지 않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예방을 위해 1억 원만 투입하면 1,000억원 어치의 손실을 예방할 수 있는데도, 그 1억원을 쓰지 못하고 1,000억원 어치의 재해를 앉아서 기다릴 수밖에 없도록 돼 있다.

건설부와 지방관청에 재해 조기경보 상황실을 운영하고 있지만 이들은 폼에 불과하다. 지방 주민들이 사고 예상 지점을 호소해 와도 도외시해 왔다. 사고가 나면 이 재해대책예산은 긴급을 요한다는 명분으로 수의계약으로 집행된다. 수의 계약에는 언제나 부정이 개재된다.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단 한푼의 예산도 할당되지 않고, 사고가 나야만 담당공무원들이 콩고물을 챙길 수 있는데 어떻게 사고가 예방되겠는가.

충주댐과 영월철교 사례가 있다. 충주댐건설은 건설부 소관이었다. 영월철교는 철도청 소관이었다. 충주댐이 건설되면 영월철교 교각이 물에 잠겨 사고가 날 것은 불을 보듯 뻔했다. 그러나 경제기획원은 충주댐 건설비만 허락해 주고 영월철교 이전공사비는 순연 시켰다. 예상대로 영월철교가 홍수에 무너져 내렸다. 재해대책비 50억 원이 낭비되었다.

자연재해 및 민방위는 내무부 민방위국에, 핵재해는 과기처에, 교통재해는 건설교통부에, 산업재해는 노동부에, 분산되어 있어 사고에 대한 예방과 사후 처리에 대한 일원화와 전문화를 기할 수 없어 재난대책은 정부 돈을 타내 쓰기 위한 구실일 뿐 실질적인 효과는 사실상 전무하다.

2001. 10.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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