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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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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되는 사회현상

리더십 스타일을 보면 사회의 건강을 점칠 수 있다. 목표와 비전을 제시하고 강한 구심력을 발휘하면서 사회를 이끌어 가는 리더십이 있는가 하면, 심복세력을 형성하여 부정을 저지르게 하고 이를 감싸주느라 국민과 부딛치는 씨족형 리더십도 있다.

리더십 도구에도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리더 자신의 도덕성과 철학이다. 인도의 깐디와 같이 정의에 대한 뚜렷한 철학이 있으면 정의의 편에 서있는 사람들이 그 앞에 줄을 서지만, 이해득실에 따라 오늘의 소신 다르고 내일의 소신이 다른 기회주의적 발상에 의해 세상을 살아온 리더 밑에는 그런 종류의 사람들만 들끓는다. 개혁을 할 수 있는 능력은 없고 세상을 속이는 능력 하나만은 뛰어난 사람들이다.

다른 하나의 리더십 도구는 시스템이다. YS 때 삼풍참사가 있었다면 DJ 때에는 씨랜드참사가 있다. 참사는 시스템의 산물이다. 모두에 리더십 도구가 없는 것이다. 참사의 원인을 살펴보면 씨랜드 참사가 더 악성적이다. 씨랜드 비리는 우리 시회 전체의 비리를 가장 생생하게 묘사해 주고 있다.

지방자치 단체장, 공무원, 업자, 깡패, 유치원 모두가 달려들어 뜯어먹기에 바빴지 일하는 손은 없었다. 지금의 사회는 분명 빨대 사회다. 일하는 손은 없고, 빨대를 물고 어디를 빨까 눈이 벌개진 사람들만 득실 거리는 환상에 사로 잡힐 만 한 사회다.

문제 있는 곳엔 반드시 해결 방법이 있다. 씨랜드 참사를 예방하는 방법도 반드시 있다. 그러나 그 방법은 길에서 쉽게 줏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공무원들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성격의 것도 아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돈을 쓰면서 땀을 흘려야 개발해 낼 수 있는 창조 물이다. 바로 이런 것이 진정한 개혁이다. 이는 도로나 항만보다 더 높은 부가가치를 생산하지만 YS 정부나 DJ 정부 모두가 이런 것에는 생소해 했다. 따라서 앞으로 이러한 사고는 얼마든지 중복해서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의료 보험료가 매해 1조원씩 새나가고 있다는 보도가 있다. 중견기업이 공사를 따내기 위해 교수와 공무원들에게 16억원을 뿌렸다는 보도도 있다. 장군과 기무사 간부 등이 뇌물을 받고 무기정보를 빼내 팔고, 불필요한 군장비를 사주려 했다는 보도도 있다. 벤쳐기업 육성자금은 공무원들과 브로커들이 나눠먹는 눈먼돈이라는 기사도 많
다.

수해 피해자들에게 돌아갈 돈도 똑 같은 식으로 나눠 가졌다. 어찌 이 뿐만이겠는가? 공무원 사회에는 "너도 나도 먹는 세상에 나만 안먹으면 누가 알아라도 주느냐"라는 정서가 확산되고 있다 한다.

부정은 개혁세력에게도 있다. 미국 격언에 "부정은 심복으로부터"라는 말이 있다. 심복들로 채워진 개혁세력에 갖가지 냄새가 났다. 정부는 그 냄새를 감싸주고 있다. 그래서 특검제를 싫어한다. 개혁세력은 빅딜이다 워크아웃이다 하는 경제 논리에 어긋나는 프로젝트들을 가지고 어떤 기업에는 특혜를 주고 어떤 기업에는 칼을 댔다.

한라그룹 하나에만도 3조8천이 지원됐다. 결국 이들 낯선 프로젝트들은 개혁세력과 신흥 로비세력들이 구조개혁 기금을 나눠쓰기 위해 만든 것이 아니냐 라는 의혹을 낳게할 것 같다.

금강산 관광이 중단되어 하루에 6억원씩 적자를 보고 있다 한다. 이는 사업 초기에 뻔히 예견할 수 있었지만 정부와 기업은 마치 신들린 사람들 처럼 강행했다. 삼성자동차가 YS와 삼성의 무대포식 결정이었다면, 금강산 사업은 DJ와 현대의 무대포식 결정이었다.

지난 1년 사이에 짊어진 200조 이상의 재정적자가 이런 식으로 증발되고 있다. 해놓은 것 없이 천문학적인 돈이 마구 뿌려졌으니 무슨 돈으로 여름 장마 피해를 복구하고, 부가가치를 높힐 인프라를 건설할 수 있겠는가? 마구 풀려나간 돈으로 씀씀이가 난잡해지고, 공장들이 가동됐다.

이런 현상을 보고 정부는 경제를 낙관하지만, 이는 풀려나간 가랑잎이 순간적으로 타고 있는 현상일 뿐이다. 앞으로 정부에게는 돈 쓸 일이 폭증할 것이다. GNP의 75%를 정부가 쓰고 있다. 정부에 돈이 바닥나면 경제가 침몰한다.

이런 미래상이 보이는지 안보이는지 정부는 특검제 하나를 놓고 국력을 낭비하고 있다. 국민이 특검제를 원하는 것은 그것이 만병통치약이라서가 아니라 검찰을 도저히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특검제에 대한 저항은 대통령의 정의감을 의심받게 할 것이다.

특검제 회피로 얻는 이득이 이보다 더 크다는 말인가? 버티면 버틸수록 많이 다칠 것 같다. 정부는 다음을 심각하게 생각해야 할 것 같다. "이제까지의 개혁은 개혁 축에도 끼지 못한다. 정말로 많은 돈은 개혁다운 개혁에 들어가야 하는데 돈이 고갈되고 있다"는 이 심각한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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