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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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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감리 시스템

지난해 7월 24일 EBS 방송에서 난상토론이 진행됐다. 건설교통부 과장, 건설회사 및 감리회사 간부, 교수, 건설협회 간부들이 나왔다. 결론은 건설과 감리가 서로 다르게 주장하기 때문에 소비자만 불안하다는 것이었다.

건설교통부 과장은 감리사가 해야 할 감리 업무의 일부를 고객에게 맡겨야 한다는 주장을 했고 이를 곧 법으로 시행할 것이라고 했다. 고가의 감리비를 고객이 떠안아야 하기 때문에 감리비의 일부라도 절약하기위해 감리기능을 축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감리회사는 시공회사가 지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건설교통부 과장의 이러한 주장들은 모두가 다 시스템 개념에 어긋난 것들이었다.

한국의 건설업자들이 해외에 나가면 매우 훌륭한 시공을 하지만 국내에서는 부실시공을 하게된다. 두 가지 때문이다. 첫째, 한국에서는 먹이 사슬이 건설의 질보다 우선시되기 때문이고 둘째, 선진국에는 감리회사가 시공의 품질을 책임지지만 한국에서는 통과의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감리회사의 역할은 공인회계회사의 역할과 똑같다. 공인회계가 신뢰를 받으려면 공인회계사협회가 공신력 있는 인사들로 구성돼야 한다. 협회는 객관적인 룰에 의해 기업에 공인회계법인을 배당해야 한다. 감사를 받아야 할 기업이 공인회계법인을 선정하면 객관성이 결여된다. 공인회계법인은 기업이 만들어 낸 자료가 어떤 시스템을 통해 산출되는지를 가장 먼저 평가해야 한다.

회계시스템에 신뢰성이 높은 기업에게는 낮은 수임료를, 신뢰성이 낮은 기업에게는 높은 수임료를 부과해야 한다. 신뢰성이 낮은 기업에 대해서는 거래 하나하나를 밀작감시해야 하기 때문에 수임료가 비쌀 수 밖에 없다. 여기에 분쟁이 발생하면 협회가 개입하여 판결한다.

선진국에서의 수임료는 엄청나게 비싸다. 수임료를 걱정하는 기업은 수임료를 낮추기 위해 회계시스템의 신뢰성을 높히려고 노력할 수 밖에 없다. 기업 재무제표에 하자가 있으면 공인회계사가 일생을 포기할 만큼의 무거운 책임을 진다. 그래서 공인회계사는 기업에게 매우 무서운 존재다. 이런 것들이 기업의 투명성을 자동적으로 증진시킬 수 있는 "보이지 않는 손"이다.

감리회사도 이와 꼭 같다. 감리협회가 공신력있는 인사들로 형성돼야 한다. 이들 인사들과 공정한 룰에 의해 감리 회사를 시공 업체에 지정해야 한다. 그 룰이 훌륭해야 감리회사 마다 상류급의 판정을 얻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감리회사가 시공회사에 부과하는 감리비용도 시공 시스템의 신뢰성에 따라 차등적으로 부과해야 한다.

시공 시스템의 신뢰성이 높은 기업에게는 몇 개의 중요한 과정만 감리하기 때문에 낮은 감리 비용을 부과하고 시공 시스템의 신뢰성이 낮은 기업에게는 모든 공정을 밀착감시해야 하기 때문에 감리비가 바쌀 수 밖에 없다. 그래야 건설업체는 감리비를 낮추기 위해 시공 시스템을 개선하게 된다.

부실시공의 책임은 100% 감리회사에 물어야 한다. 선진국에서 건설회사가 감리회사를 무서워하면서 품질시공을 하는 이유는 바로 이런 시스템이 있기 때문이다. 건설 행정은 부가가치와 사회안전 측면에서 시급히 개혁돼야 한다. 그러나 토론에 참가했던 공무원, 교수, 건설 행정 관계자들 모두가 의식개혁만이 대안이라는 결론을 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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