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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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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땅굴현장답사기3

작성:선사임 http://www.ddanggul.org 남굴사펌

돌아 오는 길...
그곳은 참 스산하게 느껴지는 곳이었다. 안내 팻말도 글 적힌
헝겊조각 하나도 걸려 있지 아니하였다. 높게 쌓여진 황토빛
흙더미 너머 빈민촌 비닐 하우스같은 전시장 두 개, 페인트칠
벗겨져 녹슨 컨테이너 박스 두 개가 황당하니 자리잡고 있었다.

봄 날 하오, 조금 높게 올라간 기온은 추위와 더위 가운데
약한 평행으로 자리잡아, 어쩌면 추운 듯 어쩌면 더운 듯하여 알 수 없는
묘한 긴장감을 논바닥 위에 사르라니 깔아 놓고
있었다. 51사단 공병대대 앞 왕복 2차선 아스팔트 도로
건너편에 현장은 자리하고 있었다. 현장 너머 직선 80여 미터
공병대대 병영안의 국기 게양대에는 태극기가 펄럭이고 있었다.

"그래 저기 게양대에 걸린 깃발을 위협하는 자들이 판 땅굴이 바로 여기에 있단 말이지...... 정말일까?" 토요일을 반납하고 네시간 걸린 경부열차를 승차
하게된 동기였다.
거친 가꾸목을 톱질하여 만든 고 정지용님의 영정이 있었고,
라면상자를 뜯어 흰 종이를 입혀 만든 조잡한 성금함이 비닐
하우스 입구에 놓여 있었다.

지하에서 발견된 호미가 있었고, 무우씨앗을 담았던 코팅포장지
조각이 있었고, 끊겨 터진 와이어, 손으로 뭉개지는 돌조각이
있었다. 유성펜으로 쓴 남굴사의 현황판과 시추경위, 작업사항
등이 모조전지에 적혀 합판에 붙어 있었다.

어수선한 현장 설명과, 정돈되지 아니한 다우징 테스트가
있었고, 지하 20미터 이하에서 관통 당했다는 터널면이 아랫쪽
에 보였다. 지하수 고인 그곳은 방문객들에게 보여 주기 위하여
막 콤퓨렛샤로 배수하는 중이었다.

남굴사 관계자이라는 분들의 세련되지 아니하고 어쩌면 어수룩
하기 까지 한, 피곤에 찌들린, 그러나 어떤 의지를 가진 사람들
에서 느껴지는 집념이 잠깐씩 엿보였다.
"그들은 호사가일까? 혹 50년 래의 남침 위협으로 인한 최대의
피해망상가들은 아닐까?"

나는 내가 그날 겪었던, 다우징 테스트와 증거물 등에 대하여서
말하려 하지 아니한가. 현장에 다녀온 후, 그것의 진실 여부를
말하려 한다는 것은 넌센스일 뿐이다. 그러나 사실에 대하여
서 만큼은 결코 스스로를 배반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그냥
보았을 뿐이며, 느꼈을 뿐이다.

내 나이 50 ! 적지 않은 세월을 살아 오면서 왜 거짓말을 하며
살아 오지 않았겠는가. 어찌 속지 않았겠는가. 그러나 일 백이
하나에서부터 시작한다는 사실, 모든 생물체는 결국 죽음으로
마감된다는 사실 , 해가 서쪽으로 진다는 사실쯤은 알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의심할 바 없는 진실을 보았
던 것이다.

"땅굴의 존재는 의심할 바 없는 것이다"라는 확증이 서는 순간
모든 힘이 빠져 버리는 것 같았다. 다시 한 번 바라본, 남굴사
관계자라는 분의 째진 구두에 묻은 흙과, 허탈감이 가득 덮힌
표정, 그러나 숙이지않을 의지의 눈빛 앞에서 나는 흠짓
스스로 부끄러워 졌다.

자칫 나오려는 눈물을 억제하며, 몇 조각의 지폐로 부끄러움을
감추고 몰래 돌아서는 나의 등 뒤로 어느 분의 말씀이 들렸다.
"저는 매일 아침 일어나자 말자 길 건너편 공병대의 국기 게양대
를 봅니다. 혹 밤 사이, 인공기가 휘날리지 않나 두려워서입니다
그리고 태극기를 보고난 후 비로소 안도하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돌아 오는 차 중 나는 많이 취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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