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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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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위기에 불붙이는 한국

  이라크의 후세인은 핵무기 개발 사실을 극구 숨기지만, 김정일은 핵개발 사실을 미국에 거침없이 공개했다. 거기에 한 수 더 떠서 "우리는 핵도 있고, 그보다 더 무서운 무기도 있다"라며 고슴도치 전략을 암시했다. 이로써 미국에게는 일단 ‘북한을 언제라도 응징할 수 있는 확실한 명분’이 생겼다. 이 시점에서 만일 미국이 북한의 핵에 대해 미온적으로 대하면 일본, 대만, 한국 등 많은 나라들이 핵무장을 하려 할 것이다. 이는 테러의 목표가 되고 있는 미국에는 참을 수 없는 악몽이며 세계적인 재앙이다.

  따라서 미국은 북의 핵무기에 대해 매우 단호해야만 할 입장에 있다. 김정일이 과연 항복을 할 것이며, 그렇다고 부시가 물러설 사람인가? 서로가 양보할 수 없기 때문에 미국과 북한은 단선로에서 마주보고 달리는 기차처럼 정면으로 충돌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이제부터는 부시와 김정일간의 감정 싸움이요 기 싸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싸움의 끝은 바로 한반도의 재앙이다.

  9.11 이전에는 "남북관계"가 우선이고 "미북관계"가 보조였다. 햇볕정책은 바로 이러한 구도에서 가능할 수 있었다. 하지만 9.11 이후에는 "미북관계"가 우선이고 "남북관계"가 보조 수단으로 밀려났다. 9.11 테러 이후 김정일은 미국 제1의 주적이 되어있다. 이제부터 미국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남북관계를 얼마든지 희생시킬 수 있다.

  9.11 이전의 북한 미사일은 금전 거래의 대상이었다. 북한은 미사일 수출로 돈을 벌기 때문에 미국이 북한의 미사일 수출 중지를 원한다면 연간 10억 달러를 내라고 했다. 하지만 지금의 미사일은 금전 거래의 대상이 아니라 박탈의 대상이다. 이라크의 핵무기 시설, 리비아의 화학무기 시설을 아무런 금전적 보상 없이 폭격했던 것처럼 북한의 미사일과 핵시설 역시 같은 취급을 당하게 될 것이다. 비금전적 협상이 실패하면 미국은 마지막 무력수단에 의존하게 될 것이다. 자국민의 안전을 위해 미국은 한반도 전쟁을 두려워할 입장이 아니다.

  미국은 북한을 때리기 전에 국제적으로 납득할 수 있을 만큼의 명분을 축적할 것이다. 북한에게 협상의 여지와 시간을 어느 정도는 줄 것이다. 북한만이 선택권을 가지고 있다. 비극을 막는 길은 북한이 위험한 무기를 버리는 길뿐이다. 북한이 아무런 반대급부 없이 또한 아무런 명분 없이 미국의 압력에 굴복하겠는가? 바로 여기에 탈출구가 없어 보인다.

  아직은 미국이 국제여론을 최대한 존중해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궁극적으로는 미국이 하고싶은 대로 할 것이다. 악성무기가 테러집단에 들어가면 테러집단은 그걸로 어느 나라를 공격할 것인가. 중국이나 러시아도 아니며 독일과 프랑스도 아니다. 오직 미국이다. 다른 나라들은 제3자이지 테러를 당하는 당사자는 아니다. 9.11테러를 당한 나라는 미국이지 중국이나 프랑스가 아니다. 지금의 미국은 냉전시대에 소련이 견제했던 미국이 아니다. 북한핵 문제를 ‘다자간 협상에 맡기자는 것은 별 실효가 없어 보인다. 미국은 온갖 국제적 명분을 축적해 가면서 결국은 제 갈 길을 갈 것이다.

  2000년의 유고를 생각해 보자. 만일 유고의 밀로세비치에게 대량살상무기와 장거리 유도탄이 있었더라면 미국과 다국적군은 유고를 어떤 식으로 공격했을까? 밀로세비치를 섣불리 공격했다가는 수많은 이웃 국가들이 대량살상무기의 공격을 받아 엄청난 인구가 참혹한 죽음을 당했을 것이다, 따라서 밀로세비치를 때릴 때에는 사전 경고 없이 단 한방의 공격으로 굴복시켰을 것이다. 역공의 찬스를 주면 더 많은 사람이 죽게된다.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그래도 핵무기가 최고다. 유고는 핵무기 세례를 받았을 것이다.

  위험한 무기를 가진 나라는 그보다 더 위험한 무기로 공격당할 수밖에 없다. 이것이 위험한 무기를 가진 것에 대한 위험성이다. 핵무기의 여진을 줄이기 위해 미국은 땅속을 깊이 파고 들어가 폭발하는 저강도의 특수 핵무기를 이미 개발해 놓은 것으로 추측된다.

  미국이 북한을 때릴 때에는 이라크의 경우처럼 사전에 폼을 재고 병력을 나르고 군수물자를 나르는 식으로는 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하면 남한은 그야말로 북한의 선제공격을 받아 불바다가 된다. 남한의 원자력 발전소 몇 개만 폭파시키면 한국국민은 모두가 죽는다. 체르노빌이 문제가 아니다. 이를 위해서인지 지난해에 북한의 원자력 연구팀 수백 명이 한국의 여러 원자력 발전소를 돌아가면서 장기간에 걸쳐 조사해간 적이 있다. 그래서라도 북한에게 반격의 기회를 주면 남한은 불바다가 되고 화생방 무기의 희생물이 된다. 주한미군이나 외국인들 역시 마찬가지다. 따라서 북한을 때릴 때에는 기습적으로 해야만 하며 반격의 기회를 갖지 못할 만큼 1시간 이내에 끝내야 한다. 오늘도 때리고 내일도 때리는 식으로 하면 북한은 그 사이에 반격을 하게 된다.

  그래서 미국은 북한을 기습적으로 해치울 수밖에 없다. 멀리에서 비싼 토마호크라는 비행체를 발사하는 것이 아니라 수 백대의 폭격기들이 전파교란을 하면서 날아가 저강도의 핵무기가 장착된 스마트 폭탄으로 수백 개의 목표물을 동시에 융단폭격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서는 주한미군을 서울에서 먼 곳으로 이전시키거나 철수시킬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한반도에 보병이 필요한 게 아니라 대량의 폭격기를 필요로 한다.

  미국이 북한을 기습적으로 융단폭격을 한다면 미국은 이 사실을 사전에 한국정부에 알려줄까? 최근 한국 정부를 불신하는 미국으로서는 이러한 극비사항을 한국정부에 알려줄 리 없다. 한국이 알면 바로 그 시각에 북한이 알기 때문이다. 1980년도 5.18 당시 계엄사의 극비 작전 계획이 시민군에 넘어가 계엄군이 궁지에 몰린 적이 있었다. 반공정부가 있었을 때에도 그러했는데 지금처럼 적장에게 달러를 건네고 이를 적극 옹호하는 소위 ‘민주화 세력’들이 권력을 잡고 있는데 어찌 비밀이 보장될 수 있겠는가.

  미국은 김정일 정권을 도려내야만 할 입장에 있다. 그것도 빨리! 시간이 지날수록 북한은 핵무기 개발을 서두를 것이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핵연료봉을 다른 곳으로 나르면서 핵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의혹을 주고 있지 않은가. 이렇게 서둘러도 미국은 구체적 정보를  알 수 없게 되었다. 북한이 IAEA 감시 수단을 파괴해 버렸기 때문이다. 김정일은 지금 전쟁을 자초하고 있는 것이다. 한미관계가 악화될수록 미국은 한국이라는 우방을 배려하지 않고 편하게 작전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군이 전방과 서울에 있으면서 북한을 때린다면 북한은 미국에 보복한다는 명분으로 서울을 때릴 것이다. 미군은 북한에 그런 명분을 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용산기지를 포기하고 싶을 것이다. 용산기지에서 미군이 나간다는 발표가 있기가 무섭게 외국 자본이 동시에 빠져나갈 것이며 서울에 있는 외국인들은 모두 본국으로 돌아갈 것이다. 용산기지가 비워지면 한국전체가 비워지는 것이다. 이런 사실도 모르고 386 운동권 세대와 이들의 영향을 받고 있는 다수의 20대들이 용산기지를 내놓으라고 했던 것이다.

  얼마 전에 미군 중령이 전철에서 칼침을 맞았다 한다. 이에 격분한 미군 장교들이 각자의 고향에 있는 국회의원들에게 주한미군철수를 탄원했다 한다. 미국은 새 정권이 반미감정을 가지고 있고, 미.북간에 전쟁이 나도 북한은 절대로 남한을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대목을 확실히 기억할 것이다. 미국이 북한을 때렸기 때문에 북한이 남한을 공격해도 그건 미국의 책임이 아닌 것이다. 그래서 미국은 남한 국민의 생명을 더 이상 고려하지 않고 아주 가벼운 마음으로 북한을 때릴 것이다.

  판세가 이렇게 돌아가는데도 불구하고 한국인들은 태평이다. 더구나 노무현 당선자는 지난 2.20일, “핵무기 위협은 아직 존재하지 않다”, “우리는 미국과 의견이 다를 수 있다. 미국은 공격을 고려하지만 우리는 미국의 북한공격 가능성검토 자체에 반대한다”, “북한에 대한 미국의 무력공격에 대해서는 사전검토 자체를 반대한다라며 반미정서가 듬뿍 들어 있는 말을 거침없이 드러냈다.

  이로 보아 그는 9.11테러 이후에 달라진 한반도 정세를 아직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듯 하다. 첫째, 과거의 북한은 남한의 주적이고 미국은 한국을 도와주는 입장에 있었지만 이제는 북한이 미국의 직접적인 주적이다. 둘째, 옛날에는 미북관계가 남북관계의 종속적이었지만 이제는 미북관계가 남북관계에 앞선다. 한미관계가 지금처럼 악화돼가간다면 오히려 남북관계는 미북관계에 별로 고려 대상이 아닐 수도 있다.

  노당선자가 미국과의 거리를 띄우면 띄울수록 미국은 더 편한 마음으로 작전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에 폭격작전은 더 빨리 수행될 수 있다. 노당선자가 미국의 공격을 고려하던 안 하던 미국은 북한을 공격할 수 있다. 미국의 폭격작전은 노 당선자의 영향력 밖에 있다. 북폭에 관한 한, 미국의 신임을 받지 못하는 한국은 이제 완전한 열외자다. 한국을 이끌어 갈 차기 대통령은 아직도 이 중대한 상황변화를 인식하지 못하고, 아직도 미국을 2001년의 9.11테러 이전의 미국으로 착각하고 있는 게 아닐까.

       2003. 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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