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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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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당한 지식에 기초한 촛불 시위

  제가 광주에 갇혀 있을 때, 대 규모의 촛불 시위가 있었습니다. 이는 한국에서는 반미감정을, 미국에서는 염한감정을 유발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한국의 운명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습니다.

촛불 시위를 지지하는 명 몇의 시민들과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미군 장갑차량에 치어 죽은 어린 여학생들의 처참한 모습은 그야말로 목불인견이라며 흥분합니다. 한 마디로 미군의 만행을 용서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만행을 저지른 미군은 한국인을 벌레 정도로 취급한 악한이며, 살인마라는 것입니다. 그런 미군을 미국 법정이 무죄 판결을 내렸다는 것은 미국의 재판부 역시 한국인의 목숨을 벌레 정도로 무시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기 때문에 미국인과 미국 정부를 용서할 수 없다는 것이 촛불 시위의 근본 정서였던 것 같습니다.

  한국의 운명까지 바꾸어 놓은 이런 정서는 과연 올바른 것이었습니까?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참으로 황당하고 어이없는 인식에 기초한 정서였습니다.

  그 황당함은 장갑차와 탱크가 우리가 몰고 다니는 승용차처럼 유리창으로 바라보는 시야가 확 트여 있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사실에 근거합니다. 장갑차와 탱크는 적이 쏘는 탄알을 맞지 않으면서 적진으로 돌진하는 특수 차량입니다. 적이 쏘는 탄알을 맞지 않으려면 두 가지 방법이 필요합니다. 첫째, 웬만한 파괴력을 가진 탄알이면 관통할 수 없도록 철판의 두께를 두껍게 하는 것입니다. 둘째, 적이 쏘는 탄알이 승무원에게 도달하지 못하도록 유리창을 매우 좁게 만드는 것입니다. 유리창이 일반 차량만큼 넓으면 적이 쏘는 총알은 아주 쉽게 유리를 관통하고 승무원을 살상할 것입니다. 그래서 유리를 손톱 넓이만큼 아주 좁게 만들어 놓았습니다. 총알이 들어 올 수 없을 만큼 아주 좁게 뚫어놓은 것입니다.

  그래서 야전에서 전차가 적과 싸우려면 전차 주위를 보병들이 따라다닙니다. 보병들은 전차 뒤에서 적의 탄환을 피하고, 전차는 보병의 덕을 봅니다. 보병은 넓은 시야를 가지고  전차가 보지 못하는 것들을 보면서 전차 운전병에게 무전기를 통해 이리 가라 저리 가라 유도해 줍니다.

  누구든지 전차나 장갑차를 한번 타 보십시오. 정말 앞이 조금만 보입니다. 여러 분들이 시골길을 운전하시다 보면 군인들이 운전 연습을 하거나 전차들이 기동 훈련을 하고 있는 것을 목격하실 겁니다. 그 때마다 여러 분들은 소위 컨보이 지휘 차량을 보실 겁니다. 차량 대열의 맨 선두에 짚 차가 무전기를 가지고 대열을 통제하고 있는 것입니다.

  지난 번 사고를 낸 장갑차에는 그런 컨보이 지휘 차량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장갑차 운전병은 일부러 여학생을 치인 것이 아니라 시야가 좁아서 치였을 것입니다. 우리가 운전하는 차량의 백미러도 바로 옆에서부터 후방 15m까지는 사각지대가 아닙니까? 모든 일반 차량에도 사각지대가 있는데 볼펜 크기로 뚫린 그 좁은 유리창으로 내다보는 장갑차의 사각지대는 얼마나 넓겠습니까?

  지난번에 여학생을 치여 죽게 한 사건은 무엇이 문제였겠습니까? 그것은 지휘관이 컨보이 지휘차량을 앞세우지 않고 장갑차만 달랑 운전하게 한 태만이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아마도 미군 당국은 지휘 책임을 물어 지휘관을 경질시켰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태만한 지휘관에게 사형죄를 내릴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지휘관의 명령에 따라 볼펜 정도의 크기로 뚫린 유리창으로 앞을 내다보면서 좁은 시골길을 달리다가 시야에 들어오지 않은 여학생들을 치어 죽인 미군 운전병을 살인죄로 처벌 할 수는 더더욱 없는 일이었을 것입니다. 여기 까지는 우리의 법 상식에 조금도 어긋나는 일이 아니라고 봅니다.

  저는 월남에서 미군들과 함께 작전을 했고, 10년간 미국에서 살면서 대체적으로 미국인들이 한국인에 비해 인권에 앞서고, 매너에 앞서는 나라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인들은 그들이 낳은 장애인 아기들, 미혼모가 낳은 아기들을 내다 버리지만 미국인들은 한국인들이 버린 아기들을 데려다가 그야말로 정성을 다해 기릅니다. 일반적으로 미국인들은 세계적인 인권국가입니다. 눈으로 빤히 보면서 어린 여학생들을 벌레 죽이듯이 죽이는 그런 사람들이 아닙니다.

  더러는 같은 한국인인데도 불구하고 군인과 민간인을 구분합니다. 군인은 사람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군복을 입으면 인간성을 상실한 살인집단으로 매도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장교들은 사병들을 살인마로 바꾸는 게 아니라 그 반대로 사병들의 순수성에 동화되고 감화됩니다. 많은 한국인들은 군복 입은 우리 아들을 살인마로 매도하고, 미군이라면 무조건 콧대 높다며 증오합니다. 오늘날의 한국안보는 이런 이상한 사람들에 의해 허물어지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저는 이번 미국 법정의 판결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저는 맹목적인 친미주의자가 아닙니다. 아마도 한국에서 저만큼 미국 사람과 많이 싸우고 다툰 사람도 드물 것입니다. 저는 1988년 미국 총영사와 3시간 동안 말싸움-감정 싸움을 하다가 비자를 받지 못해, 미 국방성이 발행해준 여행허가증만을 가지고 무 비자로 한국 공항을 나가 산프란시스코 이민국 관리들과 2시간 동안 말싸움을 해서 간신히 미국으로 입국한 적이 있었습니다.

월남에서 저는 소위를 달고 미군 소령 발 밑에 대고 총을 쏘아 혼비백산케 한 적도 있었습니다. 한국에서 미군을 증오하고 큰 소리를 치는 사람들 중에 미국 사람 앞에서 저처럼 싸울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있을까요?

  옳지 못한 일을 하는 한 사람의 미국 사람과 싸우는 동안, 열 사람의 미국인은 올바른 주장을 하는 저를 밀어주었습니다. 미국 사람들을 무조건 나쁜 사람으로 몰아가는 한국인들 중에는 의도가 불순하거나 우물 안 개구리인 경우가 대부분일 것입니다. 이번 촛불 시위 사건에 대해도 저는 이러한 시각으로 바라봅니다.

  한 가지 이해 할 수 없는 게 있습니다. 엉뚱한 근거, 황당한 정서를 가지고 촛불 시위를 벌일 때, 한국군 국방 당국은 무엇을 했나요? 제가 지금 여기에 쓴 바로 이런 글을 쓰고 방송을 해서 국민을 이해 시켜야 하는 게 아닌가요? 저는 촛불 시위를 벌인 사람들을 나쁘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단지 정도가 지나친 점이 있었다고는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촛불 시위를 방조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한국군 수뇌부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한국군 수뇌의 잘못이 80% 이상이라고 생각합니다.

             2003. 2.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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