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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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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이라는 말을 싫어합니다

  며칠 전, 멀리 지방에 계신 애국 운동가 몇 분이 찾아오셨습니다. 그 중 아주 열렬한 애국자 한 분이 [민족]이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하시더군요. 저는 그 분께 “앞으로 애국 운동을 하시려면 민족이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는 게 좋을 듯 합니다. 저는 민족이라는 말을 외치는 사람들을 고운 시각으로 보지 않습니다”라며 말문을 열었습니다.

“[민족]이라는 단어는 김정일이 남한의 순수한 국민들로 하여금 미국을 몰아내고 일본을 증오하게 만들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되는 [위장용어]입니다. 선생님 같은 분들까지 민족, 민족 하시니까 좌익들의 안보와해 작전이 먹혀 들어가는 것입니다”.

  저는 민족주의자들을 좋게 보면 시대착오적이고, 쇼비니즘 적이고, 폐쇄주의자들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쁘게 보면 좌익-친북 세력이라고 봅니다. 민족주의자들은 국경 없는 지구촌 시대에 역행하는 사람들입니다. 사상과 사고방식, 지적 수준이 같으면 이민족간에도 사랑하고 결혼합니다. 하지만 이것들이 다르면 형제지간, 부자지간에도 싸우고 죽입니다. 같은 민족끼리 결혼했는데 어째서 이혼과 불륜이 많은가요?

미국에 가 보십시오. 한국 교포들이 낯선 한국인을 가장 경계하고 피합니다. 물론 모두는 아닐 것입니다. 솔직히 저는 소시민으로  미국에 살면서 한국인들보다는 미국인이나 일본인들을 더 신뢰했고, 그들과의 친분이 더 많았습니다. 제가 사대주의자라고 하시는 분은 아마도 미국에 가서 살아보지 않았거나,  오도된 민족주의자들일 것입니다. 이것이 국제화되지 못한 우리 민족의 슬픔입니다. [민족]을 외칠줄만 알았지 국제사회에 내놓으면 감각조차 없어 미아가 되거나 추태를 부려 세계인들에게 혐오감을 줍니다.

연전에 저는 미국 서해안에 있는 [허스트캐슬]이라는 관광명소에 집사람과 함께 간 적이 있습니다. 신문왕 허스트씨가 세계의 명품들을 비싸게 사서 조합해 놓은 금보다 더 비싼 성곽입니다. 멀리에서 젊은 한국인 여성들 셋이서 한국말로 대화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런데 제 부부가 작은 소리로 주고받는 한국말을 듣자 그들은 우리를 힐끔 쳐다보면서 갑자기 영어로 대화를 하더군요. 한국인이 한국인을 기피하는 행동이었습니다.

행실이 고와야 양반입니다. 저는 [조아세]라는 이상한 폭력조직을 만들어 우익이라는 이유로 특정언론을 찍어내리는 그런 한국인들보다는 한국인들이 버린 장애 어린이들을 데려다 기르고, 이방인에게 친절하게 도움을 제공하는 미국인들을 훨씬 더 좋아합니다. 저는 영혼이 탁한 형제보다 영혼이 깨끗한 타인을 더 사랑합니다.

사랑은 상호존경에서 싹틉니다. 상호존경은 의사소통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같은 한국말을 사용하면서도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혼을 하는 것입니다. 서로 다른 말을 사용해도 의사소통이 잘 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사랑에 필요한 언어는 말이 아니라 영혼입니다. 같은 말을 사용하면서도 사랑이 없는 사람들끼리 한 공간에서 사는 것은 지옥입니다.

  미국을 보십시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이민족들이 동거하는 나라입니다. 그러나 일단 미국시민이 되면 국가를 사랑하고 자긍심을 가집니다. 그들은 외국에서 이민 오는 사람이나 유학 오는 사람들에게 매우 친절하게 도움을 줍니다. 외국인 한 사람에 한 가정이 전속 도우미로 나섭니다. 남이 쓰다가 버리는 가구와 용품들을 모았다가 돈 없는 이민자와 유학생에게 나누어줍니다. 새로운 이방인에게 문제가 생기면 같은 미국인과 싸워가면서 이방인을 돕습니다.

  그런데 입만 열면 통일을 외치는 한국의 좌익-민주화인사들, 좌익-종교인들은 북한에서 넘어온 탈북자들을 이웃에 두고도 못 본 체 합니다. 중국에서 사선을 넘나들며 애태우는 탈북자들의 인권에 무관심합니다. 오직 [민족]과 [통일]만 외칩니다. 김정일의 목소리만 앵무새 처럼 대변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민족]이라는 단어를 싫어합니다. [민족]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사람도 싫어합니다.

[민족]이라는 말 자체는 얼마나 고귀한 것입니까. 그런데 왜 그 고귀한 의미가 담겨있는 단어를 싫어해야 하나요. 좌익들이 그들의 목적을 위해 사용한 위장용어가 돼 버렸기 때문입니다. [민족]이라는 단어는 이미 더렵혀진 단어입니다. [민족]을 외치는 행위는 남한의 공산화를 돕는 행동이 돼 버렸습니다. 우리는 이 사실을 매우 심각하게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사실 저는 [민족]이라는 글씨만 보아도 붉은 색이 연상되어 섬짓함마저 느껴집니다.

[민주화]라는 말, 그 얼마나 좋습니까. 그 민주화라는 용어도 좌익들이 정권을 잡는 데 악용된 위장용어라고 봅니다. 그래서 저는 [민족]과 [민주화]를 외치는 사람을 싫어합니다. 이런 논리가 극우 논리입니까?

[애국]이나 [분석]을 [극우]라고 한다면 그 [극우]라는 말을 사용하는 사람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특히 지금과 같이 어려운 시기에는 우리 모두가 분석력을 동원해야 한다고 봅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용어들이 은연중에 좌익들에 의해 속속 탈취 당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저들이 사용하는 언어를 사용하지 말고 경계해야 합니다. 이런 제가 극우라면 저는 극우라는 호칭을 명예스럽게 생각할 것입니다.

               2003. 3.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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