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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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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들의 말로 개혁은 우리말로 숙청이라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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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일성은 코드가 다른 사람들을 대대적으로 숙청했습니다. 총살을 시키고, 감옥에서 진물러 죽게 하고, 12개의 수용소를 만들어 짐승에게도 가할 수 없는 참혹한 방법으로 학살을 시켰습니다. 그때 김일성은 “독초를 제거하라”는 교시를 내렸습니다.

  그 후 40년이 지난 지금 남한의 대통령이 느닷없이 “잡초를 제거하라”는 교시를 내렸습니다. ‘교시’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잡초제거 임무를 사상적 코드가 맞는 특정 그룹에만 주었기 때문입니다. 코드가 같은 세력에 칼을 주고 코드가 다른 잡초들을 제거하라 했습니다.

대통령도 잡초 제거에 나섰고, 그가 임명한 KBS 사장, 서동만, 고영구 등이 또 다른 잡초를 제거하고 있습니다.

  저는 개혁을 외친 YS에 대해 칼럼을 쓴 적이 있습니다. “개혁은 사람을 자르는 일이 아니라 시스템을 고치는 일이다. YS의 개혁은 마치 날카로운 일본도를 가지고 갈대밭에 들어가 마구 휘두르는 식이다. 그런 일은 무식한 사람들이 더 잘한다. 잘려진 나무 가지에 새순이 더욱 무성하게 자라나듯이 사람만 자르고 시스템을 고치지 않으면 더 많은 부정이 자란다. YS는 시스템이 무엇인지 모른다. 그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칼을 휘두르는 것뿐이다. 그것을 그는 개혁인 줄로 안다”.

  지금의 칼은 YS의 칼보다 더 크고 예리합니다. 그런 칼로 산에 자란 나무들을 모조리   자르고 있습니다. 김일성이 기찬 착안을 했습니다. 산에 자란 나무를 모두 잘라내고 다락밭을 만들라고 지시했습니다. 나무 없는 비탈산은 약간의 바만 와도 산사태를 일으켰습니다. 흘러내린 흙은 논밭을 메우고 하천을 메우고 강과 항구를 메웠습니다. 바로 이것이 북한의 식량난을 가속화시켰습니다. 이처럼 지금의 386 이념 세력 역시 내내 잘라만 내다가 산사태를 맞을 수 있습니다. 노사문제, 학원갈등 문제, 장협착 말기증세를 보이는 경제문제, 북한문제 등 어느 것 하나 그들이 해낼 수 있을 만큼 간단하지가 않습니다. 모두 다 냉철한 지혜와 고도의 시스템적 접근이 요구되는 뜨거운 감자들입니다.

마구 풀어헤친 160조의 공적자금이 국내에 유통되었다면 벌써 인플레가 생겼을 겁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만큼의 인플레가 아닙니다. 그러면 그 엄청난 돈은 다 어디로 갔을까요? 해외로도 갔고 수많은 실세들과 DJ당원들에게도 갔을 것입니다. 수많은 정부기관, 600여개의 정부산하기관, 405개의 공기업, 은행, 500여개의 은행관리업체 및 워크아웃 업체들에 마치 펄벅의 메뚜기 떼를 연상케 하는 DJ떼들이 들어가 마구 가져갔을 것입니다. 그렇게 가져간 돈은 절대로 은행에 입금되지 않습니다. 바퀴가 집을 짓고 알을 까도 그 돈은 캐비넷 속에 들어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시중에는 그만큼의 자금이 풀리지 않은 것입니다.

그 돈은 어디에 쓰여지고 있을까요? 고급 옷, 고급 음식, 고급수입품을 사고 아방궁들을 짓는데 사용되고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서민들의 자식들은 정부가 사주한 카드 남발로 인해 450조 규모의 빚을 졌습니다. 자식들의 과소비로 집이 경매 당하고 부모들은 카드사에 와서 한번만 봐달라고 울고 불며 사정합니다. 빚을 지고 집까지 날린 서민들은 시장과 백화점을 찾지 못합니다. 사줄 사람이 없는데 공장이 돌아갈 리 없습니다. 공장은 세계에서 가장 악랄하다는 노조들을 피해 외국으로 옮겨갑니다. 67%가 나갔거나 나간다 합니다.

더러의 대기업들은 침몰직전의 마지막 향연을 벌입니다. 하청 협력업체들의 고혈을 짜서 망하게 하고 있는 것입니다. 지난해에는 A업체에 다음 물량을 약속하면서 가격을 후려치고, 올해에는 A업체를 배신하며 B업체를 상대로 사기를 칩니다. 말단 기술이 담겨 있는 하청업체들이 그날그날 살기에 바빠 기술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망해만 갑니다. 그렇게 만든 TV의 품질은 해마다 더 떨어져 갑니다. SONY사 제품에 비하면 물건 축에도 끼지 못하게 돼 갑니다.

기업은 점점 더 망해가고, 일자리는 점점 더 축소하고, 세수도 작아져 갑니다. 지난해의 세수가 87조인데 세출은 130조가 넘습니다. 금년부터는 매년 20-30조의 공적자금을 갚아야 합니다. 무슨 돈으로 감당합니까? 남은 건 약간의 연금과 기금들입니다. 그나마 국민의 눈을 속이기 위해 주가를 띄우는 데 사용되고 있지만, 주가의 차익들은 외국의 큰손들이 빼내갑니다. 연기금 마저 다 날려버리면 배째라는 소리를 하게 될 것입니다.

시스템을 안다는 저 같은 사람에게도 난감해 보이는데 거리투쟁, 감옥투쟁, 이념서적 읽기로 젊음을 탕진한 386의 어린 이념세력들이 과연 어떻게 혜쳐나갈 지 참으로 난감해 보입니다. 결국은 개혁은 없고 40년 이전으로 퇴화한 사이공 거리 같이 쓸쓸한 갈대만 삭풍에 흔들릴 모양입니다. 공무원들이 코드 때문에 잘려 나가고, 서민들은 일자리에서 잘려나가는  대규모 실직사태만 맞게 될 모양입니다.

하지만 이 사람 저 사람 가리지 않는 산사태 앞에서는 숙청당한 사람들만 깔려죽는 게 아니라 숙청한 사람들도 깔리게 될 모양입니다. 비전을 내놓아라 말을 하지만 이는 “나의 비전이 곧 저들의 비전으로 받아들여 질 수 있을 때”에만 가능합니다. 공산화의 코드를 가진 사람들에게 국가부흥과 애국의 길을 보여주며 “제발 저리로 가 달라”고 조른들 무슨 소용 있겠습니까? 조용히 입다물고 있으라며 매만 맞을 게 뻔한데요.

                    2003. 5.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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