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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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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정책은 친북활동의 보호막인가

최근 우리 사회에서는 들어내놓고 북한을 찬양 고무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북한을 도와주자는 운동이 마치 유행 처럼 번지고 그런 축에 끼지 못하면 마치 비인도적인 사람으로 비쳐지는 듯한 느낌이 드는 사회가 돼가고 있다.

북한에 대해 들어내놓고 긍정적으로 말하는 이들의 수는 점점 더 늘어나는 반면 대북 정책에 대해 비판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숨을 죽이고 속병만 앓고 있는 이상한 세상이 돼 버린 것 같다.

정상적인 안보 의식을 가진 사람들로서는 마치 우리 사회가 말없이 적화돼가고 있는 것 같은 음산한 기분마져 든다. 고속도로에서 속도를 위반하는 차량들의 수가 적을 때에는 위반한 차량을 쉽게 잡아내지만 위반하는 차량의 수가 많을 때에는 경찰도 잡을 엄두를 내지 못하고 손을 놓게 된다.

옛날에는 간첩들이 음지에서 활동을 했기 때문에 간첩을 잡아내는 단서가 희귀했지만 요사이는 너무나 많은 단서가 난무하고 있으며,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양지에서 들어내 놓고 친북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간첩 잡기에 관한 한, 공안당국도 손을 놓고 있을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어느덧 간첩 방치의 사회가 된 것 같다.

얼마전 대통령께서 김정일을 "지도자로서의 덕목을 갖춘 식견있는 인물"이라며 공개적으로 추켜세운 사실은 정서적으로도 납득하기 어려운 사건이지만 우리의 상식으로는 실정법을 위반한 위법 행위가 아닐가 하는 생각이 든다. 보안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집권당 측 주장은 있었지만 아직까지 보안법은 그대로 살아있는데 군의 최고 통수권자가 적장의 덕목을 칭찬한다는 것은 매우 놀리운 충격이었다.

김정일은 대남 도발을 위해 국부의 30% 이상을 군사비로 투입하느라 연간 수십만명의 아사자를 내고 있는 반인권적 독재자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남한에서의 평가가 아니라 국제사회에서의 평가다. 그런 그를 식견있는 인물이요 지도자로서의 덕목을 갖춘 인물이라고 하면 이제까지 남한 국민들이 가지고 있던 상식은 뿌리부터 흔들릴 것 같다.

"아, 김정일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는 다른 인물이구나", "어쩐지 미국을 다루고 있는 걸 보면 그는 상당한 인물임에 틀림 없어. 민족적 긍지 마져 느끼겠는 걸", "지난 해에 정주영씨가 평양에 갔을 때 정주영씨에게 보여준 도량을 보면 상당해", "그가 박정희를 높히 평가하는 걸 보면 그에게 상당한 균형감각이 있는가봐", "김대중 대통령이 그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걸 보면 그가 통일을 시킨다 해도 캄보디아에서 처럼 사람들을 함부로 죽이지는 않을꺼 아냐?";

사회 일각에서 일고 있는 정서들이다. 이렇게 되면 국가의 안보는 속으로부터 허물어 질 수 밖에 없다. 정신력이 뒷바침되지 않는 국민과 군대에 무슨 싸울 능력과 의자가 있겠는가?

대통령이 앞장서서 북한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하기 때문에 이제까지 물밑에서만 은밀하게 행동하던 친공 세력들이 당당하게 모습을 들어내놓고 활동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햇볕정책은 이들 친북세력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방파제인 것 같다. 사실상 현정부는 매우 꾸준하게 국민의 안보의식을 혼란시켜온 것 같다.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자. 지난해 9월6일자 한국일보 3면에 DJ와 타임지와의 회견 내용이 소개됐다. "식사 때 음식이라도 남길 경우 식량난을 겪는 북한 형제들의 고통을 생각하며 몹시 괴로워한다. 이들을 조금이라도 더 돕고 싶지만 국민여론이 너무 부정적이어서 대북지원 추진에 애를 먹고 있는 게 사실이다라고 밝혔다".

이 말의 자간을 읽으면 그의 마음 속에는 두 가지가 담겨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나는 국민에게 북한 주민에 대한 긍휼심이 없다는 데 대한 못마당함일 것이고, 다른 하나는 불쌍한 북한을 도와주지 못하게 하는 국민이 원망스럽다는 생각일 것이다.

1999년 연초에 일간지들에서 이런 글을 읽은 기억이 난다. "북한이 제발 도와달라고 말한마디만 하면 금방 비료를 갖다 줄텐데!". 일본과의 어업 협상에서 수많은 어민들이 어장을 잃었다. 정부의 무성의한 협상 자세에 대한 비난이 빗발치고 있었을 때였다. 바로 그때 3,000척의 어선들이 남아돌게 됐다는 보도가 잇따랐다. 보도가 있기 무섭게 정부는 그 어선들을 복한에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에 수많은 중소기업들이 자금난으로 문을 닫았다. 정부는 그들의 감정을 헤아려 주기는커녕 김종필 총리가 국회에 나와 그 남는 장비들을 뜯어다 북한에 설치해주겠다고 발표했다.

금강산 관광 사업을 통해 연간 3억 달러 정도의 현금을 합법적으로 북한에 건네 주려한다. 이로 인해 현대는 지난해 말까지 2,000억원의 적자를 봤다 한다. 재벌이 진 빚은 결국 국민이 갚아 왔다. 그 돈도 국민이 갚아줘야 할 것 같다.

현대를 통해 달러를 현찰로 공급하는 것도 실정법에 위배된다고 본다. 분명히 휴전선에서는 북한이 우리의 적이다. 그런 적의 수뇌에게 달러 뭉치를 갖다준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정책도 법 테두리 내에서 전개돼야 한다. 이는 적을 이롭게 할뿐만 아니라 국민과 병사 전체의 안보 정신을 허무는 요소일 것으로 본다.

우리는 KEDO를 통해 북한에 50억 달러에 해당하는 핵발전소를 지어주고 있지만, 거기에 추가해 한전은 평양에 3억 달러에 상당하는 화력 발전소까지 지어주고 5-6천만 달러를 들여 북한에 송전선을 건설하여 남한 전기를 공급해주는 계획까지 발표한 적이 있다.

이런 일연의 사실들을 바라보며 우리 국민은 과연 현정부가 남한국민에 대해서도 저렇듯 애뜻한 정을 표현해본 적이 있으며 저런 열성을 보여준 적이 있었는가를 생각하게 된다. 우리에게도 불쌍한 국민들이 많다. 현재는 거의 모든 실직자들에게 공공 근로비를 배급해주지만 이는 일시적 배급에 불과할 뿐, 언제까지 계속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아무래도 선거가 끝나면 그들에게 줄 돈도 바닥이 날 것 같다. 그런 돈이 북한에까지 간다면 우리 국민들은 그만큼 더 빨리 밥을 굶게 될 것이다.

미국은 북한이 5년이내에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핵무기 탑재 대륙간탄도탄을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남한이 제공하는 현찰이 여기에 사용될 수도 있다. 북한으로 인해 남한은 매년 15조라는 엄청난 국방비를 쓰고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정부의 대북 사랑은 점점 더 크고 깊어만 간다. 현정부가 과연 남한을 위한 정부인지 혼돈스러울 만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북한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하면 그 즉시 검은 짚차에 실려 이슬처럼 사라졌던 수많은 공포 사례들을 국민은 기억한다. 이런 안보환경에 50년간 익숙해온 남한 국민들 눈에는 정부의 대북 사랑이 충분히 이적행위로 보일 수 있다.

그래서인지 정부는 보안법을 손질하겠다고 한다. 보안법의 핵심개념이었던 "이적행위"를 빼내고, 남한의 안보를 위태롭게 한 사람만 처벌하겠다 한다. 북한은 더 이상 적국이 아니며, 북한을 도와주는 것은 이적행위가 아니란다.

대북한 이적행위 말고 남한의 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행동이 과연 무엇이 또 있을까? 안보를 위협할 나라가 없어졌는데 무슨 행동이 남한의 안보를 허무는 행위란 말인가? 결국 새로운 보안법은 기존의 보안법 전체를 없애자는 것으로 보여진다.

결국 북한을 돕는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지 않을 것이니, 누구든 정경분리 원칙에 따라 북한에 발전소, 공장, 항만, 도로 등을 건설해주고 달러도 공급해주라는 것이 햇볕정책이다. 북한은 천문학적인 도움을 개방이라는 값을 치르지도 않으면서 거저 받고 있다.

정경분리란 말은 그럴 듯 해도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원칙이다. 지난해 6월에 서해사태가 돌출했다. 금강산 관광이 즉시 단절됐다. 정경분리라면서 왜 서해사태 때문에 금강산 관광을 중단하는가?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면서 정부는 만일 북한이 대포동 2호를 발사하면 다시 사업을 중단하겠다는 발표를 했다.

정경분리라면서 왜 대포동 2호 발사와 관광사업을 연계시키는가? 미국에는 정경분리가 없다. 결국 정경분리란 북한을 도와주기 위한 그럴듯한 미사여구에 불과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2000. 5. 21 재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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