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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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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지에서 양지로 나온 친북 세력

인터넷 홈페이지 www.onekorea.net으로 들어가보면 "주한미군철수 국민운동본부"가 형성돼 있다. 37세의 리인수씨가 회장이고 학술단체협의회, 범민련남측본부, 북미주조국통일동포회의, 리영히 전한양대 교수, 강정구 동국대 사회학과 교수들의 글이 실려져 있다.

이들 글에서 발견되는 표현들은 예전 같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노골적인 전투적 구호들이다. "전쟁을 부추기고 자주적 평화통일을 가로막는 주한미군은 즉각 철수하라", "미국은 정전협정의 폐지를 선언하고 북한과의 평화협정을 체결하라", "양민학살 만행에 책임지고 유족들에게 무릎끓고 사죄하라", "정권 보안법인 국가 보안법을 즉각 철폐하라", "민족주의 기치를 높여들고 조국통일의 한길로 내달리자", "미국의 제국주의 만행을 쳐부수자" 등의 공산주의식 표현들이 난무하다. 옛날 같으면 보안법에 저촉될 내용들이 북한식 표현을 그대로 담은 채 직설적으로 전개돼 있다.

다시 www.onekorea.org으로 들어가 보면 분위기는 완전히 학구적으로 바뀐다. "미주 통일학 연구소"가 북한 주도에 의한 통일의 당위성과 필연성에 대한 논리를 매우 설득력 있게 전개하고 있다. 미국과 북한간의 투쟁사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다. 삼국시대의 역사로 거슬러 올라가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적 사실을 그들의 시각에 맞추어 매우 설득력 있게 전개하고 있다.

그 글들을 읽어 내려기면 웬만한 사람들은 김정일을 민족의 유일한 지도자라고 가히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북한은 군사. 정치적으로 통일을 이룩할 수 있는 만반의 준비를 다 갖춰놓고 있기 때문에 연방제 통일이 곧 현실화될 수 밖에 없다는 현실적 결론을, 역사적 당위성을 곁들여 가면서 상당히 실감있고 설득력 있게 전개해 놓고 있다.

북한은 핵무기와 장거리 유도탄을 이미 확보해가지고 있으면서 미국을 협박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은 꼼작도 못하고 이끌려 가고 있으며, 머지 않아 미국은 북한의 통일 정책에 순응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남한 민중이 원하던 않던 간에 남한은 북한에 의해 통일 될 수 밖에 없다는 논리를 아주 그럴 듯 하게 전개하고 있다. 웬만한 사람들은 그 논리에서 하자를 찾아내기 매우 어려울 만큼 정교하게 쓰여져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로 보인다.

이들에 대한 대응 논리는 국방부의 홈페이지인 www.mnd.go.kr에서나 찾아볼 수 있다. 군은 "군비통제의 이해와 남북 군비통제 방향", "유엔사의 위상과 존속 필요성"이라는 제목의 글을 싣고 있지만 위의 글들에 대한 적수는 되지 못하고 있다. 국방부 홈페이지에는 우리가 늘 들어오던 단편적인 주장들만 나열돼 있고, 새로운 것들이 별로 없다. 대응을 위한 논리라기 보다는 원칙들만 나열돼 있어 이들 새로운 세력들의 공격적인 논리들을 반박하기엔 역부족이다.

"남북한 군사력은 비대칭적이기 때문에 북한이 먼저 대량살상무기를 포기해야 한다". "선 신뢰구축 후 군축이 군비통제의 기본원칙이다". "아직도 북한의 재래식 전력은 남한보다 우세하다". "섣불리 접근하는 것은 곤란하다", "남북기본합의서에 따라 신뢰부터 쌓아야 한다". "북한은 믿을 수 없는 상대다. 믿을 수 없는 상대와의 군축은 실패한다"는 식의 다소 진부한 내용들이 나열돼 있을 뿐이다.

주한미군 존속의 필요성에 대한 국방부의 해명은 세 가지로 집약돼 있다. 1) 침략의 위험이 상존하고 있다 2) 주한미군 철수는 평화체제 구축에 실질적인 진전이 있을 때에만 거론할 수 있다. 3) 주한미군은 통일 이후에도 주둔해야 한다.
이러한 원칙들은 정부가 정한 원칙들일 뿐 국민들을 이해시키고 납득시킬 만한 논리로는 전개돼 있지 않기 때문에 이들 새로운 세력들이 전개하는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전혀 반대 논리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 새로운 세력들은 민족의 자긍심을 내걸고, 우리 민족을 멸시해오고 있는 미국에 대한 한을 풀자고 호소하고 있다. 이들은 남한 정권을 미국의 앞잡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이에 반해 김정일은 미국의 멱살을 쥐고 이리저리 끌고 다닐 만큼 배짱있고 영웅적인 민족의 지도자라는 점을,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구체적 사례와 현실을 인용하면서, 줄줄이 엮어가고 있다. 우리 모두가 알고 있던 단편적인 역사적 사실과 현실적 사실들이 그들의 시각으로 매우 설득력 있게 해석되고 있다.

"맞아, 지금 세상 돌아가는 꼴 보면 그럴 가능성도 꽤 있어", "북한이 우리를 통일하면 우리는 어떻게 되는 거지?", "잘사는 놈들이나 혼나고 우리 같은 민초야 어느 세상이 판을 잡든 매 한가지 아냐?" "북한이 우리를 통일하게 되면 지금부터 북한에 잘못 보이는 행동을 삼가고 말한마디라도 공을 쌓아 두어야 겠네?", "지금 북한에 동조하는 사람들, 북한을 도와주자는 사람들, 다 북한에 공쌓으려는 사람들 아냐?", "잘사는 놈들은 미국으로 도망가겠지, 앉아서 당하겠어?":

이상은 필자가 위의 충격적인 글들을 읽고 북한이 남한을 통일시킬지도 모른다는 그들의 주장을 몇몇 중산층들에게 들려줬을 때 그들로부터 나온 반응들이다.

전방에 땅굴이 20개 이상 존재한다는 것은 거의 확실한 정보로 알려져 있다. 단지 발견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지난 10년 이상 몇몇 민간인들이 사재를 털어넣고 빚까지 얻어가면서 발견해낸 것이 연천에서 찾아낸 굴이다. 그 굴을 땅굴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간의 정황들과 사진으로 보아 땅굴일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꽤 많다.

그것이 땅굴로 판명나든 일반 동굴로 판명나든 그것은 두째 문제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그들 민간인들의 노력이 이 나라 안보의식의 귀감으로 칭송돼야 마땅함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지금 미친 사람들쯤으로 취급되고, 남의 잔치에 나타난 불청객 쯤으로 취급되면서 당국으로부터 싸늘한 시선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누구보다도 군과 군의 최고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앞장서서 그 굴이 무슨 굴인지를 규명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은 정부의 안보관을 신뢰할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의 반응은 의외였다. 규명해보려 하지는 않고 먼저 땅굴이 아니라고 일축하고 있는 것이다.

일국의 군주(?)가 "땅굴이 아니다"라고 결론을 내고 있는 판에 그 누가 그 굴이 땅굴일지도 모른다며 목을 걸고 규명하려 들겠는가? 그렇기 때문에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민족주의를 가장한 친북 세력들이 판을 치고 있는 게 아닐까? 아마도 한국 안보의 가장 위험한 요소가 바로 이 사례에 응축돼 있는 것 같아 이 사회의 진로에 대해 음산한 기운마져 느끼게 하고 있다.

2000. 5. 21 재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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