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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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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구분단 통일론

현정부는 통일의 개념을 두 가지로 정의하고 있다. 하나는 "사실상의 통일"이고 다른 하나는 "법적인 통일"이다. 남북한이 자유롭게 왕래하고 교류하고 협력할 수 있는 상태가 바로 사실상의 통일이라는 것이다. 법적 통일은 1체제 1국가, 즉 한반도에 한 사람의 대통령을 갖는 통일이라고 말한다.

현정부는 여기에 대해서마저 남북한의 지위에 대해 말이 없다. "2개의 임시집단"간의 자유왕래인지 또는 캐나다와 미국 사이처럼 "2개의 독립국가"간의 자유왕래인지에 대해 확실한 정의가 없다.

지금처럼 남북한을 "통일국가로 편입돼야 할 2개의 임시집단"으로 엉거주춤하게 정의해 놓은 상태에서는 남북한은 영원히 서로가 서로의 통일 대상일 수밖에 없다. 휴전선도 변화하지 않는다. 남북한 주민이 자유롭게 왕래하는 사실상의 통일도, 법적 통일도 모두가 다 말 잔치일 뿐이다.

"2개 집단"간의 평화공존도 있을 수 없다. 남북한이 통일을 기다리고 있는 임시집단으로 개념이 설정돼 있는 한, 통일노력은 언제나 정당화되고 끊임없이 진행된다. 통일은 먹고 먹히는 게임이다. 통일이 정당화되는 한, 남침의 길은 언제나 뚫려 있다. 그래서 우리는 통일당하지 않으려고 엄청난 군사비를 쓰고 있는 것이다.

"통일돼야 할 2개 임시집단간의 평화공존!". 과연 그것이 가능할까? 평화공존 기간은 통일로 가기 위한 중간 정거장이다. 한시적으로 쉬었다가 다시 통일로 가야 한다. 그 정차 기간을 20년이라고 가정해보자.

그러면 20년 후에는 곧바로 통일이 돼야 한다. 그러면 남북한은 각기 그 통일을 자기편에게 유리하게 이끌어 내기 위해 벼라 별 일을 다 하게 된다. 군사비도 몰래 증가하고, 불신도 지금보다 훨씬 더 증폭된다. 시한이 짧기 때문이다.

그러면 그 20년간의 평화공존 기간이 평화기간이겠는가? 불신의 기간이요, 긴장의 기간이요, 군비경쟁의 기간이 될 것이다. 그래서 가까운 통일을 전제로 하는 평화공존은 가능할 수 없는 것이다. 이론과 실제가 이러한데도 불구하고 정부는 평화와 통일을 다 같이 한 바구니 속에 담아놓고 수박의 겉만 핥고 있다.

지난 50년간 남북한은 통일을 외쳐왔다. 남한에서 통일을 외치면 북한이 긴장했고, 북한에서 외치면 남한이 긴장했다. 지난 50년간 우리는 통일을 잡으려 했다. 그 결과 통일은커녕 평화마저 깨졌다. 앞으로 50년간 또 똑같은 게임을 반복해보자. 아무 것도 바꾸지 못할 것이다.

이제는 평화를 추구해야 한다. 평화를 얻으려면 통일을 버려야 한다. 이는 한반도에 2개의 주권국가가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남북한을 주권국가로 인정해야 한다. 그런데 매우 이상한 현상이 있다. 정부를 포함한 많은 통일 전문가들이 이러한 2국가 2체제의 존재를 한사코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통일되기 전까지는 남북한이 어디까지나 "2체제 2집단"이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통일국가는 오직 "1체제 1국가"여야하며, 1체제란 민주체제여야 한다는 것이다. 혼자만 약은 것이다. 과연 이러한 욕심이 가능할까? 북한을 강제로 흡수하기 전가까지는 불가능하다.

필자의 통일 방안은 "영구분단 통일론"이다. 남북한이 "2개의 독립국가"로 갈라서서 사이 좋은 이웃국가 아니 형제국가로 공존하자는 방안이다. 주권국가로 갈라서고, 양측이 법률적 통일을 영원히 시도하지 않기로 해야만 남북한은 캐나다와 미국사이처럼 마음대로 왕래할 수 있다. 그러면 그게 바로 통일이 아닌가?

말만으로는 안 된다. 첫째, 휴전선을 국경선으로 바꾸고, 둘째, 남북한이 과감하게 군축을 해야 한다. UN감시 하에 상대방을 기습할 수 없는 매우 작은 군사력으로 축소돼야 한다. 셋째, 그 대가로 한.미.일은 북한에 미니 마샬 플랜을 제안해야 한다.

상호감군에 대한 정당성, 규모, 절차는 나의 홈페이지 www.systemclub.co.kr에 수록돼 있다. 주변국이 모두 군사강국인데 우리만 그렇게 하면 되느냐? 바로 이런 분석되지 않는 시각들이 통일학자들에게 고정관념으로 정착돼 있기 때문에 우리는 한 발도 전진하지 못하는 것 같다.

2000. 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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