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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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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철수와 공동역사

2000년 9월 27일에는 노동신문이, 28일에는 조선중앙방송이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했다. "미국이 남북통일 후에도 미군을 한반도에 계속 주둔시키겠다는 것은 통일을 끝까지 방해하겠다는 것이며, 더 나아가 조선반도를 기어이 가로타고 앉겠다는 야망의 발로"라고 맹 비난했다.

6.15 정상회담에서 돌아오면서부터 DJ는 "북한을 신뢰하며 앞으로 전쟁은 없다"고 선언했다. 무엇 때문에 김정일을 신뢰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주한미군 주둔을 이해했고, 통일 이후에도 주둔하는 것을 양해했다"고 말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심한 말이다.

북한은 군사 당국간에 직통전화를 가설하자는 최소한의 신뢰구축 조치에도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신뢰를 위한 가시적 조치는 단 한 개도 없다. 그런데 김정일이가 술좌석에서 한 말을 마치 예수님 말씀으로 알아듣는 DJ를 우리는 어떻게 봐야 할까? 우리는 판단력이 흐린 선장에게 운명을 맡기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2개의 통로를 열어주고, UNC의 간섭을 배제한 채, 공동역사를 만들어 남북한 사람들만 근무하게 하면 어떤 현상이 벌어질 수 있을까? 남한을 그냥 가져가라는 뜻이 될 것이다.

북에서 병력을 잔뜩 실은 열차가 새벽 2시에 서울역으로 달리고 싶다고 하자. 그 시각에 역사에 근무하는 북측 역무원들이 대다수의 남측 역무원들에게 향응을 제공하여 취하게 만들 것이다. 어쩌다 남아 있는 역무원은 북측 역무원에 의해 살해될 것이다.

공동역사 건설에 대해 군은 민간인 통제가 어렵다는 점만을 고려하고 있지만, 공동역사를 운영한다는 것은 서울역까지 마음껏 병력을 날라보라는 허가서인 것이다. 많은 장비를 사주고 가족의 생계까지 책임지면서 국방을 위탁했지만 좀처럼 믿음이 가지 않는다.

1996년9월 강릉 잠수함 작전 때 보여준 육군의 능력, 속초에 나타난 잠수정 처리에 대한 해군의 능력을 볼 때도 그랬지만 이번엔 더 한 것 같다. 장군들이 "넓은 고속도로는 적에게 불리하고 우리에게 유리하다"는 변명을 했다. 길은 언제나 공자에게 유리하다. 이는 누구도 뒤집지 못하는 철칙이다.

군은 인민군이 어느 통로를 타고 남침할 것이냐를 판단한다. 이를 "접근로"라고 한다. 군이 판단한 "접근로"에 도로 없는 접근로는 단 한 개도 없다. 육군의 모든 방어진지는 도로를 따라 축차적으로 구축돼 있다. 인민군은 반드시 도로만을 타고 온다는 것이다. 이를 육군에선 "견부진지"라고 부르고 있다.

물론 대다수 장교들은 통로 개설에 대해 아연실색한다. 고민도 한단다. 이는 신동아 10월 호에 잘 지적돼 있다. 그러나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앵무새가 된단다. 그러니 어찌 군을 믿을 수 있는가?

2000. 9.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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