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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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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 상호감군의 논리

평화공존 체제하에서의 군사력과 대결 체제하에서의 군사력은 판이하게 다르다. 평화공존은 두 가지 시스템 상의 변화를 전제로 한다.

하나는 현재의 휴전선을 국경선으로 전환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UN감시하의 상호감군이다.

이는 엄청난 변화이다. 지난 반세기간 서로를 불신해온 남북한 당국이 이 엄청난 변화를 주도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따라서 UN과 주변국의 중재와 보장이 필요한 것이다.

평화공존이 보장되려면 남북한은 얼마만큼의 군사력을 가져야 하는가. 각기 10만 정도이다. 10만으로는 무슨 장비로 무장한다 해도 상대방을 기습 공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은 통일 이후의 군사력이 주변국들에 어울릴 만큼 막강해야 하기 때문에 10만 감군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들은 통일 이전의 군사력과 통일 이후의 군사력을 동일시하고 있다. 그러나 통일 이전의 군사력과 통일 이후의 군사력은 달라야 한다.

통일 이전의 군사력은 통일을 앞당기는 군사력이고, 통일 이후의 군사력은 주변국에 어울리는 군사력이어야 한다. 통일 이전의 군사력이 막강하다면 남북한은 각기 상대방으로부터 기습공격을 받지 않을까 긴장하게 된다. 남북한간에 긴장이 흐르면 어떻게 통일이 오겠는가.

따라서 통일 이전의 군사력은 상대방을 안심시켜 줄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작아야 한다. 30만 대군은 상대방을 기습할 수 있는 군사력이다. 20만은 반신반의의 군사력이다. 상대방에게 신뢰를 줄 수 있고, 상대방을 안심시켜 줄 수 있는 군사력은 10만 정도라야 한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남북한이 각기 10만의 군사력만 가지면 남북한이 공히 주변 군사대국들로부터 지배를 받게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그러나 지금의 국제 질서하에서는 군사력이 강한 나라가 군사력이 작은 나라를 함부로 빼앗거나 복종시킬 수 없다. 설사 남북한이 모두 무장해제되었다 해도 한국의 안보는 유지될 수 있다. 어느 한 주변국이 한국을 점령하는 것을 다른 주변국들이 좌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통일 이전의 군사력 문제는 1km앞의 토끼요, 통일 이후의 군사력 문제는 10km앞의 토끼다. 누구도 두 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잡지 못한다. 통일 이후의 막강한 군사력이 필요하다면 그 때에 군사력을 건설해도 늦지 않다. 군사력은 줄이기는 어려워도 키우는 것은 매우 쉬운 일이다.

통일 이후를 위해 통일 이전에도 막강한 군사력을 갖아야 한다면 남북한간에는 불신과 긴장이 가시지 않을 것이다. 각기 막강한 군사력을 가지고 있으면서 외치는 통일은 정치적 프로파간다에 불과하다.

많은 이들은 신뢰구축이 군축의 전제조건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는 틀린 말이다. 군축이 신뢰의 전제조건이다. 상대방의 군사력이 막강한데 어찌 상대방을 신뢰할 수 있겠는가.

군축은 협상을 통해 얻을 수 있지만, 신뢰는 협상을 통해 얻을 수 없다. 신뢰는 오직 주권 분리와 군축이라는 개관적인 시스템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것이다. 협상을 통해 군축을 이룩하고 군축의 바탕 위에 신뢰를 쌓아야 남북한이 "사이좋은 이웃국가"로 전진할 수 있다.

2001. 3.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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