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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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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이 한 학교에 보내는 공문 연간 3,00건

교육관련 공문은 33%뿐

고교평준화 30년(고사들의 좌절)  조선일보에서


각 학교를 모든 면에서 똑같게 만들겠다는 평준화 정책은 학교에 대한 교육당국의 규제를 강화하는 부작용도 가져왔다. 성격과 여건이 다른 학교들을 평준화시키려니, 교육당국이 하나하나 지시하고 감독하려 들면서 나오는 폐해다.
지난 4월 윤덕홍 교육부총리가 학교 현장의 소리를 듣겠다며 서울 경복고를 방문했을 때, 교사들은 교육당국이 1년에 일선 학교에 보내는 공문만 3700건이며, 그 중엔 운동장이 몇 개냐는 것을 매년 보고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따졌다. 교육 당국이 간섭과 규제로 시어머니 노릇을 하는 바람에 교사들이 본연의 업무인 수업에 집중할 수 없다는 하소연이었다.

실제 서울 시내 한 고교의 2002년 문서대장을 확인해 보니, 지난 1년간 내려온 공문이 총 5544건이었다. 방학 4개월과 일요일을 빼면, 하루 평균 25건의 공문들이 학교로 내려온 셈이다. 단순한 공지안내 공문도 많았고, 학생용 책걸상 현황 제출 같은 단순 보고통계를 요구하는 공문도 상당수였다. 고교 교육과는 전혀 상관없는 중소기업 제품 구매실적 보고(1월 23일), 세계 물의 날 주민소유 지하수 관정 대청소 실시협조(3월 25일) 등과 같은 공문도 있었다. 이 학교 박모 교사는 공문을 받을 때마다 내가 교사인지 동사무소 직원인지 되묻게 된다고 했다.

작년 한국교육개발원의 조사에서는 상반기 동안 한 고교에 전달된 공문 중 수업이나 교사활동학생활동과 관련된 공문은 전체의 32.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공문 공해에 대해 교사들은 교육행정 편의 및 관행(49.6%), 교육행정기관의 권한 유지(22.3%) 등을 교육규제가 완화되지 않고 있는 대표적 이유로 꼽았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작년 발표한 교육규제 개혁의 국제동향분석 연구보고서는 이에 대해 학생선발부터 교육과정 운영, 교원 인사, 납입금 정책 등 중등 교육 등 거의 전분야에 걸친 각종 규제들은 평준화 정책 실시로 인해 대폭 증가한 측면이 있다며 초중등 교육 분야의 교육규제 개혁은 평준화 정책에 대한 전면적 개편이나 수정보완에서부터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입력 : 2003.10.24 17:25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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