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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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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58%, 내 자식도 과외(하향평준화)

서울 강남의 한 사립고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김모 교사는 요즘 교과서 말고는 따로 교재 연구를 하지 않는다.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겠다는 것이 교단 경력 5년째인 김 교사 말이다. 그는 고1 교실에, 선행학습으로 고3 과정까지 끝낸 학생과 1/2+1/3의 답이 2/5라고 답하는 학생이 공존한다며 1분이면 넘어갈 교과서 내용을 수준을 바꿔가며 세 번 반복 설명하는 데도 이해를 못하는 아이들이 있고, 상위권 학생들은 학원 갈 생각만 한다고 한탄했다.
고교 평준화 30년, 전혀 수준이 다른 학생들을 한 교실에 모아놓고 가르쳐야 하는 교사들은 좌절하고 있다. 상위권 및 하위권 학생들은 중간 학력 학생에 맞춰 강의하는 교사들을 외면하기 일쑤고, 이들의 수준을 다 감안해 강의하기는 불가능함을 아는 교사들은 힘겨워한다. 학생뿐 아니라 교사들도 평준화의 희생자들인 셈이다.

많은 교사들은 가르치는 보람을 잃어버린 걸 안타까워했다. 서울 청담고의 한 교사는 모의고사 점수가 200점씩 차이 나는 아이들을 모아놓고 도대체 어떻게 가르치라는 것이냐며 여러 학력 수준의 아이를 모아 놓으면 하위권 아이들이 덕을 봐야 하는데 실제로는 그 누구도 공교육의 덕을 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학생들이 학원에서 모든 것을 배워오는 현실에서 이젠 교직의 보람도 사라졌고, 기회만 되면 교직을 뜨고 싶다며 한숨 쉬었다.

실제 2001년 교총이 전국 초중등 교원 266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9.3%가 교직생활을 그저 그렇다거나 불만족스럽게 생각하고 있었다. 1998년 전국 교사 1007명을 대상으로 한 교총 조사에서는 59.1%가 가끔 교직을 그만두고 싶은 충동을 느끼며, 17.5%는 매우 또는 자주 느낀다고 했다. 또 42%가 교직에 대한 좌절감을 매우 또는 자주 느끼며, 49.9%는 가끔 느낀다고 답했다. 이 같은 교사들의 좌절과 불만에는 학생들을 제대로 가르치기 힘든 평준화 교실의 한계가 작용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교사들은 하향 평준화 교육의 구체적 폐해로 교실에서 질문이 사라진 점을 들었다. 서울 D고 김모 교사는 작년 2학기 내내 단 한 번의 질문도 받지 못했다며 상위권은 공부보다는 실수 안 하기 요령을 키우는 데 몰두하고, 하위권은 답 외우기에 매몰돼 교사의 간담을 서늘케 하는 질문은 상상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질문 없는 교실은 교사들의 자기 계발을 막는 역할도 하고 있다. 강남 모 고교 교감은 학생들의 하향 평준화는 교사의 하향 평준화로 이어졌다며 학교 간 경쟁과 교사에 대한 인센티브제를 도입해야 상황이 좀 바뀔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교단 현실을 잘 아는 교사들은 이제 스스로도 사교육에 의지하고 있다. 고교생 딸을 둔 교사 최모씨는 수준이 다른 아이들을 한 교실에서 가르치는 게 힘들다는 것을 알기에 나도 교사이지만 아이를 학원에 보내고 있다고 했다. 조선일보와 한국갤럽의 설문조사에서도 자녀가 있는 교사의 58%가 자녀를 과외나 학원에 보낸다고 답했다.

한국교육개발원 김영철 박사는 실제로는 학교 교사가 학원 강사보다 훨씬 체계적이고 깊이 있게 준비돼 있지만 아이들을 보살피는 구체적인 경영 면에서 다르기에 학생들이 달리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예를 들어 우리 아이가 아파서 오후에 학교에 갔는데 학교에서는 그동안 전화 한 통 없었다며 학원은 5분만 늦어도 바로 전화가 오는 것과 대조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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