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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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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주의와 지역이기주의를 분간하자

민주주의란 개인의 존엄성과 이익을 최대한으로 존중해주기 위한 정치 시스템이다. 개인의 이익을 집단단위로 합치면 집단이익이 되고, 지역단위로 합치면 지역이익이 된다. 민주주의는 다양한 집단이익과 지역이익을 조화있게 반영시켜주는 시스템인 것이다.

[지역주의]는 지역적 프라이드를 키워나가는 가장 아름다운 도구이며, 지역적 이익을 표현하는 가장 자연스러운 도구다. 이렇게 훌륭한 [지역주의]를 우리는 지금까지 [지역 이기주의]라고 매도해 왔다. 이는 민주주의 철학에 어긋나는 것이다.

[이기주의]는 [자기의 이익]을 위해 [남의 이익]을 침해할 수 있기 때문에 비난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지역주의]는 [남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고 자기 지역의 이익을 증진시키자는 주의다. 이는 비난의 대상이 아니라 장려의 대상이다.

어느 정당의 서울시장 후보가 중앙정부 예산을 끌어다가 4조원에 해당하는 서울시 지하철 부채를 해결하겠다고 공약했다. 이것이야말로 지역이기주의의 표본이다. 서울시가 4조의 정부예산을 끌어다 쓰면 다른 지역 국민의 이익이 4조만큼 줄어드는 것이다.

그러나 지역주의는 남의 파이를 빼앗아 오는 것이 아니라 지기의 파이를 키우려는 것이다. [밖에서 잃은 것을 안에서 찾자]는 정신인 것이다. 사람의 능력은 기르고 발휘하기에 달렸다. 100만큼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중앙제도와 중앙리더십의 열등함으로 인해 10만큼의 능력만 발휘하고 있다. 이것을 키우는 것이 지역리더의 역할이다.

남의 이익을 빼앗아 오려는 커닝정신을 가진 지역은 발전하지 못한다. 커닝정신에 위대한 창의력과 결집력이 자랄 수 없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도 지역주의의 산물이다. 한국문화가 있고 한국인의 자존심이 있다. 이를 축소한 것이 지역주의이며, 이것을 확대한 것이 세계주의다. 지방화나 세계화에 대해서는 긍정적이면서 지역주의에 대해서만은 지역이기주의로 매도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국가나 지역 단위에 비하면 너무나 작은 회사단위에서도 회사의 자존심이 있고 이익이 있다. 이러한 이익을 이기주의로 매도하는 것은 자본주의가 아니다. 수천년을 전해 내려온 지역문화가 존중받아야 하는 것이라면 수천년간 내려온 지역주의도 존중받아야 한다.

지방자치의 엔진은 지역주의다. 국민 에너지를 증폭시키려면 국민의 마음속에 프라이드를 심어야 한다. 프라이드를 심으려면 비전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 지역주의는 이를 위한 가장 좋은 기초적 구심점이다.

수백명을 가진 일개 회사도 조직을 작은 단위로 쪼개서 권한과 책임을 위임한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생산성을 올리지 못한다. 커다란 조직을 가지고는 참여와 창의력을 유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가 열고 있는 지방자치제 역시 이러한 분권화 원리인 것이다.

회사의 간부가 어느 일을 처리하는 데 있어, [이렇게 처리하면 개인에게 이익이 되고, 저렇게 처리하면 회사에만 이익이 될 경우] 그 간부가 자연적으로 택하는 길은 [자기이익] 쪽이다. 많은 이들은 이를 이기주의라고 비난한다. 그러나 이를 이기주의로 몰아부치는 간부는 경영자로서의 자격이 없다.

지역주의를 지역이기주의로 비난하는 사람 역시 국가경영에 대한 개념이 없는 사람들이다. 개인이 자기 이익에 따라 행동하면 그것이 바로 회사의 이익으로 연결되도록 하는 것이 훌륭한 경영자다.

지역주민이 지역의 이익에 따라 행동하면 그것이 바로 국가의 이익으로 연결되도록 하는 것이 훌륭한 대통령이다. 지역주의에 문제가 있다면 지역주의 자체를 쓸어묻으려 하지 말고, 문제만을 문제로서 노출시켜 해결해 나가야 한다.

지역주의를 쓸어 묻어 왔던 지금까지의 결과가 무엇이었는가. 과거에는 영남지역의 이기주의, 현재는 호남지역의 이익만을 실현시켜주는 것이었다. 더구나 지금은 호남 싹쓸이다.

지역이기주의라는 말은 중앙통치적 획일주의를 위해 군사정권이 이용했던 선전 도구였다. 획일주의는 가장 게으른 독재자의 통치도구다. 어떻게 개인의 이익이 회사의 이익에 의해 짓밟혀야 하며, 어떻게 충청도의 정서가 영남인의 정서와 일치해야 하는가. 바로 이것이 공산주의식 발상이며 독재주의식 발상인 것이다.

이러한 획일주의에 대해 국민이 착안하지 못했기 때문에 독재가 가능했고, 공직은 모두 선거의 전리품으로 타락했으며, 지역패권주의가 판을 치지 않았는가.

지역단위의 이익과 프라이드, 이 두개의 인센티브가 없으면 무슨 에너지로 지방자치를 성공시킬 수 있겠는가. 따라서 지역주의를 부정적 시각으로 보는 것은 분석되지 않은 정서일 뿐이다.

영호남간의 지역 감정 대립이 이제는 호남과 비호남으로 갈라져 버렸다. 이는 DJ를 업고 득세한 호남인들이 만들어 낸 것이다. 거의 모든 알맹이를 호남인들이 독식하면서 "분열을 조장하는 지역감정을 발설하지 말라"며 압박한다.

지역주의를 지역감정으로 승화시킬 수 있었던 유일한 호남 사람이 DJ였지만 매우 유감스럽게도 그는 그 일신의 영달을 위해 호남사람 모두를 제물로 삼아 버렸다. "호남이라면 이가 갈린다"는 정서는 영남인에게만 있는 게 아니다.

DJ가 나서서 모든 비호남인에게 심어 준 것이다. DJ에게 가장 먼저 돌팔매를 날려야 할 사람들이 바로 호남인들이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본다. DJ는 호남인들만 제물로 삼은 게 아니라 국민 모두를 김정일에게 피의 제물로 바쳐 일신의 영달을 연장하려 하고 있다.

2001. 8.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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