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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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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단체의 문제점

정치인들이 국가경영에는 관심이 없고 당파싸움에만 전념하고 있다. 경제와 안보가 누란의 위기를 맞고 있다. 이로 인해 정권의 안보가 위태로워 지고 있다. 지난 4.13 선거는 정부의 업적이 심판받는 결전장이었고 그 심판에서 여당이 불리한 판정을 받았기 때문에 DJ 정권은 레임덕 현상을 맞아할 것이다. 호남인들에 대한 눈총도 노골적으로 가시화 될 것이다.

이러한 위기를 인지해서인지 집권당은 이번 4월 총선에 모든 것을 걸었다. 그래서 이번 선거는 그 어느 때보다도 더 극심하게 돈선거, 관권선거, 지역선거 현상이 두드러졌다. 여기에 시민단체들이 "총선시민연대"를 구성하여 특정 국회의원들에 대한 낙선운동에 나섰다. 정치인들에 식상한 시민들에게 이들 시민연대의 각오는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그 신선미는 시간이 갈수록 의혹으로 바꿔졌다.

첫째, 총선연대가 정한 개선의 목표에 의혹이 간다. 상품이 공정 시스템의 산물이듯이 국회의원들 역시 정치 시스템의 산물이다. 불양품이 생길 때 우리는 불양품 하나하나를 골라내야 하는가 또는 불양품이 생길 수 없도록 시스템 자체를 개선해야 하는가?

지금의 소선거구 시스템은 마피아 능력을 가진 국회의원을 뽑는다. 옥스포드 사전을 보면 마피아는 뒷골목에서 돈과 조직을 관리하는 사람으로 정의돼 있다. 겉으론 깨끗한 척 쇼를 하고, 속으로는 마피아 행세를 하는 사람이 바로 우리 국회의원들이다. 쇼를 치밀하게 할수록 깨끗하게 보이고 서투르게 하면 총선연대의 제물이 될 것이다.

따라서 정말로 뜻이 있는 시민단체라면 사람을 잡으려 말고 시스템을 고쳐야 한다. 이번 선거는 역사 이래 가장 추악하고 타락한 선거가 될 것 같다. 사람을 잡으려 하지 말고 추악한 선거판을 예방하는 것이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아닐까?

"밀실공천제"라는 비민주적 관행도 바로 잡아야 한다. 그러나 시민연대는 이에 대해 말이 없다. 당리당략의 산물인 "정당명부제"도 타도돼야 한다. 일본인들은 한국의 정당을 "누에 똥누듯이" 자주 바뀐다며 손가락질 하고 있다 한다.

한국의 정당은 인물도 키우지 않고, 정책도 만들어내지 않으며, 자주 바뀌니 역사성도 없다. 그런 정당에 국민더러 투표를 하라니 얼마나 웃기는 주문인가? 시민단체들은 이에 대해서도 말이 없다.

둘째, 시민단체의 순수성에 대한 의혹이다. 시민단체는 끝까지 시민의 대표이어야 그 순수성이 유지된다. 그러나 시민단체의 요직들은 정치인이 되는 발판 처럼 보인다. 김태동, 이진순, 이재정, 한명숙, 서영훈, 이석형 등은 시민단체의 간부들이었고, 그들은 모두 현 여당으로만 진출했다.

한 시민단체가 "병역비리리스트"를 청와대에 제출했다. 의혹에 연루된 21명의 의원중에 한나라당 의원이 13명, 자민령 4-5명 그리고 국민회의에는 불과 2-3명이 들어있다고 한다. 청와대가 한나라당 의원들을 조사시키면 여론상 불리하니까, 시민단체들의 제보를 받아 민의를 받아들인다는 그럴듯한 절차를 밟아 야당을 탄압하려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혹이 앞선다. 만일 그렇다면 시민단체는 여권과 결탁했다는 이유로 지탄을 받아야 한다.

셋째, 시민단체의 활동 성향이 여당 지향적이라는 사실이다. 햇볕정책과 대북지원에 대해서는 적극 지지하면서도 여당이 껄끄러워 하는 탈북자 문제나 북한의 인권문제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옷로비, 피업유도, 언론문건 등 여당측이 공격받고 있는 문제에 대해서도 침묵하고 있다.

이동전화 요금이 비싸다며 문제를 거론했으면서도 막상 그 문제가 현 정권에 대한 문제로 결론지어지자 침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안법과 노동법에 대해서도 그들은 현정권의 노선을 따르고 있다. 그들의 노선에 일치하지 않는 정치인을 반개혁적 정치인으로 몰아붙힌디면 그들은 더 이상 시민을 대표하는 집단이 아니라 이미 정치 집단이다.

넷째, 시민단체 운영비에 대한 자금 출처가 완전히 베일에 싸여 있다. 시민단체가 단 몇푼의 기부금을 받았다 해도 그 출처와 용처를 모든 시민에게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 그것이 투명하지 못하면 시민단체일 수 없으며 시민들로부터 기부금도 받을 자격이 없다. 대기업이나 정부의 투명성을 주장할 명분도 없다.

"출처는 묻지말라, 단 쓰기만 잘하면 된다"라는 시민단체들 내부의 슬로건은 시민단체의 또 다른 독단을 웅변해 준다. 더구나 시민단체는 많은 돈을 현정부로부터 보조받고 있다. 기업이나 정부기관들로부터 연구용역도 꽤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단체들이 여당의 사활이 달려있는 선거에 끼어들어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된다"는 식으로 투쟁을 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의혹을 부르기에 충분하다. 시민단체들은 선거에 뛰어들기 전에 자신들의 문제점부터 해명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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