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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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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의 역사 뒤집기는 실패작이다(의문사진상규명위)

2002.9.5일자 조선데스크 '의문사 규명의 효율'이라는 제목의 글이 실렸다.

"초년병 기자 때, 형사계 사무실의 구석방에는 철제 캐비닛이 있었다. . 어느 날 한 형사가
자물쇠를 돌려 그 속에 뭔가를 집어넣는 광경이 목격됐다. .형사가 캐비닛을 활짝 열어 구경
을 시켜 주었다. '미제’(未濟: 사건을 해결하지 못함)라는 붉은 스탬프가 찍힌 수사 서류철
이 쏟아져 내렸다".

당시의 사건을 당시의 현장에서 조사하는 형사들에게도 '미제'사건이 이렇듯 많았다는 말이
다.

  "기자는 적지 않은 사건을 쫓아다녔다. 어떤 현장에는 유류품도 남아 있고 목격자의 증언
도 있다. 베테랑 형사의 직감에 과학적인 수사 기법까지 동원된다. 수사본부를 차려 며칠째
밤새우는 잠복근무에 들어가기도 한다. 그럼에도 상당수의 사건은 해결되지 못했다. 결국 너
덜거리는 수사 서류에 붉은 스탬프가 찍히는 것이다".

  지금 발생한 사건에 대해 최고의 수사관들과 기자들이 동시에 달려들어도 해결하지 못해
수사서류에 '미제'라는 도장을 찍어 후미진 구석방에 처박히는 모습을 설명한 글이다.

"2년 전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가 발족됐을 때 누군가는 성경 구
절을 인용해 “감춰진 것은 드러나게 마련이고 비밀은 알려지게 마련”이라고 했다. 세월에
파묻힌 의문의 죽음을 풀어준다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 .".

"그러나 위원회가 발족해 한 건의 실적을 내는 데 6개월 반이 걸렸다. 그것도 한 대학생의
의문사를 단순 사고사로 판명한 것이다. 과거의 수사 결론 그대로였다. 유족들의 실망에 대
해 언급할 여유가 없다. 전체 예산 48억원, 인력 95명인 의문사위원회가 이룬 성과의 비효율
은 참기 어려운 것이다. 당시 위원장에게 “의문사 1건 당 약 5,000만원의 세금을 들여 수사
관 1~2명이 몇 달씩 매달리고 있는 셈”이라고 따졌다".

경찰서에 있던 ‘미제’사건의 캐비닛은 무얼 의미하는가?

당시에 수사관들과 기자들이 찾아내지 못한 진실을 10년 후에 조사능력도 없는 진상조사위
원들이 다시 조사하여 진실을 찾아낸다는 것이 처음부터 가능한 일이었을까?

"위원회 조사관은 (10년전) 사건 관련자들을 찾아 나서야 한다. 증언에 불응하거나 거짓 진
술을 해도 제재 수단이 거의 없다. 증거를 확보할 압수·수색권조차 없다. 게다가 현행 법률
로 위원회의 활동 시한은 16일로 마감된다. 길을 나서니 해가 지는 격이다. 한 관계자는
“눈물을 흘리며 증언을 애걸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찾아냈다는 결과는 무엇일까? "위원회가 내린 의문사의 결론은 단지 여러 가설 중
의 하나로만 취급될 뿐이다".

  "재작년 우리 의문사위원회의 모델이 됐던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진실과 화해위원회
(TRC)’에서 활동한 파즐란데라 박사가 방한한 적이 있었다. 그는 “수십 년간의 인권 유
린 행위를 짧은 기간에 다 밝혀내는 것은 기본적으로 불가능했고 우리는 실패하기 위해 만
들어진 조직이었다”고 고백했다".

  2002.9.3일, 안응모 전내무부장관이 헌법소원을 냈다. 의문사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 대부
분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을 구하는 심판청구다. 싸우면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신념을
가진 임광규 변호인이 사건을 맡았다.

  규명이라는 개념이 법률개념에서 보면 매우 애매한 것이라 한다. 사법권이 판결한 사건을
행정부 소속의 1개 위원회가 뒤집는 것은 독립의 원칙에 어긋나며, 위원회의 "인정"(판사의
판결에 해당)은 "적법절차"를 규정한 헌법 제27조에 위배함과 동시에 선량한 시민이 누명을
뒤집어 쓸 가능성이 있으며, 느닷없이 어느 정치인이 대통령이 되어 그 지지자들을 위해 행
정부 소속으로 공신력 없는 규명위원회를 만들어 사법부의 판결을 대신케 하는 것은 사법부
를 무시하고 헌법질서를 문란케 한다는 것이다.

  규명위원회는 비법률인 6명, 사법부의 현직 법관이 아닌 단순 법률경력자 3명으로 구성돼
있어 그 능력상 엄격한 법절차를 수행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으며, 여기에서 어떤 사건을
"인정"(판결)하면 항소, 상고 등 상위 절차 조차 없이 사건이 마무리되는 실로 위험한 "단
심" 절차로서 전근대적인 이단적 구조라는 것이다.

  의문사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은 민주화운동관련자명예회복 및 보상에 관한 법률 등을 그
내용으로 하고 있어 공권력을 반민주화 세력으로 규정하는 편집증이 있어 "인정"(판결)에
편견을 가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민사소송이든 형사소송이든 원고와 피고간의 공개적인 주장과 반론 절차에 의해 다단계(1
심, 2심, 상고, 재심)계의 기회가 주어져 있지만, 진상위원회의 재판(?)은 법률적 능력이 법
관에 비해 너무나 부족한 사람들 9명의 과반수 찬성으로 재판을 한다는 것이다. 이런 거수
절차가 사법부의 판결을 뒤엎는 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선발되는 사람들
은 지역적으로나 사상적으로 완전한 공신력을 증명해 보인 적이 없는 사람들이라는 세간의
지적이다.

  누가 생각해도 이는 웃기는 일이다. 이런 절차에 의해 4.3시사도 통일운동이 되고, 동의대
사건도 애국사건이 되고, 반정부데모가 민주화운동으로 둔갑되는 것이다. 광주폭동사건도 이
와 비슷한 정치수법으로 민주화운동으로 둔갑된 것이다. 현 정부가 끝나면 모두가 뒤집어져
야 할 사건들이라고 본다.

            2002. 8.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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