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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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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모하고 비효율적인 청계천 복원

필자는 시스템에 대한 수리공학적 분석을 훈련받은 사람이다. 수리공학자들이 자주 저지르
는 오류가 있다. 그래서 이들에게 주어진 경구가 있다. "Precisely wrong, Approximately
right". 소수점까지 자세히 계산하지만 전체의 틀이 빗나가는 분석을 하지 말고, 듬성듬성
계산하더라도 틀과 방향이 옳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명박 새 서울시장이 청계천 복원에 집착하는 모양이다. 아마도 예산이 20조 정도 들어
갈 모양이다. 그 많은 돈을 들이고, 또한 상당기간 엄청난 교통지옥과 불편을 겪으면서 강북
중심지에 실개천 하나를 깨끗하게 복원했다고 하자. 그 실개천이 우리에게 무엇을 줄 수 있
겠는가? 들어가는 돈도 엄청나지만 서울시장은 임기 중에 그 프로젝트 하나에 매달리다 다
른 일들을 포기하는 사태를 맞을 지 모른다.

  서울은 한강을 중심으로 강남과 강북으로 나뉘어 있다. 청계천을 복원한다해도 그 실개천
은 강북인들의 작은 사치품이다. 지금도 월계동에는 중랑천이 흐르지만 그 충랑천이 우리에
게 무슨 기쁨을 주고 있는가? 더럽고 냄새나고 때로는 홍수로 교통을 마비시키고 있지 않은
가? 아무리 다녀봐도 중랑천이 서울시민에게 휴식처를 주거나 아름다운 정서를 발산하고 있
는 것 같지 않다. 청계천은 중랑천에 비하면 한참 가늘다. 이를 복원하다 해도 우리는 중랑
천보다 훨씬 작은 또 하나의 냄새나는 실개천을 갖게 될 뿐이다.

  관심의 초점을 실개천에만 돌리지 말고 더 넓고, 더 길고, 아름다운 한강으로 돌려보자.
한강의 고수부지는 41km, 세계에서 한강같이 크고 아름다운 강을 수도에 가지고 있는 나라
는 드물다. 그런 보배를 왜 벌거숭이로 방치하는가.

  수십 리 뻗어나간 한강변에 벚나무 밭을 만들자. 단풍나무, 은행나무, 개나리, 장미도 심
자. 그리고 꽃나무 밑에는 조명도 심자. 틈틈이 문화공간과 체육공간을 만들어 놓자. 곳곳에
서 문화행사가 열릴 것이다. 이렇게 아름다운 공간을 두고 어느 시민이 구태여 주말마다 고
속도로를 메우며 교외로 빠져나가겠는가?

대동강 물을 팔듯이 한강물은 달러 박스가 될 것이다. 삭막한 콘크리트 숲 사이를 떠도는
초라한 유람선이 무슨 달러를 벌어들인단 말인가. 시민들이 한 곳에 북적대지 않으면서 풍
부한 정원의 공간에서 여유롭게 정서를 함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정원사로 하여금 꽃나무 설계도를 그리게 하고, 공무원으로 하여금 나무 심을 장소를 설
계도에 따라 표시하게만 하면, 모든 시민들이 나와서 나무를 심어줄 것이다. 환상적인 꿈의
정원을 가꾸는 일에 동참하지 않을 시민은 없을 것이다. 요사이는 공공근로자들이 남아돌지
않는가.

  한강을 이 정도로 가구는 데에는 불과 3-4조면 가능하리라고 본다. 매 20-30년마다 홍수
가 나면 고수부지에 물이 차 오른다. 더러는 이를 핑계대지만 고수부자 자체를 높이던가 둑
을 쌓으면 된다. 이런 일은 청계천 공사와는 비교가 안 될 만큼 쉽다.

서울시는 지금 10조 정도의 빚을 지고 있는 줄로 안다. 20조라는 엄청난 예산을 실개천에
퍼붓는 것은 서울시가 다른 프로젝트 모두를 포기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서울시장이 해야 할 도 하나의 중요한 일은 서울시의 교통과 공기오염을 한번에 푸는 문
제다. 월남의 옛 사이공 거리를 다녀본 사람들은 그곳을 다시 가고 싶어한다. 사이공 시는
택시로 다니는 데가 아니다. "람브레타"라는 세발 자전거를 타야 맛이 난다. 자전거처럼 사
람이 발을 젓는 것도 있지만, 동력을 이용하는 것도 있다. 세발 자전거 앞에는 두 사람이 앉
을 수 있는 바구니가 있다. 땅에 닿을까 말까 하는 높이에 편히 앉아 한가롭게 거리를 구경
할 수 있다. 아무 데서나 세워서 사진을 찍거나 쇼핑을 할 수 있다.

인도는 검푸르게 우거진 가로수로 덮여 있고, 그 밑에 설치된 비치 파라솔 밑에서 사람들
은 한가롭게 간식을 즐긴다. 도시 곳곳에는 그 나라 특유의 여흥 행사들이 제공된다. 어린이
프로들도 많다.

독일의 거리도 이러한 세발 자전거 문화촌식으로 가꿔질 것이라 한다. 교통과 환경, 관광과
시민 문화에 대한 문제들을 일거에 개선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서울 거리와 교통은 개념 자
체부터 전면적으로 바뀌어져야 한다.

서울 거리를 몇 개 선정해서 모델로 가꿔볼 필요가 있다. 서울의 거리는 자전거, 골프 카트
형 차량, 람브레타식 세발 자전거 들이 다니는 낭만의 거리로 변화시키고, 곳곳에 공간을 마
련하여 문화 행사와 거리 토론회 등 볼거리들이 스스로 채워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하면 교통 문제와 공해 문제가 일거에 해결되면서 서울을 세계적인 관광 명소로 가꿀 수 있
을 것이다. 곳곳에 문화공간을 만들어주고 싱가포르의 하커 센터와 같은 먹고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면 서울시 자체가 문화의 관광도시가 될 것이다.

  청계천 공사비의 50%만 사용해도 서울시와 한강의 면모 모두를 매우 아름답게 가꿀 수
있을 것이다. 서울 시민이 이명박 서울시장을 뽑은 것은 청계천을 복구하는 것이 좋아서 뽑
은 것이 아니라 김민석이라는 민주당 후보를 뽑지 않기 위해 뽑은 것이라고 믿는다. 따라서
이명박 시장은 공약에 집착하지 말고 보다 큰 시야를 가지고 새로운 프로젝트를 창안해 주
기 바란다.

              2002. 7.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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