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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공적자금 50조. 과연 필요한가?

추가 공적자금 50조 과연 필요한가?

과거에는 국채를 터부시했다. IMF는 현정부에 국채를 늘려도 좋다는 명분을 제공했다. 채권을 팔고 공적자금을 찍어내 뭉치돈을 마련했지만 밑빠진 독에 부었다.

부실은행, 부실기업에 110조를 털어 부었지만 남는 건 보다 더 큰 부실과 도덕적 해이요, 변한 것은 광범위한 국유화다. 금융기관이 국유화됐고 은행돈을 빌려쓴 400여 개의 중견기업들이 간접국유화 됐다.

구조조정은 부실을 청소해준 것이지 경쟁력을 기른 게 아니었다. 자금을 수혈 받은 기업의 경쟁력은 형편없다. 그래서 새로운 부실을 만들어 냈고, 또 청소해 달란다. 개혁에 대한 비판 중에서 가장 설득력을 얻고 있는 교훈이 있다. "망해야 할 기업이 속히 망하도록 놔두었어야 했다".

망하지 않고 또 다른 부실을 양산한 것은 독약 같은 공적자금 때문이다. 기업이 2-3년 이내에 경쟁력을 갖춘다는 건 불가능하다. 내년에도 후년에도 공적자금을 더 달라할 것이다.

공적자금을 풀지 않으면 당장 기업과 금융이 무너질텐데 그냥 보고만 있으란 말이냐? 기회는 한번이면 족했다. 망할 기업이 망하는 모습은 2년 전에 보았어야 했다.

그때에 공적자금이 제공되지 않았더라면 많은 기업이 자생력을 키워 다시 소생했을 것이다. 정부도 빚을 지지 않았을 것이다. 방만한 정부기구도 축소되고, 규제도 축소됐을 것이다. 정부산하기관, 공기업이 과감하게 구조조정을 했을 것이다.

정부는 왜 승산 없는 일에 또 다시 돈을 대려 하는가? 비전이 있어서가 아니라 물려버렸기 때문이다. 첫 단추를 잘못 꿴 것이다.

64조를 부었을 때 은행들은 사실상 클린뱅크였다. 그런데 왜 "더티뱅크"가 됐는가? 경영능력을 키우기는커녕 도덕적 해이만 증폭됐기 때문이다. 이번에 다시 50조를 넣어 "클린뱅크"를 만들어 준다해도 내년엔 다시 "더티뱅크"가 될 것이다.

금년 말까지 금융구조조정을 마무리하겠다 한다. 여러 개의 금융기관을 합쳐서 정부가 주인이 되는 지주회사를 만들고, IMF 이후 새롭게 생긴 부실채권을 다시 청소해준다는 것이 내용이다. 이를 진념 장관은 "시스템"이라고 말한다. 행정 조치일 뿐 시스템이 아니다.

몸집 큰 클린뱅크를 만들면 저절로 경쟁력이 생길까? 경영시스템은 원시 수준 그대로다. 큰 은행도 지점의 집합체일 뿐이다. 지점장 한 사람이 온갖 부정을 다 저지른다. 부실기업에 돈을 꿔주고 커미션을 받는다. 대출을 심사할 수 있는 시스템도 없다.

일단 꾸어주고 나면 감시도 않는다. 내부 견제 시스템도 엉망이다. 얼마든지 돈을 훔쳐낼 수 있다. 경영시스템, 내부견제시스템을 현대화하지 않으면 몸집이 클수록 부실 속도가 빨라진다. 64조를 사용할 때 바로 이런 시스템의 설치를 강요했어야 했다.

그랬다면 지금쯤 경쟁력을 갖췄을 것이고, 추가 부실도 내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시스템을 개발-설치하는 데는 최소한 2년이 걸린다. 금년 말까지 될 일이 아니다.

경영시스템이 현대화되지 않는 한 정부의 발목을 잡은 부실금융, 부실 기업은 돈 삼키는 블랙홀이다. 결론적으로 추가되는 50조는 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사용되는 게 아니라 "물려들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블랙홀에 넣는 돈이다. 고리를 끊어야 한다.

현정부는 빚을 내서 돈을 쓰고, 차기정권은 갚아야 할 입장에 있다. 순리에 어긋난 것이라면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 국가 가용자금의 대부분을 정부가 쓰고 있다. 그것도 흥청망청이다. 50조의 추가 자금을 요구하기 전에 공공분야를 개혁했어야 했다. 앞으로 하겠다는 말도 없다.

IMF 직전 우리는 호황을 구가했다. 빚내온 외화가 타는 불꽃을 보고 내는 소리였다. 지금 또다시 호황을 구가하고 있다. 빚내온 원화가 타고있는 불꽃을 보고 있는 것이다.

또다시 50조를 허가해 주면 거기에 또 다른 50조 가량을 얹어 100조의 대팻밥을 태울 것이다. 대팻밥이 타고 있을 앞으로의 1년간은 "봐라! 호황이지 않느냐?"며 불만을 잠재울 것이다.

그 대팻밥 마저 타고나면 더 큰 불황과 대량실업이 잇따를 것이다. 그 때에 발생할 불만은 아마도 차기 정권에게 표출될 것이다. 50조를 추가 조성할 것이냐 말 것이냐는 여당과 야당이 같이 풀어야 할 문제인 것이다. 국회가 정상화돼야 한다. 망해야 할 기업을 망하게 하려면 50조는 풀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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