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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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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자금 비리수사는 국민기만을 위한 예정된 쇼

일간지들이 연일 공적자금으로 도배돼 가고 있다. 나는 "한국호의 침몰"과 칼럼들에서 공적자금은 "김대중이 DJ 당원들에게 알아서 챙겨가라고 내놓은 돈"이라고 틈만 있으면 경고했다. 공적자금을 감시하지 않는 이회창 총재를 식물총재라고 비난한 적도 여러 번 있다.

강봉균, 이현재, 진념 등 현정부에 들어 경제각료를 맡은 사람들은 한결같이 국민에게 말했다. "공적자금 얼마만 허락해 주시면 반드시 구조조정을 성공시키겠습니다".이는 공적자금 유실에 대한 책임과 구조조정 책임을 경제장관이 지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극히 형식적이긴 하지만 이번 감사원에서 조사한 공적자금 비리 형태는 과거부터 기업과 금융기관에 만연해온 기초적인 비리 수법들이다. 장부를 위조하는 수법, 돈을 빌려주고 빌려 받는 사람들이 짜고 나누어 먹는 수법들이다. 금융기관이나 장관이 바보가 아닌 이상 가장 먼저 머리에 떠오르는 것은 공적자금을 빌려주는 바로 그 순간부터 당연히 이런 유의 비리가 시작되리라는 것이다.

금융기관과 기업들에 도둑들이 우글거리는 사실을 모르는 국민은 없다. 그런 줄 뻔히 알면서도 아무런 통제 및 감시 대책 없이 천문학적인 돈을 뿌려주었다면 이는 처음부터 도둑질 해가라는 무언의 암시인 것이다. 우리가 책임을 물어야 할 사람들은 경제장관들이지지, 도둑들도 아니며 예금보험공사나 금융감독원도 아니다. 그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 사람은 경제장관들이요, 대통령이지 국민인 우리는 아니다.

A가 B에게 돈을 빌려 C에게 다시 빌려주었는데 C가 떼어먹었다면 B는 A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 B는 비보같이 A는 그냥 두고 C를 공격하고 있다. 정말로 바보 같은 짓이다. A는 C의 과거기록과 체질로 보아 떼어먹을 사람인줄 번히 알면서 아무런 방책 없이 무책임하게 돈을 빌려주었다. 국민인 B는 경제장관인 A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C의 비리는 A가 알아서 따지고 조치할 일이다. 우리들 B가 언제 C를 상대했던가?

나는 아무런 대책 없이 돈을 뿌릴 때부터 DJ의 의도를 의심했다. "한 맺힌 호남인들이여, 내게 충성한 당원들이여, 모두 일어나 요령 껏 챙겨라". 그래서 경제장관들도 눈을 감았고, 감사원도 눈을 감은 것이다. 지금 검찰이 나서서 요란을 떨고 있는 것은 A와 DJ 그리고 이들의 비호 아래 도둑질을 한 사람들을 보호하고 면죄부를 주기 위해 시도되는 처음부터 예정돼 있던 시나리오일 뿐이다.

약은 척하는 언론들이 이를 눈치채지 못하고 연일 놀아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참으로 우리 처지가 한심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12.3일자 조선일보를 보자.

"공적자금 비리 수사와 관련, 국내외 재산 은닉·도피·분식회계 등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부실 기업주와 부실 금융기관 임직원, 회계책임자 등 100명 가량이 2일 현재 출국금지 조치가 내려진 상태라고 검찰 고위 관계자가 말했다. 검찰은 공적자금 비리 기업주와 부실 금융기관 관계자 등의 혐의가 드러나는 대로 핵심 책임자들을 전원 구속수사하고, 죄질이 나쁜 경우 법정최고형을 구형할 방침이다". 바람잡이로 나선 검찰에게 기대를 건다느니 하면서 검찰을 띄워주고 있는 일간지들이 한심하게 보인다.

조선일보 김대중씨의 칼럼(다음 대통령이 불쌍하다)을 보자.

"150조원이 넘는 공적자금 부실운영의 참상을 보면서 다음 정권과 차기 대통령이 새삼 불쌍해진다. 자기들 앞에 기다리고 있는 「DJ 개혁」의 잔해들이 얼마나 많은 재정적 부담과 사회적 비용을 요구하고 있는지를 아는지 모르는지, 부나비처럼 달려드는 저 대권주자들이 불쌍하다 못해 어리석어 보인다".

「준비된 대통령」이라고 선전했던 김대중 정권은 이제 임기를 마무리하면서 의욕만 앞섰던, 실적에 급급했던, 또는 나라의 골간을 임의로 바꾸려 했던 많은 미완의 과제와 함께 여러 계층의 국민에게 아물기 어려운 상처를 남기고 있다.

"다음 정권은 2003년부터 매년 25조원씩 갚아야 하는데, 그것의 상환능력이 없어 장기채를 발행한다 해도 연간 6조원 이상의 이자를 물어야 한다. DJ정부의 무리한 건강보험 통합과 의약분업 부작용으로 보험재정은 이미 바닥났다. 연말까지 적자규모가 약 2조원이고 내년에만도 3조원 이상 투입해야 하는데 그것을 무슨 돈으로 감당한단 말인가".

"「교육개혁」의 이름으로 추진된 각종 정책의 성급한 추진은 우리 교육을 심하게 멍들게 했다. 우선「학급당 35명」이라는「무늬만 선진국」 흉내로 5조원 이상을 소모하고도 교원확보와 날림공사 등 수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특기 하나만 있으면 대학간다」는 허풍정책은 수많은 교육방랑자를 양산했고 교육평준화는 교육의 빈부격차를 심화시켰다. 「BK21」은 1조4000억원을 들이고도 교수사회를 이완시킨 결과를 가져왔다. 전교조의 교내활동 인정과 정년파동은 교육계의 상·하를 완전히 대립구조로 바꿔버렸다".

"대북정책에 있어서도 오늘에 와서 결과적으로 보면 6·15 남북정상회담이라는 모양새 하나를 얻기 위해 그동안 엄청난 돈을 쏟아 부은 셈이다. 그것도 모자라 「현대」라는 세계적 기업이 이 정권의 대북전선에서 희생양으로 제공된 형국이 됐다".

12.3일자 [태평로] 칼럼(송양민)을 보자.

"지난주 감사원이 발표한 공적자금 감사 결과는 우리 국민들에게 큰 실망과 함께 분노를 안겨주었다. 재산을 은닉한 부실기업주에게 「세금도둑」「공적(公的)」, 공적자금을 방만하게 관리한 공무원들에게 「직무 유기」「파면감」이라는 국민적 비난이 쏟아졌다".

"이번 사태의 근원적인 책임은 물론 부실 기업주에게 있다. 국민의 돈으로 자신의 사복을 채운 이들 부실 기업주에게는 무슨 일이 있어도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기업주 처벌만으로는 부족하다".

"이번 사태에서 첫 번째로 문책해야 할 곳은 공적자금 관리를 소홀히 한 예금보험공사다. 예금보험공사는 부실기업주의 은닉재산을 찾아내는 데 일차적인 책임을 지고 있다. 그러나 예금보험공사는 이번에 감사원이 새로 밝혀낸 사실(부실기업주 해외재산도피 4억달러 적발 등)을 전혀 파악하지 못했고, 부실기업주들이 해외여행을 빈번하게 다니며 호화생활을 해도 이를 조사하지 않은 직무유기를 저질렀다".

"공적자금 관리의 최종 책임자인 재경부와 금융감독위원회 공무원들에 대해 어떤 형식으로든 문책을 해야 할 것이다".

" 재경부와 금감위는 판단착오로 공적자금 11조원을 과다 지원한 실책을 저질렀으며, 공적자금 조성 시기와 지원 시기를 잘못 판단하여 공적자금을 낭비한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모두가 공적자금에 대해 분노는 하면서도 저들이 바라는 바에 따라 장단을 쳐주고 있는 허수아비들로만 보인다*

2001. 1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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