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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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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설턴트는 시스템의 범죄를 찾아내는 형사

  1998년에 대우, 현대, 한진의 철도차량 부문이 빅딜을 당했다. 철도 차량 물량은
제한돼 있는데 납품하겠다는 회사가 3개씩이나 나타나 3중으로 투자를 해서 해마다
적자를 보았기 때문이다. 철도 차량 제조과정을 살펴보면 한국 대기업의 부실한 경
영 스타일을 한눈에 읽을 수 있다.

   1996년 여름. 필자는 이 중 한 기업으로부터 잇단 강연을 요청 받았다. 그 후 어
느 날, CEO로부터 면담 요청을 받았다. "우리 철도차량이 골치 덩어리입니다. 다
른 공장에서 돈 벌어 거기에 메워주고 있습니다. 경영진단 한번 받아봤으면 해서
요. 우선 공장을 한번 둘러보시고 견해를 주시지요. 아, 그리고 경영진단을 하실
때에는 공장에 경영혁신팀이 있으니 같이 참여시켜 주시면 합니다. 진단이 끝나면
그 사람들이 실천을 맡아야 하니까요".

    컨설팅을 한다는 것은 두꺼운 거북의 등을 송곳으로 뚫는 것처럼 파고들기가
어렵다. 어느 곳을 송곳으로 뚫어야 할지 막연할 때가 있다. 컨설턴트들에 따라 접
근방법이 다르겠지만 필자의 경우에는 영업단계에서 주문을 받는 과정, 주문 내용
을 분석하는 과정, 작업 스케쥴을 잡는 방법, 분석결과를 가지고 재료의 종류, 수
량을 결정하는 방법, 설계도면을 그리는 방법, 설계부서에서 걸리는 간, 제조과정
에서 걸리는 시간, 구매업체(vender) 선정방법, 재료가 접수될 때의 검사과정 등을
하나씩 체크해 간다. 이러한 접근방법에 일단 훈련이 되면 그 다음부터는 공장만
둘러봐도 어느 정도의 윤곽이 들어온다.

"객차는 얼마에 납품하나요?". "대당 6억원입니다".

  "불량은 얼마나 나나요?". "재 작업이 많고 지체상금도 많이 뭅니다". "납기가
10개월이라면 설계부사가 몇 달을 잡아먹나요?". "6-7개월은 잡아먹습니다. 설계가
나올 때까지 공장은 한가합니다. 도면이 나오자마자 야근을 시작합니다".  "차량
설계가 매년 바뀌나요?". "바뀌기는 하는데 바뀌는 부분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럼 바뀌지 않는 부분은 먼저 작업명령을 내려야지요". "그런데 설계부에서는 모
든 도면이 다 그려진 다음에야 그 패케지를 생산부로 보냅니다". "왜 그런 걸 조종
하지 않나요. 그거 한 가지만 고쳐도 지체상금을 물지 않을텐데요".

    공장 규모가 꽤 방대했다. 한번 둘러보는 데 4시간이나 걸렸다. 3개의 방대한
건물이 1,2,3공장으로 명명돼 있었고, 각 건물은 세 사람의 생산부장이 하나씩 맡
고 있었다. 공정은 제1, 제2, 제3공장으로 흘렀다. 제3공장에서 차량이 완성되면
별도의 건물로 옮겨 용접이 제대로 이뤄졌는지에 대한 소위 leaking test를 했고,
하자가 발견되면 다시 해당공장으로 들어가 재작업을 했다.

   제1공장은 두꺼운 철판을 자르고 용접하여 차량의 골체를 만드는 곳이었다. 차체
의 바닥과 벽과 지붕을 따로 만들어 용접했다. 작업자들은 느릿느릿 움직였다. 용
접사가 용접도구를 사용하다가 팽개치고 밖으로 나가 담배를 피웠다. 다른 작업자
가 옆 사람들에게 그 도구를 본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아까 아무개가 쓰는 것
같던데. .". 정리, 정돈, 청결, 정비, 작업기율 같은 기본적인 시스템조차 없었다. 필
자를 안내하던 과장이 그 모습들을 못 마땅해 했다. "저 사람들을 간섭할 사람은
없습니다. 공장 일은 자기들에게 맡기고 경영진은 상관하지 말라 합니다". "저 사
람들에게도 특강을 할 수 없을까요?". "특강을 해주겠다고 하면 자기들을 쇠뇌시
켜 일을 많이 시키려는 수작이라고 합니다".

    제1공장에서 하나의 골체가 완성되면 대형 레일에 의해 제2공장으로 이동됐다.
여기서는 차량 내부 및 외부에 부착될 각종 부착물 즉 단조품들이 용접됐다. 많은
단조품들이 천장에도 용접돼야 했다. 받침대 위에 올라가 고개를 뒤로 젖히고 용
접을 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그래서 거대한 기계가 골체를 돌려, 천정과 바
닥의 위치를 전도시켜 주었다. 용접공들은 천장에 쪼그려 앉아 단조품을 용접했다.
골체 옆에는 다른 건물에서 만들어진 단조품들이 쌓여 있었다. 어떤 단조품은 세
대 분의 재고가, 또 다른 단조품은 30대 분의 재고가 쌓여 있었다. 노느니 만들어
놓는다는 것이었다. 재고가 많다는 것은 자금이 많이 사장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재료를 나중에 사서 만들어도 될 것을 미리 사놓는다는 것은 이자 이상의 기회비
용이 유실되는 것이었다.

   골체에 모든 단조품이 용접되면 제3공장으로 옮겨졌다. 여기서는 내장 공사가 이
뤄졌다. 천장에 내장되는 파이프, 배선, 에어컨 등 부착물들이 매우 많았다. 여기에
는 골체를 돌리는 기계가 없기 때문에, 여러 사람이 탁자를 놓고 그 위에 올라가
가정집 도배하듯 고개들 뒤로 젖히고 일했다. 여러 사람이 달려들어 무거운 케이
블을 떠 받히고 있어야 나사를 조일 수 있었다. 한쪽을 떠 받히면 다른 쪽에서 치
렁치렁 흘러내렸다. 흰색 덮개를 덮는 과정은 더 요란했다.

   안내자에게 말했다. "제3공장이 불필요해 보입니다". "예?". "제2공장에는 골체를
회전시켜 천장을 밑으로 돌려주는 기계가 있습니다. 작업자들은 천장에 쪼그려 앉
아 여러 가지 단조품들을 용접합니다. 용접이 끝난 후 청소를 하고 곧바로 파이프,
전선 등 내장물들을 설치하면 저렇게 흘러내리는 케이블들을 놓고 씨름할 일은 없
을 텐데요. 앉은 자세로 케이블과 파이프들을 내장하고, 흰색 커버를 씌우면 간단
할 것을 가지고, 구태여 제3공장으로 옮겨와 탁자들을 놓고 여러 사람이 달려들어
고개를 뒤로 젖히고 목에 핏줄을 세우면서 힘들게 일할 필요가 없을 텐데요. 쉽게
할 수 있는 일을 구태여 힘들게 일하고 시간도 많이 낭비하는군요. 제3공장은 없
는 편이 더 낫습니다".

   "그런 말씀하시면 제3공장에서 난리가 날 텐데요". "내보내겠다는 게 아니라 다
른 일감을 찾아내자는 것입니다. 10명이면 할 수 있는 일을 구태여 20-30명이 할
필요는 없습니다. 일 양에 비해 사람이 많으면 오히려 불량이 늘어납니다. 재작업
량도 그만큼 늘어나고 납기도 지연시킵니다". 필자는 기획부장에게 CEO에 전달할
메시지를 남겼다. "공장 비용의 50%는 절감될 수 있다고 본다"는 내용이었다.

        2002. 3.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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