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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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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 부실 약사

1990년대 초 이라크. 사우디아라비아 공사대금 10억 달러를 물리게 되면서부터 현대건설은 '아랫돌을 빼서 윗 돌을 궤는' 임시변통으로 꾸려왔다. 해외에서 적자공사를 감수하면서도 물량 및 실적 공사에 집착했다.

당시 중국.인도 등이 값싼 인건비를 내세워 한국 시장을 공략했고, 미국 벡텔 등이 장악한 고부가가치 분야는 기술력 부족으로 엄두를 내지 못하는 '샌드위치 상황'을 당하고도 경영은 제자리걸음만 했다.

현대는 관급 공사로 성장했다. 하지만 92년 당시 정주영 명예회장이 대통령 선거에서 실패한 직후 관급공사 수주가 어려워지고 해외공사에 필요한 금융기관의 보증도 제대로 안됐다.

이에 비해 주택시장은 신도시 2백만가구 건설 붐으로 호황이었다. 토목공사 비중을 줄이고 아파트 쪽으로 눈을 돌렸다. 실제로 80년대 말까지만 해도 이 회사의 공공 공사 비중은 40%를 웃돌았으나 92년에 23%, 93년에는 20%로 쳐졌다.

98년 관급 공사의 담합 구조가 깨지면서 아예 아파트 공사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현대가 지난해 아파트를 분양해 번 돈은 3천6백98억 원으로 98년보다 1천2백30억 원이 증가했다.

하지만 아파트 공사는 대부분 선(先)투자 사업으로 분양이 제때 안되면 막대한 자금이 물리게 된다. 이처럼 아파트 사업에 묶인 돈이 현재 1조4천억원에 이른다.

그룹 차원에서 추진한 대북사업은 이익은커녕 계속 투자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큰 부담이 되고 있다. 금강산 개발사업에 쏟아부은 돈은 6천억원으로 추산된다. 금강산 관광사업은 현재까지 2천4백억원의 적자를 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올 3월부터 그룹의 경영권 승계를 둘러싸고 빚어진 2세 회장간 갈등은 회사 부실을 부채질했다. 회사 직원들조차 "김윤규 사장과 김재수 부사장이 갈등의 주역이 되어 경영을 등한시했다" 고 지적한다.

97년 말 외환위기 이후 삼성물산은 임직원을 1천20명, LG건설은 3백60명 줄였다. 그런데도 현대건설은 구조조정에 신경 쓰지 않았다. 매출 비중이 커진 아파트사업의 분양이 잘 안되면서 그 동안 곪았던 상처가 터지기 시작했다. 이제 현대건설은 식물기업이 돼 버렸다. 국민의 돈으로 산소호흡기를 달아주고 있다.

현대는 선진 건설사처럼 종합관리 회사CM(Construction Management)로 변신했어야 했지만 부가가치 없는 만년 시공회사로 남기를 고집했다. 대마불사 시대의 건설회사는 자금을 얼마든지 은행에서 끌어다 썼다. 막대한 자금을 가지고 스스로 아파트를 짓고 건설 및 토목공사를 벌일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금융기관이 건설업체에 자금을 꾸어주지 않는다. 이제 생각이 있는 건설기업이라면 CM 기업으로 변신해야 한다.

2001. 3.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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