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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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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두! 가장 아름다운 조각품

같은 일이라도 돈을 벌기 위해 하면 "노동'이다. 노동은 언제나 지루하고 힘들다. 노동이라고 생각하면서 만들면 품질도, 생산성도 높을 리 없다.

하지만 개선을 마음에 두고, 하나 하나 생각하면서 일하면 그는 노동을 하는 게 아니라 몰두하고 있는 것이다. 몰두는 그 자체로 행복이다.

개선도 품질도 몰두에서 나온다. 손재주에서 창조되는 것이 아니라 몰두하는 사고력에서 창조된다.

몰두하는 자세로 일생을 보낸 사람의 두뇌는 개발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조직은 일에 몰두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지 못한다. 복잡한 절차, 불필요한 행정, 결재권자들의 좁은 시각에 의해 차단된다.

몰두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지 못하는 기업은 시간이 갈수록 퇴화한다. 생산성이 차단되며 사람의 능력을 퇴화시켜 조직을 고목으로 만든다.

몰두하는 자세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몇 가지 반대급부를 보상해 준다.

첫째는 생리적 보상이다. 두뇌를 개발하는 사람은 그렇지 못한 사람에 비해 장수한다. 지금은 60세 이전에 퇴직한다. 퇴직 후에 할 일을 찾지 못하는 사람은 금방 시든다.

군 장교들의 퇴직 후 수명은 5년이고 공무원들의 퇴직 후 수명은 10년이라는 통계가 있다. 이는 퇴직 후 다른 일자리에 적응하지 못했거나, 혼자서도 할 수 있는 일 거리를 만들어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생동안 얼마만큼 몰두하는 자세로 일했느냐에 건강과 인생이 달려 있는 것이다.

둘째는 근로 기회에 대한 보상이다. 몰두하는 자세로 일해온 사람은 비록 현 직장을 떠나더라도 어디에 가서도 일 할 수 있다. 두뇌회전과 응용능력이 자기도 모르게 개발되었기 때문이다. 산꼭대기에 버려져도 얼마든지 살아날 수 있는 사람이다.

셋째는 젊은 세대와의 의사소통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두뇌를 개발해온 사람은 아무리 나이가 많아도 젊은 시각을 가지고 신세대와 호흡을 같이 한다. 이러한 사람은 우선 자손들로부터 소외되지 않는다.

넷째는 단기적으로는 손해를 보는 것 같지만 장기적으로는 많은 보상을 받게 된다는 사실이다. 많은 이들이 자기의 소관 분야에만 안주하면서 소극적으로 일하고 있다. 모나지만 않게 일하면 정년까지는 인생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안이한 생각에서다. 이런 사람에게는 정년마져 보장되지 못한다.

젊음이란 현재를 즐기고, 현재에 보다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주어지는 게 아니다. 미래를 위해 투자해야 하는 기간이다. 젊어서 돈을 벌려고 하는 사람은 늙어서 일거리를 잃는다. 돈이 많아도 일거리가 없으면 건강과 보람을 잃고 따라서 인생을 잃는다.

일을 무서워하지 않는 사람만이 용기를 키우고 지식과 지혜를 키운다. 일을 무서워하는 사람은 성장을 멈춘 사람이다. 그런 사람에게는 일을 주어서는 안 된다. 일을 보수와 일일히 견주는 사람은 눈앞의 작은 돈을 위해 성장을 포기하는 사람이다.

사람에게는 언제나 기회가 찾아온다. 그 기회에 준비돼 있는 이만이 자기의 뜻을 펼 수 있다. 준비하지 못한 사람이 기회를 잡으면 자신은 물론 수많은 사람의 인생을 망친다. 마음씨 곱고, 능력 없는 천사가 소시민으로 살아가는 것은 아름답다. 하지만 그가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해악이다.

직장은 밥벌이 수단인가? 자기발전을 위한 운동장인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진다.

이 세상에 계산 없이 살아가는 사람은 없다. 그 계산을 짧게 하면 추해 보이고, 멀게 하면 안목 있게 보인다. 돈을 추구하면 추해 보이고, 정신적 귀족이기를 추구하면 인생 자체가 아름다운 예술품이 될 수 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멋쟁이로 살아가는 사람은 임종의 순간을 위해 살아가는 사람일 것이다. 절대자 앞에 지친 육신을 당당히 의탁할 수 있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다. 아쉬움도 한도 남기지 않으면서 살아가는 사람이다.

절대자로부터 부여받은 재능을 연마하고 발휘해 보지 못한 사람, 그리고 절대자가 부여해준 인생의 길이를 후회 없이 만끽하지 못한 사람은 게으른 사람이다. 예수는 '달란트'를 항아리 속에 묻어 둔 우직한 아들을 향해 '게으른 자'라고 질책했다.

절대자가 준 탤런트를 열심히 가꾸는 사람이야말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다. 외국에서 바이올린 연주를 해주고 기립박수를 받던 정경화씨의 모습이 아름다워 보였다. 불과 30여명의 수학자들을 모아 놓고 더 높은 수학의 경지를 정리해주면서 문을 나서는 어느 노 수학자의 귀 및 머리도 아름다워 보였다.

돈을 뿌리며 남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사람, 수많은 보디가드를 데리고 거들먹거리는 사람, 도둑질해서 저택을 짓고 사는 사람. 그런 사람이 내 이생이기를 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마쓰시다고노스케씨는 기계와 혼신일체가 되어 몰두하는 기능공에서 몰아지경의 신비로움을 느껴 한없이 바라보았다고 한다. 몰두하는 젊은이의 모습,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조각품일 것이다. 몰두하다 보니 행복했고, 몰두하다 보니 명예도 영광도 돈도 생겼다. 직장이 나에게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해 보자.

2001. 3.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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