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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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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인; 말 잘하는 장사꾼이 되지 말자

어느 한 젊은 자영업자에게 베란다 섀시 공사를 맡겼다. 그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가격
을 깍지 말고 품질을 만끽해 보십시요'. 믿음이 가서 가격을 깍지 않고 공사를 맡겼다. 그
러나 그의 작품은 너무 엉성했다.

몇 가지 문제를 지적하면서 시정을 요구하자 그는 변명으로 일관했다. '품질을 강조했으
니 이웃집 것과 비교해 보자'고 했더니 그때서야 수그러들면서 용서를 빌었다. 이 영리한
업자는 또 다른 감동적인 말로 순간을 모면했다.

'물리적으로 잘못된 공사는 다시 고치면 되지만 그 동안 상하신 선생님의 마음은 어떻게
보상해야 할지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너무나 감동적이어서 다시 기회를 주었더니 그 다음의 결과도 "별로"였다.

첫째, 그는 다른 사람을 시켜 목표를 달성하는 방법을 알지 못했다. 남에게 일을 시키
려면 그가 바라는 것만큼의 일을 할 수 있는 업자를 선별해서 작업방법을 훈련시켜야 한
다.

둘째, 그는 많은 일감을 따내는 데에만 급급했을 뿐 품질에는 마음을 쓰지 않았다. 경영
능력도 없으면서 돈버는 데에만 정신없는 사람이었다.

결국은 주인이 여러 곳으로부터 섀시에 대한 품질기준을 익혀 가지고 하도급 인부에게
작업내용을 일러주고 감독했다. 주인이 모든 것을 챙겨야 그나마 일이 원하는 대로 마무
리될 수 있었다.

이러한 사례는 비단 이 자영업자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대기업과 정부에게도 확산돼
있다. 경영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어설픈 자기 주장을 관철시키려는 사람들이 기업과 국가
에서 경영직을 맡아온 경우가 너무 많다.

그들은 끗발을 경영능력이라고 착각해 왔다. 우리는 입버릇처럼 자본과 경영을 분리해야
한다고 말해왔다. 유능한 기업 경영인이 국가도 경영할 수 있다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우
리 사회에서 이러한 전문경영인들을 찾아내기는 매우 어렵다. 우리 사회문화가 전문 경영
인을 양성할 수 없도록 흘러왔기 때문이다.

대기업의 자본주 역시 섀시 업자와 같이 품질보다는 단기 내에 보다 많은 이윤을 올리는
데 최고의 관심을 가져왔다. 이들이 고용한 경영인들에게 부과된 목표 역시 단기이윤 극
대화였다.

단기 이윤을 올리지 못한 경영인은 재임용될 수 없었다. 아무리 장기적으로 비전 있는
일을 해도 그것을 제대로 평가해주는 자본주는 별로 없었다. 경영인의 성과는 오직 단기
이윤이라는 단 하나의 잣대에 의해 평가됐다.

이윤을 극대화시키는 데에는 세 가지 길이 있다. 첫째는 시장을 확장하여 매출액을 올리
는 길이다. 이는 엄청난 노력과 투자를 요하며 단기간 내에 이뤄질 수 없는 성격의 것이
다. 둘째는 비용을 절감시키는 길이다. 연구개발비, 투자비, 교육훈련비, 복지비, 환경비
같은 것들을 생략하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기업에 보약이 되는 모든 종류의 투자를 생략하
는 것이다.

셋째는 제로섬 게임으로 돈을 버는 길이다. 중소기업을 유린하고, 재테크에 열을 올리며,
고객과 근로자를 이윤추구의 도구로 취급하는 길이다. 이 세 가지 길 중에서 대부분의 경
영인들은 두 번째와 세 번째 길을 택해왔다. 따라서 한국의 경영인들은 자기도 모르는 사
이에 비합리적인 게임수단에 익숙해지고 말았다. 이러한 게임정신에서 창의력이 자랄 수는
없었다.

우리 나라에서 역사와 경험으로부터 배울 줄 모르는 가장 무딘 집단은 정부다. 집단은
무능력하지만 그 속에서 출세한 사람들의 말솜씨들은 가히 천재다. 그들의 말에서는 언제
나 사명감이 줄줄 흘렀다.

그래서인지 사람은 그의 말(言)을 가지고 평가하지 말고 작품을 가지고 평가하라는 서양
의 격언이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아직도 섀시 업자처럼 말로 사람을 감동시키는 사람,
실력을 쌓으려는 노력보다 기회를 먼저 잡으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에 의해 경영되고 있다.

신으로부터 주어진 재능을 갈고 닦으면서 인생을 열심히 사는 사람이 있다. 출세는 이러
한 사람에게 자연적으로 열리는 열매이어야 한다. 자기 스스로를 사원들의 입장에 서주면
서 열심히 그리고 재미있게 비지니스를 하는 사람이 있다. 이윤은 바로 이렇게 일하는 사
람에게 자연적으로 열리는 열매여야 한다.

10년 전 빌케이츠가 한국에 왔었다. 그는 매우 중요한 말을 남기고 갔다. '나는 나의 비
지니스가 매우 재미있을 것이라는 데 대해서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오늘과 같이
엄청난 부를 가져다주리라고는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었다'.

출세와 이윤은 노력의 결과이어야지 그 자체가 목표일 수는 없다. 이들을 목표로 생각해
왔기 때문에 한국 사회 전체가 병들고 있는 것이다.

일하기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다. 부하들에게만 일을 시키고 자기는 편하게 보고만 받으
며 인생을 보내는 사람도 있다. 조금 일하고 많은 보수를 받는 것을 자랑으로 생각하는 사
람이 있다.

자기 일에만 관심을 갖고 남의 일에는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 모두는 스스로를
파괴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시간이 갈수록 창의력을 퇴화시키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이
러한 사람들은 공동의 파이를 키우는 사람이 아니라 남의 것을 가급적 더 빼앗으려는 제로
섬게임에 물든 사람들이다.

직장을 자기발전의 운동장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그는 직장에 배울 것이 많고 연구
대상이 많다고 생각한다. 리더십을 키울 수 있는 곳도 직장이며, 전문경영인으로 성장하는
훈련을 쌓을 수 있는 가장 훌륭한 곳도 직장이다.

전문경영인이 되기 위해서는 직장의 모든 분야가 관심의 대상이어야 하고 관심분야가 많
을 수록 의욕 있는 삶을 살 수 있다. 군은 리더십을 배양하고 전문분야를 개척할 수 있는
가장 큰 보고다.

이러한 여건을 부지런히 이용하는 사람은 사회에 나가서도 적응력이 뛰어나지만, 이에 착
안하지 못하고 편하게 나날을 보내는 사람은 시간이 갈수록 퇴화돼 버린다.

사단 단위마다 경영 시스템을 가지고 모든 장교들이 경영기법을 개발하고 경영사무에 익
숙해지면 장교들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경영수업을 받게 된다.

그러나 군은 "군인은 오직 전투에만 관심을 가져야 한다. 군인이 경영에 눈뜨면 전투를
못한다"는 오도된 고정관념 때문에 스스로를 훈련할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하고 있다. 필자
는 20년 전 그들에게 그런 시스템을 만들어 준 적이 있었지만 군의 저항으로 무산됐다.

그들을 위해 땀흘리고 예산 들여 만든 "사단 단위 자원관리 시스템 설계"라는 책자는 아
직도 군 연구소에서 먼지만 쌓고 있다.

2001. 8.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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