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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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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방법

우리는 관리자들을 끗발과 동일시해 왔다. 높아지면 현장으로부터 멀어졌다. 책상에 앉아 업무를 수행하려 들었다. 현장을 멀리 할수록 관료화가 심화된다. 시간이 갈수록 현장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들이 귀찮아 진다.

지금의 관리자는 앉아서 건의가 올라오기만을 기다리는 사람이 아니다. 현장을 다니면서 문제를 발견하고 문제를 같이 풀며 막힌 곳을 뚫어주는 소위 촉진자(Facilitator)여야 한다.

조립공장은 설계능력과 시험평가 능력을 가진 업체다. 하청 업체로부터 납품된 부품 하나 하나에 이상이 없더라도 조립해보면 제 성능이 나오지 않을 때가 많다. SI 즉 시스템 인테그레이션 능력은 부품을 단순히 기계적으로 조립만 하는 것이 아니라 개념의 통일을 의미하는 것이다.

어느 한 연구 팀장이 몇 명의 고급 연구원을 이끌고 연구과제를 수행했다. 그는 과제를 몇 개의 챕터로 나누었다. 각 연구원에게 챕터 제목을 할당해주고 챕터별로 연구해 오라고 했다.

연구원들은 과제 전체의 윤곽을 이해하지 못한 채 각자가 맡은 분야만 연구했다. 연구원들이 제출한 챕터를 모두 합철했다. 네 사람의 연구원이 수행한 연구내용들의 하나하나는 문제가 없어 보였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보면 뚜렸한 맥과 흐름이 없었다. 그 연구과제는 마지막 평가에서 불합격을 받았다.

이웃에 있는 또 한사람의 팀장이 있었다. 그는 여러 날 연구원들을 모아놓고 브레인스톰 과정을 통하여 지혜를 짜냈다. 과제의 스펙을 확실하게 하기 위한 것이었다.

처음엔 막연했다. 각자가 내놓는 아이디어들은 어설프고 황당하기까지 했다. 황당하게 들리는 옆 동료의 말에서 각자는 힌트를 얻어가기 시작했다. 2주가 지나서야 모든 연구원들은 과제가 생산해낼 결과에 대해 뚜렷한 개념을 정하게 되었다.

개념이 뚜렷해지자 일은 일사천리로 진전됐다. 일은 나누어서 했지만 다른 동료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알았다. 토의도 모여서 했다. 다른 동료가 얻어 온 과실도 공유했다. 아이디어도 서로 보탰다. 일을 늦게 시작했지만 먼저 끝냈고, 칭찬도 받았다.

전자의 연구팀장은 앉아서 보고를 기다렸고, 연구원들이 써온 원고를 검토해서 보고서를 발간했다. 챕터마다 칼라와 문맥이 달랐다. 일하는 재미도 없었다. 연구원과 팀장의 능력이 해가 갈수록 퇴화됐다.

후자의 팀장은 수시로 연구원 방에 들려 그들이 혹시 마음에 가지고 있을지 모를 애로를 챙겨주고 연구 궤도를 수정해 줬다. 일하는 재미가 있었다. 연구원과 팀장의 능력이 날로 향상됐다.

유감스럽게도 많은 연구자, 기업간부, 공무원, 관료들이 전자의 팀장처럼 일하고 있다.

2000. 1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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