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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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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능조직에서 팀조직으로(사례)

바늘을 만드는 어느 한 공정 시스템을 사례로 들어보자. 그 공장은 10개의 공정으로 구성돼 있었다. 1개 공정은 1개 건물로 구성돼 있었다. 각 건물마다 똑같은 일을 수행하는 기계가 20대씩 모아져 있었다. 1개 롯트(lot)는 3만개였다. 즉 한 번 세팅을 하면 3만대가 생산됐다.

첫번째 건물에는 두루마리 철사로부터 똑같은 길이의 철사를 잘라내는 기계가 20대 놓여져 있었다.

기계 한 대당 평균 1,500개씩의 철사를 바늘 길이로 잘랐다. 만일 이 3만개의 철사 토막을 일일이 정밀 측정했다면 분명 길이가 들쑥날쑥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 공정에서는 아무도 철사의 길이를 측정하지 않았다.

잘라진 토막은 제2공정 즉 제2 건물로 이동됐다. 제2 건물에는 바늘 귀를 파는 기계 20대가 배치돼 있었다. 그리고 제3 건물에는 바늘의 끝을 뾰족하게 갈아내는 기계 20대가 있었다. 10개의 공정은 이렇게 구성돼 있었다.

시스템을 볼 줄 아는 사람이 이러한 공정 시스템을 관찰했다면 그는 즉시 이 회사 제품을 사지 않을 것을 결심할 것이다. 시스템만 보아도 제품의 품질을 금방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스템을 볼 줄 모르는 사람은 아무리 공정을 둘러봐도 왜 이 회사 제품이 불양품일 수 밖에 없는지를 터득하지 못한다.

만일 첫 번째 공정에서 누군가가 토막난 철사의 길이를 하나하나 정밀 측정을 했다고 하자. 그리고 철사의 길이가 들쑥날쑥하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하자. 그러면 20대 기계가 동시에 대들어 철사를 잘랐으니 그 20대의 기계중에서 어느 것이 범인(?)인지를 어떻게 찾아낼 수 있겠는가.

더구나 그 공장에서는 각 공정마다 불양 여부를 체크하지도 않았다. 그 공장은 지난 40여년간 완제품 중에서 무작위로 130개를 샘플로 채취하여 정밀 검사를 실시했다.

이 130개의 샘플 중에서 3개 또는 그 이상이 불양하면 그 롯트를 불양 롯토로 판정했다. 롯트가 불양으로 판정되면 그 중에서 아무리 불양품을 골라낸다 해도 걸러지지 않은 불양품이 더 많다. 그래서 수출할 때마다 클레임이 걸려온다.

이 회사는 불양 원인을 미리 찾아내서 예방적 품질관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일단 완제품을 만들어놓고 그 중에서 불양품을 골라내는 사후 약방문식의 품질검사 를 하고 있었다. 3만개 중에서 불양한 바늘을 완전하게 골라내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지만 설사 가능하다 해도 비용과 시간의 낭비가 이만 저만이 아니다.

시스템을 훌륭하게 갖추어 놓으면 불양품이 생산될 수 없다. 반면 시스템이 허술하면 양질의 품질이 생산될 수 없다. 그래서 시스템을 볼 줄 아는 사람은 시스템만을 관찰하고서도 그 회사의 제품을 사지 않겠지만, 시스템을 볼 줄 모르는 사람은 바늘을 구입해서 사용해 보고 난 이후에야 비로소 품질을 평가할 수 있다. 시스템을 볼 줄 알아야 비로소 낭비를 회피할 수 있는 것이다.

위와 같이 똑같은 기능을 수행하는 기계들을 한 건물에 배치해놓는 식의 조직을 우리는 기능조직(fucntional organization)이라고 부른다. 또한 똑같은 기능을 수행하는 사람들을 한 곳에 모아놓는 식의 조직도 기능 조직이라고 한다.

회계과는 회계인들만 모여있는 곳이다. 이러한 기능조직은 구시대적 조직이다. 이런 조직에서 생산되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질은 좋아질 수 가 없다.

그런데 한국에 있는 거의 모든 공조직과 사조직이 이러한 기능조직으로 구성돼 있다. 중앙정부, 지방정부, 기업, 은행 모두가 이런 구시대적 조직을 가지고 있다.

그러면 선진국에서는 어떤 조직을 가지고 있는가? 팀조직이다. 한국에서도 한때 리엔지니어링이라는 단어가 유행됐다. 리엔지니어링에서 가장 많이 부각된 것은 팀조직이었다. 그래서 한국에서도 팀장이 많이 생겼다. 그러나 한국식 팀장은 아직도 기능조직의 부장이나 과장을 이름만 바꿔 부르고 있는 직책이다.

앞의 바늘공장의 예로 돌아가 보자. 1번 기계 하나, 2번 기계 하나, . . . 10번 기계 하나, 이런 식으로 10개의 서로 다른 기계를 한줄로 묶으면 1개 세트가 된다. 이 1개 세트만 가지면 완성된 바늘을 만들 수 있다. 이 1개 세트에 대한 관리를 담당하는 사람이 제1팀장이다. 또 다른 1개 세트를 모아가지고 이를 또 다른 관리자에게 맏기면 그가 제2팀장이 된다.

똑같은 기계 20대가 놓여있는 작업장에는 작업반장이 임명돼 있다. 10개 공정에 걸쳐 10명의 작업반장이 있다. 완제품에 하자가 생기면 10명의 작업반장 중에 누가 잘못했는지 들어나지 않는다. 불양의 원인도 책임도 규명되지 않는다. 훌륭한 조직은 문제가 문제로 스스로 부각될 수 있도록 만들어져야 한다.

이를 위한 가장 훌륭한 조직은 팀조직이다. 팀장에겐 실명제에 의한 책임을 지울 수 있다. 제1팀이 만든 제품은 1번 박스에 넣도록 하고, 제2팀이 만든 제품은 2번 박스에 넣도록 한다. 그러면 책임 관리가 확실해진다.

팀원 전체가 달려들어 각 공정에 대해 실험, 관찰, 토의를 통해 완전한 세팅을 하게 될 것이다. 공정을 자신있게 세팅했을 때 비로소 불양품이 예방되는 것이다. 이런 것을 우리는 BPR(Business Process Reengineering)이라고 한다.

기업, 정부, 은행 들이 모두 다 이렇게 팀제로 운영되면 인력은 수십분의 1로 줄어들고 효과는 수십-수백배로 향상된다.

미국과 일본에서는 이미 리엔지니어링이 생활화돼 있기 때문에 불과 1년 사이에도 100명이 하던 일을 5명이로 할 수 있는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지금은 경쟁력이 국운을 좌우하는 시대다. 기업, 정부, 농어촌이 제각기 국제경쟁력을 가지려면 시스템을 바꾸고 일하는 방법을 바꾸어야 한다.

2001. 3.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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