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

View Articles

Name


	지만원

Subject

품질 문화 및 시스템

사회의 선진 정도는 현존 경제력에 의해 평가되는 것이 아니라 문화와 시스템에 의해 평가된다. 문화와 시스템이 훌륭하면 경제력은 자연히 향상된다.

제품의 품질과 기업성과도 문화와 시스템의 산물이다. 부실한 기업문화와 시스템을 가지고는 질 좋은 제품을 만들어낼 수 없다.

우리 기업은 일본제품 자체를 재현해 내려고는 노력했어도 일본의 기업문화와 기업시스템을 흉내내보려고 애쓴 적은 별로 없다. 일본의 기업문화는 세 가지로 나누어볼 수 있다.

일본기업 제 1의 문화는 고객을 대하는 문화다. 품질의 척도는 고객의 만족도이며 고객의 만족도는 제품이 폐기되어질 때까지 유지돼야 한다.

이 사실로 부터 일본인들은 몇 가지의 중요한 의미를 유도해 냈다. 이는 수학적인 사고방식의 고전으로 평가될 수 있다.

첫째, 그들은 고객을 접촉하는 부서가 마케팅 부서이기 때문에 마케팅 부서가 품질개선의 기수 역활을 수행해야 한다는 사실을 이끌어 냈다.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는 제품이 무엇인지를 가장 창의적으로 찾아내는 일도 마케팅 부서의 일이며, 고객의 불만을 찾아내고 분석해서 이를 새로운 설계에 반영시키는 일도 마케팅 부서의 일이라는 것이다.

비싼 제품에 대한 고객의 불만은 노출되지만 값싼 제품에 대한 고객의 불만은 노출되지 않는다. 단지 말없이 그 제품을 떠날 뿐이다. 이로부터 발생하는 기회비용은 회사를 도산시킬 만큼 결정적인 것이지만 이 비용은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마케팅부서는 이러한 말없는 불만을 찾아 나서야 한다. 이러한 노력에는 많은 비용이 들기도 하지만 그 많은 고객들 중에서 말없는 불만을 찾아낸다는 것은 매우 막연한 일이었다.

이러한 처지에서 고객이 스스로 불만을 제기해 온다는 것은 이들에게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었다. 제품에 대한 불만을 제기해 오는 고객에게 일본기업인들이 그토록 친절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었다.

한국기업에서의 개념과는 달리 일본기업의 마케팅 부서는 가장 유능한 엔지니어과 분석인들을 수용하고 있다.

둘째, 고객의 불만은 정당한 것이건 아니건 간에 무조건 수용해 주어야 한다는 사실을 이끌어 냈다. 수출품에 대해 하자나 불만사항이 제기돼오면 그들은 즉시 달려가서 사과하고 바꾸어 주었다.

일본인들은 50년대부터 이렇게 했고 홍콩, 싱가폴, 대만은 80년대부터 이렇게 했다. 그러나 한국은 아직도 "그 정도 가지고 무얼 그렇게 까다롭게 하느냐"라는 자세로 일관했다.

고객의 불만사항을 말없이 잠재우는 간부가 한국에서는 유능하게 평가됐다. 불량내용을 지적해주어도 고치지 않았다. 납기를 지연시키고 책임감 없이 발뺌만 해왔다.

한국 기업인들은 말많은 중간관리자들을 싫어했다. 윗사람을 성가시게 하지 않으면서 문제를 조용히 해결하는 관리자들을 능력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중간관리자들이 이런 식으로 고객의 불만을 혼자의 힘으로 처리해 오는 동안 기업주들은 그들의 고객을 하나씩 잃어갔다.

그러나 모든 기업주들이 고객이 떠나가고 있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이러한 마케팅 문화가 장기적으로 지속돼오는 동안 이들은 한국기업 모두의 집을 허물고 말았다.

미국에 사는 한국교포들이 교통순경에게 돈을 집어주었다. 그들은 그렇게 해서 순간을 쉽게 모면할 수 있었다. 한국교포의 돈맛을 본 미국경찰은 한국인들만 보면 적발하려 했다.

몇 사람의 교포들로 인해 모든 교포들이 수난을 당했고 그의 자식들도 수난을 당했다. 불과 몇 사람들이 교포전체가 살고있는 공동의 집을 허물었던 것이다.

셋째, 기업이 고객이 품질개선의 원동력이라는 사실을 이끌어 냈다.

일본 기업들은 1950년대에 거리에 나서서 고객을 계몽했다. 불만제품을 참아주는 것이 더 이상의 미덕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고객의 협력만이 일본의 품질을 향상시키는 원동력이 된다는 호소였다.

불만내용을 반겨주는 기업인들의 훌륭한 매너는 더 많은 제보를 얻어낼 수 있었으며 수많은 고객의 참여는 기업에게 있어 엄청난 자산이었다.

고객의 적극적 참여로 인해 기업은 앉아서 많은 아이디어를 제공받을 수 있었으며 마치 운동선수가 응원을 받고 분발하듯이 나태해 지려는 기업정신에 시스템적인 자극을 제공받게 되었다.

일본기업의 제2의 문화는 하청업체를 대하는 문화다. 하청업체가 납품하는 재료와 부품이 불량하면 조립업체가 아무리 품질관리를 잘해도 의미가 없다.

일본기업은 하청업체를 선정하는 데 매우 신중을 기하지만 일단 선정된 업체와는 일생동안 품질 동반자관계를 유지했다. 하청업체에 새로운 기술을 보급해주고 품질개선에 저해가 되는 모든 요소들을 해결해 주려고 노력했다.

반면에 한국 대기업들은 하청업체가 품질제품을 생산할 수 없도록 나쁜 일만을 골라 했다. 하청업체들에게 과도한 덤핑경쟁을 유도했고 납품시 부정과 비리를 강요해 왔으며 대금결제 시 횡포를 부렸다.

이 모두는 하나같이 한국의 중소업체를 착취하는 일이었으며 부품의 질을 낮추는 일이었다. 이러한 기업 문화를 본다면 한국 대기업 제품들은 보나마나 불량품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대기업 제품이 명맥을 유지해온 것은 대부분의 부품들을 일본에서 수입해다 조립했기 때문이었다.

일본 기업의 제 3의 문화는 기업내의 품질문화다. 근로자가 열심히 일을 하지 않으려는 현상은 일본에서도 있었다. 1946년도부터였다.

일본경영인들은 이를 정신력 탓으로 돌리려 했다. 그러나 일본의 과학자들은 이를 [시스템]탓으로 돌렸다.

근로자들에게 아무리 열심히 일해달라고 부탁해도 그들에게 비전을 주지 못하고 일하는 방법에 대한 소신을 부여하지 못하면 근로자들의 동기를 유발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시스템을 개선하고 문제를 과학적으로 해결해야만 근로자들의 의욕을 소생시킬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옳바른 진단에 의해 일본은 오늘날의 품질 일등국으로 입성했다. 그로부터 50년 이후에 한국에서도 똑같은 현상이 나타났다. 한국의 경영진들은 이를 근로자들의 정신력 탓으로 몰아쳤으며 한국의 어느 한 과학자는 이를 [신바람] 탓으로 진단했다.

2000. 10 15


Prev	바람난 신바람	지만원


Next	장사꾼과 기업인의 차이	지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