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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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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방적 품질 시스템과 경찰관식 검사

건축물 건설 현장이나 공장에서 가장 비효율적으로 일하는 사람들은 QC 요원들이다. "작업자들은 빨리 빨리 일을 진행시키고 싶지만 QC만큼은 철저히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일이 지연되는 건 어쩔 수 없다"는 것이 QC요원들의 주장이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반박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100% 틀린 주장이다. 시간 지연 없이도 얼마든지 QC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QC부서의 검사요원 수는 일본보다 많지만 하는 일에 비해 언제나 부족하다. 일하는 방법이 틀렸기 때문이다. 일본의 QC요원들은 수많은 작업자들 스스로 불량품을 만들지 않도록 훈련시켜 주는 반면 우리의 QC요원들은 마치 일제 시대의 감독관처럼 목에 힘을 주고 권한을 행사하며 모든 검사를 혼자서만 하려고 한다. 자기의 영역을 근로자가 참견하면 권위에 대한 도전으로 인식한다. 하지만 일본의 QC요원들은 근로자와 함께 에러를 예방하는 방법을 사전에 연구하고 토론한다.

전투행위를 생각해보자. 전투는 순식간에 이루어 진다. 전투가 진행되고 있는 도중에 지휘관이 병사들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그런 전쟁은 백전백패한다. 병사들이 내일 싸우기 위해서는 지휘관은 오늘 싸워야 한다. 병사들 개개인으로 하여금 자기 목숨을 보전하는 방법을 터득하게 하고, 병사들과 함께 수많은 전투 상황을 상상해 내고 각 상황에 대해 어떻게 싸워야 하는지에 대한 지혜를 갖게 하며 그에 필요한 기본 기를 훈련시켜주기만 하면 전투는 병사들이 치른다.

전쟁터에서 지휘관이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지휘관은 전투행위 이전에 싸우, 전투는 병사에게 맡긴다. 지휘관끼리의 전쟁은 오늘 이미 판가름 나 있다. 내일의 전투는 오늘 지휘관이 어떻게 싸웠는가를 실현해 보여주는 결과물일 뿐이다.

제조과정 역시 전투행위와 같다. 내일 수백 명의 작업자가 어떻게 일하는 가는 오늘의 준비에 달려 있다. 작업장에서 내일 시간을 낭비할 것이지, 얼마나 많은 하자를 낼 것인가는 오늘 관리자들이 어떻게 일했는가에 따라 좌우된다. 넓은 작업공간에서 수백 명의 근로자들이 일하는 모습을 일일이 관찰하고 지시하며 야단치는 관리자는 무능한 관리자다. 일본의 QC요원들은 작업 이전에 일하고, 한국의 QC요원은 작업 단계에서 참견한다.

작업장에서 검사를 받으려면 작업을 멈추어야한다. 멈추는 시간이 바로 낭비되는 시간이다. 검사를 받아야 할 항목은 줄줄이 늘어서 있는데 검사요원이 부족하다. 검사요원을 기다리느라 하루를 기다리는 곳도 있다. 그래도 검사요원은 낭비되는 비용을 별로 의식하지 않는다. 작업자가 검사요원으로부터 배우는 것은 없다.

검사자는 칼자루를 쥐었고, 근로자는 칼날을 쥐었을 뿐이다. 검사자가 활동한다고 해서 하자가 예방되는 건 아니다. 하자 부분을 100% 발견해 내는 것도 아니다. 이러한 식의 공장운영을 10년 계속했다고 해서 제품의 품질이 향상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일본의 QC요원들은 작업자와 미리 토의를 한다. 내일 무슨 작업을 하며 작업과정에서 중요한 것과 하자를 일으킬 수 있는 요소가 무엇이며, 그것을 예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많은 작업자, 많은 품질관리 요원들이 함께 모여 토의를 한다. 실질적인 품질관리는 작업자 스스로 진행한다. QC요원이 검사를 위해 작업을 대기시키는 일은 없다.

한국 기업 대부분이 가지고 있는 가장 심각한 문제 중의 하나는 공장 "대기시간"에 대한 관리 통제의 불능이다. 상기와 같은 대기 시간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들 한다.

연전에 삼원정공에 이어 삼성이 초관리를 강조해왔다. 1992년 당시 담배 한 대 피우는 데 900원, 커피 한잔 마시는 데 1,800원이 사라진다는 것이 한국식 시간관리 개념이었다. 이러한 초 관리 개념에는 시스템 개념이 전혀 없다. 초관리 방식을 가지고는 절대로 공장의 대기시간을 줄일 수 없다.

새로운 주문이 들어왔다. 주문 내용 하나 하나를 분해 분석하여 과제 참여자 모두에게 낱낱이 설명해주지 못하면 설계, 계산, 도면, 자재소요, 용접시방, 품질검사 등에 참여하는 모두가 에러를 낸다. 현장에서는 할 일이 없는데 도면이 미처 내려오지 않는다. 그렇다고 설계 요원들이 노는 게 아니다.

기껏 비싼 철판을 이리 전리 절단하여 재단을 해놓았는데 도면이 바뀌어 내려온다. 검사 인력이 이리뒤고 저리 뒤지만 몰려오는 검사항목을 제때에 감당해주지 못한다. 어느 누구 바쁘지 않은 사람이 없지만 공장에서는 대기시간이 줄을 잇는다. 문제가 생겼는데 해결할 인력이 뿔뿔이 흩어져 여러 날 동안 작업이 중단된다.

소요자재 리스트를 작성하지만 누락되거나 규격 및 수량이 틀린다. 이는 대기시간을 유발시킨다. 회의, 결재도 대기시간을 유발시킨다. 낮 시간은 이렇게 보내고 공장은 밤에 돌아간다.

밤에 일하면 시간대에 따라 시간당 급료를 1.5배에서 3배로 지불케 한다. 심야에 일을 하면 피로한 데다 감독이 없어 효율도 떨어지고 에러가 많다. 에러가 나면 원상복귀 시키는 데 시간이 들고 재 작업하는 시간이 든다. 자재를 버리는 수도 있다. 엄청난 낭비가 경영진에게 보고되지 않는 채 발생하고 있다. 예방관리에는 시스템이 필요하지만 경찰관식 통제에는 시스템이 있을 수 없다.

2001. 1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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