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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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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기업문화 거의가 전근대적

한국 대부분의 기업에는 통제문화가 심어져 있다. 한국의 대표 기업이라는 삼성
의 통제문화는 그 중에서도 톱이며 필자가 보기엔 공무원보다 더 전제적이다. 우리
기업의 상징인 삼성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린다. 대규모 인력감축이 단행되고 투자
가 축소되고 현금확보에 비상이 걸린 모양이다.

이러한 외형적 추세를 가지고 기업의 운명을 점치기는 어렵다. 문제는 경영 자세
가 흐트러지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예전엔 그룹 하위직 간부들에게까지 삼성
자동차 판매를 강요하더니 지금은 노트북 판매를 강제로 할당하는 모양이다. 영업
방법이 반 강제되고 있는 것이다.

삼성이 이제까지 잘 견뎌온 것은 합리성에 기초한 것이라기보다는 직원들의 피를
말리는 전근대적 통제방법에 의한 것이 아닐까 싶다. 삼성을 말할 때 많은 이들은
치밀하게 짜여진 통제 시스템을 말한다. 소수의 엘리트가 기획하면 나머지는 열성
적으로 따르기만 하면 된다는 식이다.

삼성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을 보면 상하관계가 군대보다 더 엄밀하고 상하 측방간
의 의사소통이 거의 막혀 있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다. 외모, 행동, 사고 방식이 매
우 경직돼 있고, 직장분위기가 살어름판이다. 이러한 사회, 즉 삼성 같은 사회를 우
리는 Theory-X 사회라고 말한다.

성악설을 근본으로 하는 경영 철학이다. 인간은 원래 나태하고 사악한 본질이 있
기 때문에 모든 행동을 통제하고 간섭하면서 당근과 채찍으로 다루어야 한다는 것
이다. 이러한 문화권에서 자라온 경영진들은 의외로 경영의 문외한들이다. 대한민국
대부분의 경영진들은 경영자로 양성되기보다는 공무원과 별로 다르지 않은 수준의
고정관념과 통제마인드를 길러 왔다.

이러한 통제 문화권에서는 "절대로" 창의력이 자랄 수 없다. 패러다임 측면에서
바라보면 삼성은 창의력으로 자라온 게 아니라 대규모 장치산업에 돈과 단순노동을
퍼붓는 식으로 연명해 왔다.

Theory-Y 사회가 있다. 성선설을 근본으로 하는 경영 철학이다. 인간은 자아실
현(self esteem) 동기(motivation)를 가지고 있으며 남으로부터 인정받으려는 욕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인격을 존중해야 생산성이 향상된다고 믿는 이론이다. 목표를
확실하게 정해주고(MBO), 목표에 이르는 길에 대해서는 각자에게 맡겨주자는 것이
다. 그러면 각자는 창의력을 가지고 그 목표를 달성해 보이려 한다는 이론이다.

일본에서 자라난 Theory-Z는 인간능력을 계발시키고, 인격적인 대우를 해주면(인
본주의) 그 계발된 인간 능력에 의해 품질과 생산성을 향상시킬 것이라는 경영 철
학이다.

그러나 매우 유감스럽게도 우리 땅에서는 한국 최고의 기업이라는 삼성마저도 전
근대적 경영철학에 의존해왔다. 이를 고치지 않는 한 삼성의 미래도 매우 짧아 보
인다. 자유가 있어야 창의력이 있고, 애사심도 생기며 능동적이게 된다. 창의력이
자라지 않으면 벤처일 수도 없고, 선진 기업일 수도 없다. 창의력은 자유롭고, "일의
질"을 알아주는 분위기 속에서 자란다.

한국적 시스템은 사람을 감시하고 옭아매는 것을 기본 철학으로 하는 피라미드식
통제형 시스템이다. 한국인들은 대부분 윗자리에 앉았다 하면 옭아매고 통제할 궁
리부터 한다. 개선을 위한 연구를 시켜보면 그 개선 안에는 언제나 더 많은 통제
수단이 들어 있다. 통제자가 많을수록 기업 이윤은 2분의 1배, 4분의 1배 식으로 경
감한다.

어느 기업이 공장을 내부 조직으로 가지고 있을 때에 근로자들은 사장의 눈을 슬
슬 피해가면서 적당히 일했다. 중간관리자들이 더 많이 감시하고 더 불신하면 할수
록 그들은 더 적당히 일했다. 어느 날 사장은 공장은 독립시켜 내 보내고 다른 회
사의 일감도 맡으라고 했다.

그 다음부터 근로자의 자세가 달라졌다. 경쟁과 동기가 근로자의 자세를 바꾼 것
이다. 하나 하나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일일이 지적하려 말고 패러다임을
자유 분위기로 바꿔줘야 한다. 경영자는 시스템을 만들고 시스템이 사람을 통제해
야 한다.

팀장은 팀원을 통제하라는 자리가 아니라 팀 파워를 낼 수 있도록 하는 촉진자
다. 결재를 하고 고과점수를 메기는 자리가 아니라 사적 모임의 총무직 같은 것이
어야 한다. 토의의 천재가 곧 경영의 천재다. 모든 계급주의를 타파하고 능력주의로
나가야 한다. 앉아서 보고 받고, 결재하는 직책은 조직의 생산성을 기하급수로 저하
시킨다.

WTO체제에서는 모든 문화가 개방돼 있다. 한국 땅에서 한국기업이 외국기업에
게 KO당하고 있다. 패인은 단 한가지다. 외국기업은 시스템 파워를 내줄 알지만 한
국기업은 그것을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삼성도 예외는 아니다. 필자가 삼성을 거론
하는 것은 "삼성마저"라는 위기감 때문이다. 삼성의 이해를 바란다.

2001. 8.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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