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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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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반 부패 시스템

기업의 부패는 도적 적 해이를 부추기고 창의력을 파괴한다. 부패 예방은 곧 기업의 창의력과 경쟁력의 핵심 과제다. 가장 큰 부패는 "기업주"의 비자금 부패다. "기업주"가 훔치기 때문에 간부들도 훔친다.

기업주가 "가지급금"으로 뭉칫돈을 빼 내가면 경리담당은 그 돈을 비용으로 처리하기 위해 가짜 서류를 만든다. 이러한 치다꺼리를 하다보면 경리담당에게도 비리 마인드가 싹튼다. 외상 돈을 수금해놓고도 떼인 돈으로 둔갑시키기도 한다.

기록을 조작하여 현찰의 지급일자를 실제보다 앞당겨 기록하고, 입금일자는 늦추어 기록해가면서 그 기간만큼 일수놀이를 한다. 가짜 영수증을 만들고, 리베이트를 받는다. 업체에게는 납품대금을 현찰로 지급해조고, 그 대가로 업체로부터 어음기간에 해당하는 이자를 현금으로 받아내기도 한다.

최근 OECD를 중심으로 반 부패 라운드가 전개되고 있다. 따라서 반 부패 시스템 개혁은 기업의 생존을 보장하기 위한 또 하나의 전제조건이 된다. 한국의 부패는 기업주의 부패와 정부의 부패가 어울려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IMF 직전부터 이제까지 도산한 대기업들만 보더라도 한국에서의 기업주는 기업을 살리겠다는 마음보다는 기업을 이용하여 사리사욕을 채우는 이들이 많았다. 이들이 진 부채는 모두 국민 부담으로 전가됐다.

따라서 기업의 부패를 예방하고 감시할 권리는 국민에게 있다. 그런데 국민에겐 전문화된 조직이 없다. 그래서 국민의 수임을 받은 정부가 이를 감시해야 한다. 그런데 공무원들에게는 전문능력이 없을 뿐 아니라 스스로 부패를 선도해 왔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특히 부패를 척결할 수 있는 시스템 설계를 격려할 수 있고, 전문 분야를 관리할 수 있는 신지식을 가진 리더들이 나와야 한다.

개별 기업들로 하여금 부패를 예방하고 감시하기 위한 시스템을 만들게 해야 한다. 훌륭한 부패 예방 시스템을 갖는 것이 기업에 득이 된다는 생각을 기업 스스로 터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기업내부에서 이뤄지고 있는 부패를 차단하기 위해 동원될 수 있는 수단은 (1) 의식 전환 운동 (2) 정교한 자동제어 시스템 (3) 내부감사 (4) 외부감사로 분류될 수 있다. 의식전환 운동은 최고경영자의 끊임없는 현장 리더십에 의한 감동과 감명이 기업내부에 팽배할 정도로 지속적이어야 한다. "어쩌다 한번 해본 소리겠지"라는 인식이 심어지면 최고경영자의 강론은 그 다음날 잊혀지고 만다.

내부감사와 외부감사는 기업 내 자동제어 시스템에 의존하게 된다. 자동제어 시스템이란 부패가 스스로 노출될 수밖에 없도록 기업 내에 내장되는 시스템이다. 이렇게 중요한 시스템이 유감스럽게도 한국기업엔 별로 부각돼 있지 않다.

은행에서 한 개인이 거액의 돈을 빼내갈 수 있었던 사실들, 구청, 시청의 세무 직원들이 간단한 방법으로 세금을 도둑질할 수 있었던 사실들은 한국 사회가 시스템의 황무지라는 사실을 웅변해 주고 있다.

내부감사는 자동제어 시스템의 취약점을 보강하는 전문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하고, 외부감사는 내부제어 시스템의 취약점을 집중적으로 캐내는 감사를 하게 된다. 이제까지 한국에서의 감사는 주로 제보나 후각에 의존하는 극히 소극적이고 비전문적인 것이었으나 앞으로는 시스템의 취약점을 찾아내고 그 취약점을 보강할 수 있어야 한다. 부정과 비리는 그러한 과정에서 자연적으로 들어 나는 부산물에 불과한 것이다.

부패방지 시스템의 핵심은 자동 견제 시스템이다. 결재, 기록, 자금출납, 자재출납, 구매를 모두 한 사람의 영향력 하에 두면 부패가 만연하게 된다. 우리 사회에서는 최고경영자가 심복들을 이런 자리에 앉혀왔지만 선진국 감사 교과서의 첫 부분에는 "부정은 심복으로부터"라는 경구가 들어있다. 사람을 믿지 말고 시스템만 믿으라는 뜻이다.

사람과 사람간의 견제, 부서와 부서간의 견제, 장부와 장부간의 견제, 회계자료상호간의 견제, 날자와 날짜간의 견제, 기록과 현물간의 견제, 각종 비율간의 견제, 통계적 추세 분석에 의한 견제 등이 동원된다. 특히 통계 기법은 고급 수학의 매직을 활용하기 때문에 가감승제에 익숙해온 일반인들로서는 감히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문제를 잘 발견해 낼 수 있다. 일반 상식인 들은 가감승제에 의해 기록을 조작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그러한 조작은 통계수학에 의해 자동적으로 발각될 수 있다.

날짜와 날짜간의 견제란 거래가 발생한 바로 그 시점에서 단말기를 두드리게 하는 것이다. 단말기를 두드리는 바로 그 시점에서 기록은 자동적으로 여러 개 부서에 입력되고, 일단 입력된 것은 특별한 절차 없이 다시 고쳐질 수 없도록 하는 것이다.

여러 개 부서에 그 자료가 입력되면 그 부서에서 관리하고 있는 연계 자료와 자동적으로 비교되고, 자료간의 불일치는 금방 "에러" 메시지를 스크린에 띄워주게 된다. 예를 들어 한 달간에 발생했던 거래를 몰아서 기록케 하면 기록이 얼마든지 조작될 수 있다. 그러나 기록이 거래 발생과 동시에 이뤄지도록 하면 자료 조작이 어려워진다.

기업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비리는 구매, 자금, 회계, 자재 부서 등에서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업체선정에 관련한 리베이트 수수행위는 가장 많이 성행하고 있지만 기업은 이에 대해 속수무책이다. 단지 자기가 믿는 사람을 앉혀놓을 뿐이다.

수많은 종류의 수익과 지출을 위한 창구가 널려있다 해도 그 누구도 단돈 100원을 유용할 수 없게 만들 수 있다. 한 군데에서 잘못 기록된 수치는 그 다음 부서에 의해 즉시 발각될 수 있도록 만들 수 있다. 행정량과 결제선을 반 이하로 줄일 수 있다. 의미 없는 결재는 모두 없애 버리고 현장담당자의 재량을 강화할 수 있다.

이렇게 해도 현장담당자의 모든 행동은 회계자료에 의해 매일매일 유리관처럼 투명하게 나타난다. 시스템 중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은 결산과 감사가 일일 단위로 물 흐르듯이 저절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일일감사가 자동화되지 않으면 연간감사는 무의미한 것이다.

시스템은 성악설 즉 자원을 다루는 모든 사원들이 최고의 지능을 가진 도둑일 수 있다는 가정 하에 설계되어져야 하고, 리더십은 성선설에 입각하여 매우 인격적으로 행사돼야 한다. 그러나 한국의 거의 모든 조직에서는 시스템을 엉성하게 짜놓고, 이권 부서와 돈 만지는 부서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을 의심하거나 경원시하고 있다.

불신을 받는 부서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자부심을 잃게되고 사기가 저하되며 심지어는 "이왕 의심받을 바에야 먹고 나 받자"는 식의 반발심까지 유발될 수 있다.

우리 사회 대부분의 시스템은 말단 조직으로 내려가거나, 경리 및 물자관리 등 전문분야로 갈수록 투명성이 약해진다. 투명성이 보장될 수 있는 시스템이 없는 것이다. 그럴 경우에 실무 담당자들이 하는 말은 "이 정도는 믿어 주셔야죠"이다. 그러나 특히 경리와 물자 자료를 처리하는 부서 사람들은 그런 말을 하지 말아야 한다. 모든 것이 "남 보기 좋게" 객관적이면서도 과학적으로 증빙되어져야 한다.

특히 재고관리, 현금관리, 예금관리, 지출관리, 계약관리, 단가관리. 외상매출금관리. 카드판매관리에 대해서는 일일감사를 해야 한다. 특히 외상매출금에는 경리 사고가 잦을 수 있으며 지출, 구매, 계약 담당들의 리베이트 행위는 범 사회적으로 만연돼 있는 부조리이기 때문에 감사활동은 여기에 주안점을 둘 필요가 있다.

현장 및 사업장 단위에서는 원천자료만 제출케 하고 회계자료 및 경영정보를 생산하기 위한 자료의 가공은 모두 회계담당관이 맡도록 한다. 회계 담당관은 기업 전체의 정보 생산공장이며 여기에서 생산된 경영정보는 거꾸로 각급 관리자들에게 전파되어 중간관리자들의 경영성과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이 자료를 생산하는 시대는 지났다.

모든 회계 기록에는 감사 추적이 용이하도록 연결고리가 마련돼야 한다. 자기들끼리만 아는 절차나 표현 방법은 스스로의 투명성을 의심받게 하는 행동이다. 경리와 회계는 소수의 전문가만이 다룰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생활인이면 누구나 다룰 수 있도록 그 절차와 표현 방법이 상식세계로 전환돼야 한다.

모든 회계는 영수증 등 원천자료를 사용해야 하며 매점에서 올려주는 기록이나 대체전표 등을 그대로 믿고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대체전표는 원천 자료를 한 단계 가공했거나 옮겨 적은 것이기 때문에 착오나 오기가 있을 수 있다.

현금과 예금은 분리 통제해야 한다. 금고에 보관돼 있는 현금에 대한 현금 출납부와 은행에 예치된 예금에 대한 예금 출납부는 별도 장부에 의해 기록해야하지만 많은 경리 담당자들은 이를 혼합적으로 취급하고 있어 감사에 어려움을 주고 있다.

매장에서 직접 입금시키는 데 사용되는 예금통장, 외상매출금 회수용 통장, 카드 매출금 회수용 통장들은 별도의 통장으로 분리돼야 하지만 많은 경리 담당자들은 통장 일원화라는 그럴듯한 미명하에 이를 하나의 통장으로 관리하여 감사에 어려움을 주고 있다.

하나의 통장에 여러 개의 입금액이 기록되어 있기 때문에 각각의 입금액이 어느 근
거 서류와 연결되어진 것인지를 추적하려면 많은 시간이 걸린다. 통장에 대한 일일 감사가 불가능하면 연간 감사는 절대로 불가능하다. 따라서 통장은 추적이 가능하도록 세분화하고 일일 감사가 자동적으로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모든 전표에는 일련번호를 부여하고 이를 통제하기 위한 전표관리대장을 록 유지해야 한다. 회계담당은 원천자료의 신빙성을 증진시키기 위한 시스템 개선에 책임을 져야 한다. 자료의 신뢰성은 각 매점의 소관이이라는 피동적인 생각을 가지고는 회계의 발전을 기할 수 없다.

회계자료는 조직체의 신경 시스템이다. 어디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를 진단할 수 있는 자료가 생산돼야 한다. 내부 감사관들은 수입과 지출 재고관리에 대한 일일감사를 실시해야 한다. 이렇듯 정교해야 할 회계 및 경리 시스템이 한국 기업에서는 내부 담당자들에게 일임돼 왔기 때문에 시스템들이 매우 허술하다.

회계의 투명성을 강조하기는 쉬워도 회계가 투명해질 수밖에 없도록 시스템을 만드는 기술은 그리 흔한 기술이 아니다. 한국사회가 선진국들에 비해 많이 뒤떨어져 있는 분야가 바로 이 분야다. 국제 신인도를 위해 외국 공인회계 법인체의 기업감사를 받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감사보다 더욱 더 중요하고 시급한 것은 이들 외국 공인회계 법인체 등에 의뢰하여 현대적인 내부제어 시스템을 설계하는 일이다. 이 내부제어 시스템이 훌륭해야 기업감사 수임료가 내려갈 수 있다.

2000. 5. 21 재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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