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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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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받는 기업인 상

지난 2월1일 SBS 기동취재-2,000에서 기아가 판매한 1톤 짜리 프론티어 디젤 트럭이 집중 조명됐다. 기온이 내려가자 그 트럭은 검은 연기만 자욱하게 내뿜고 시동이 걸리지 않았다. 어느 한 지역에만 해도 그런 애로를 겪고 있는 고객들이 십여 명이나 됐다. 영업소에 여러 번 연락했지만 그들은 형식적으로 나와 연료만 탓하고 돌아갔다. SBS 취재반이 연료를 공인기관에 가져가 조사해보니 연료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기아의 A/S담당에게 전화를 해도 형식적으로 사람만 내보냈다가 시일만 끌고 있다. 드디어 그 지역 고객들이 소비자보호원에 몰려와 집단 소송을 냈다. 그래도 기아 자동차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미루고만 있다. 이러한 영업 행태를 가지고는 앞으로 밀려 닥칠 값싸고 질 좋고 A/S좋은 일본차를 막을 도리가 없어 보인다.

일본 기업들은 1946년도에 거리에 나가 고객들에게 호소했다. "불만 제품에 관용을 베푸는 것은 더 이상 애국도 미덕도 아닙니다. 제발 사소한 불만이라도 제기해 주십시오". 지금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경영인들의 경영능력이다. 그러나 매우 유감스럽게도 우리 한국에는 아직까지 경영인들이 본받아야 할 표상이 없는 것 같다.

일본의 마쓰시타 고노스케 회장과 소니의 아키오모리타 회장은 일본 뿐만 아니라 세계에서도 존경받는 기업인들이다. 고노스케 회장은 가정이 궁핍해서 초등학교 4학년을 중퇴하고 자전거포 점원으로 인생을 시작했으나, 모리타 회장은 전통적으로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가정적 배경은 대조적이었지만 이들은 존경받을 만한 유사점들을 공유하고 있었다.

고노쓰케는 자전거포 점 주인으로부터 물려받은 촛불 대용 램프에서부터 성공을 거두기 시작했다. 그에게는 세 가지의 두드러진 철학이 있었다. 하나는 '품질은 더욱 훌륭하게, 가격은 반값 이하로'라는 품질 철학이었고, 다른 하나는 '정정당당한 방법으로만 기업을 운영하라'는 기업 철학이었으며, 또 다른 하나는 '이윤을 키우려 말고 사람을 키워야 한다'는 인재양성 철학이었다. 이 세 개의 기업 철학은 종업원을 감동시켰고, 바로 그 감동된 마음으로부터 엄청난 에너지가 발휘될 수 있었다.

한때 그의 라이벌이었던 미야모도씨는 일확천금의 달인이었다. 그는 찬스를 빨리 잡아 폭리를 취한 후 또다시 새로운 제품을 찾아나서는 식으로 떼돈을 벌었다. 불과 7년만에 미야모도씨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장사꾼 정신이 기업가 정신을 이길 수 없었다.

이 두 사람이 사람을 보는 눈은 남달랐다. 모리타씨는 이름 없는 한 음악 청년을 후계자로 점찍었고, 고노쓰케는 자기 공장에 와서 기계를 빌려 쓰고 있는 낯선 젊은 청년을 보고 '바로 저 청년'하고 점을 찍었다. 작업에 몰두하는 젊은 이의 모습이 그에게는 선(禪)에 몰두한 도승의 모습으로 보여졌기 때문이었다.

그 청년은 다른 회사에서 일하는 공원이었다. 고노쓰케는 그 청년의 고용주에게 '참으로 훌륭한 기술자를 두었다'고 치하했다. 그러자 그 고용주의 대답은 의외였다. '불만이 많고 시끄러운 녀석'이니 그렇게 탐이나면 데려다 쓰라는 것이었다. 그 청년은 고노쓰케 밑에서 매우 훌륭한 인재로 성장했다.

무엇인가를 추구하는 사람들의 마음 속엔 늘 의문점들이 피어 오른다. 의문점들로 가득 채워진 사람은 스치는 바람에서도 힌트를 얻는다. 뉴톤이 사과 떨어지는 것에서 만유인력 법칙을 발견했듯이, 고노쓰케 회장은 불교 사원을 바라보다가 무릎을 쳤다.

고노스케는 90세 이상을 살았지만 늘 병약했다. 그는 어느날 스님의 간청으로 경치좋은 절간을 찾았다. 한참 어려운 시기인데도 불구하고 절간에 많은 헌금을 봉헌하고 있는 불도들의 모습과 불사를 건설하기 위해 스스로 무거운 짐을 나르는 신도들의 모습을 보고 '바로 저것이 경영의 진수'라고 느꼈다.

"저렇듯 헌신할 수 있는 힘이 무엇인가"에 대해 그는 골돌히 생각했다. 그 원동력은 성스러운 목표에 대한 신념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기업의 목표를 이윤극대화와는 거리가 먼 "사원과 고객의 행복"에 두었다.

고객을 속이고, A/S를 외면하고, 밤이면 몰래 오염물질을 방기하고, 남의 기술을 훔쳐서라도 이윤을 남겨야 한다는 이윤극대화 정신은 사원들의 마음을 감동시키기는 커녕 병들게 한다. 이렇게 병든 마음을 가진 사원들은 절대로 기업을 위해 헌신할 수 없다.

사원들에게 신념을 주려면 기업의 목표는 성스러운 것이어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한국기업들은 "단기 이윤 극대화"를 최고의 목표로 삼아왔다. 근로자도 고객도 모두 다 이윤추구의 도구에 불과했다. 이러한 경영주에게 충성하는 근로자는 없다. 이윤만을 좇는 경영주들은 얼마간의 돈은 벌 수 있겠지만 인생을 어떻게 살고 있느냐에 대해서는 답할 수 없을 것이다.

2000. 5. 21 재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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