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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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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질 마인드

지난 30여년간 의식개혁을 외쳐왔다. 의식개혁을 가장 강도 높게 외친 사람들은 전두환 이후의 대통령들이다. 그들은 스스로를 의식개혁 대상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는 것 같았다. 의식개혁의 대상은 언제나 국민들이었다. 국민들은 이제 목표도 개념도 없는 의식개혁이라는 말에 충분히 식상해 있다.

고통을 분담하자거나 가진자가 양보하라는 식의 의식개혁 운동은 구심력을 가질 수 없다. 이런 요구는 말로 외칠 게 아니라 정책과 제도를 통해 소리 없이 구현해야 할 일이다. 가진자를 양보시키는 일도 고통을 분담하는 일도 국민 개개인은 할 수 없다. 오직 시스템을 통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일선 민원공무원들은 고통분담이라는 의식개혁 운동을 남용했다. 그들이 잘못 처리한 업무 결과로 인해 피해를 입은 국민이 항의하면 그들은 적반하장으로 국민을 공격했다. "당신은 왜 고통을 분담하려 하지 않느냐?".

국제경쟁력이 경제회생의 관건이다. 사회적 품질을 높이고 국민경제의 생산성을 높이고 싶다면 정부는 국민 모두에게 호소해야 한다. [타인]을 [경제전사]로 동일시하도록 계몽하는 일이다.

우리는 길에서나 직장에서 예사로 남의 기분을 상하게 한다. 선진국에 비해 매너가 없기 때문이다. 무심코 던진 말이나 행동이 심지어는 배우자에게도 깊은 상처를 남겨준다. 기분상한 사람들은 연쇄적인 인간접촉에 의해 또 다른 사람들의 기분을 상하게 한다. 이렇게 기분상한 사람들이 만든 제품이나 서비스의 품질이 좋을 수는 없다.

품질의 저하는 곧 생산성의 저하를 의미한다. 품질이 저하될 수록 재 작업량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품질저하 그 자체보다 더 무서운 것은 한국 국민의 마음속에 품질마인드가 자리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품질 마인드가 있는 기업은 불만사항을 호소해오는 고객을 환영한다. 하지만 많은 한국인들은 불만사항을 호소해오는 고객을 적대감으로 대해왔다. 이러한 자세 로 인해 한국 제품은 국제시장에서 점점 몰려나고 있다. 외국인은커녕 한국인들까지 등을 돌리게 했다.

한국제품이 국제경쟁력을 가지려면 모든 국민의 마음속에 "1등 품질"에 대한 열망이 자리해야 한다. 수십 년간 염색공장을 운영해온 기업이 일본의 바이어에게 지적을 받았다. 과학적 마인드와 품질 마인드가 없기 때문이다. 지적해주는 사람에게 고마워하기보다는 그를 야속하고 까다로운 사람이라고 비난했다. 일본 바이어의 등을 돌려세운 것이다.

인조 실크로 핸드백을 만드는 소기업이 있었다. 작업 과정을 잠시 들어다 본 일본 바이어가 확대경을 가지고 제품에 섬유가루가 튀어 있는 것을 보여줬다. 재봉틀 몸체를 튼튼하게 고정시켜 바느질할 때 진동이 생기지 않게 하고, 작업대를 자주 청소해주면 좋은 품질을 만들 수 있다고 가르쳐 주었다. 이 일본인에게 고맙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치사하고 좀스럽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일본인도 등을 돌렸다.

"좀 가르쳐 주시겠습니까", "고맙습니다", "죄송합니다". 일본인들이 입버릇처럼 쓰는 말이다. 한국인들은 유난히 자존심을 상해한다. 이로 인해 한국인들은 개인과 개인간에 그리고 새로운 것에 담을 쌓는 버릇을 키워왔다.

이 페쇄성 때문에 한국인들은 국제 비즈니스 계에서 "아는 체 하지만 아직 멀은 사람들"이라는 트레이드마크를 얻었다. "아는 체하는 병", "있는 체 하는 병"을 고치지 않으면 한국인들은 이웃이나 세계인들로부터 영영 배우지 못할 것이다.

2000. 8.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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