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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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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영

냉전체제 이후의 가장 큰 변화는 가치관의 변화였다. 냉전 이전의 최고 가치는 이데오르기였다. 공산주의자가 민주주의 사회에 가면 죽여도 됐다. 다른 가치는 이데오르기라는 최고의 가치에 의해 희생되고 양보됐다.

냉전 이후의 최고 가치는 "삶의 질"이다. 이는 다시 "사람위에 사람없다"는 평등의식으로 표현됐다. 예전엔 경영자와 근로자가 계급관계에 있었다. 냉전이 무너지면서 평등한 협력관계로 발전했다. 최근엔 그 정도가 지나쳐 근로자가 경영자를 지배하고 있다. 노조가 정치 세력화되고, 노동을 독점하여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는 것이다.

근로자는 작업방법 혁신에 대해, 경영진은 시스템 혁신과 문화창달에 대해 각기 역할이 분담돼야 한다. 그러나 한국의 경영자들은 전문 경영자라기보다는 재벌 오너의 머슴이요 오너의 호위병이기를 자처해 근로자와 국민 모두로부터 신뢰를 잃어온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근로자들도 "네가 나보다 잘난 게 뭐 있느냐, 나도 경영에 참여하자, 인사권도 갖겠다 . . ." 등등의 요구를 하는 것이다. 경영자는 전문가가 아니라 오너의 이익을 대변하는 전위대요, 근로자는 오너의 돈을 더 많이 받아내겠다는 식으로 노사갈등이 치달아 온 것도 사실이다.

선진국의 경우 근로자의 역할은 기업성패의 20%미만을 좌우하고, 나머지 80%이상은 경영진의 몫이다. 경영자는 시스템을 바꿀 수 있지만 근로자는 잘해야 부분만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경영자들은 자기 일은 방치하고 근로자가 열심히 일해주기만 바랬다. 이러한 자세는 하루빨리 바뀌어야 한다. 지금은 근로자의 피땀에 의해서가 아니라 경영진의 역할로 국제경쟁력을 치러야 할 때다. 그 어느 때보다도 경영진의 일선 리더십, 전문 지식이 강조되는 이 시기에 경영진이 사무실에 앉아 근로자의 의식을 탓하고 있어서는 안된다.

경영의 과학화와 근로자의 자기실현 동기가 강조돼야 할 이 시기에 정서적 "신바람"에서 근로자를 독려하려 해서도 안 된다. 열심히 일하면 일할수록, 근로자당 생산성이 향상되면 될수록 이윤이 낮아지는 경우는 얼마든지 있다. 열심히 노력하는 것은 좋다. 그러나 그 "열심"의 대부분은 "일하는 방법"을 바꾸는 데 지향돼야 한다.

의식은 시스템의 산물이다. 의식을 개혁하려면 시스템부터 개혁해야 한다. 의식개혁을 통해 선진국이 된 나라는 없다. 우리는 사람들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못마땅해 하기는 했어도 그 행동들을 유발시킨 시스템에 착안해본 적은 별로 없다.

시스템이라는 말은 한국인에게 생소하지만 시스템 개념은 그 어느 민족보다도 한국인의 의식 속에 가장 많이 용해되어져 있다. 몸이 아플 때 한국인은 한방요법에 의존해 왔다. 한방요법은 인체의 시스템을 이용한 근본치유 요법이다. 한국인은 신체상의 병리현상을 치료하는 데에는 시스템적 접근방법을 취해왔다. 그러나 사회적 병리 현상을 치료하는 데에는 그렇지 못했다.

이제까지 우리에게 익숙해져온 경영학은 개념위주의 재래식 학문이었다. 그러나 시스템 학문은 경영을 과학적으로 접근하는 신경영학이다. 한국의 많은 경영인들은 아직도 재래식 경영학이 제공해온 이현령 비현령식의 해답없는 이론에 물들어 왔다. 그들은 많은 문제를 나열하고 많은 경험과 착안점들을 내세우고 있으나 이들을 시스템적으로 엮어 문제에 대한 최적해를 만들어 낼 줄은 몰랐다.

그러나 수학모델과 컴퓨터를 도구로 하고있는 시스템 분석인들은 문제에 대한 해답을 구체적인 행동계획으로 제시해낸다. 최고 경영자의 철학은 구체적인 행동으로 전환될 때에만 의미가 있다. 시스템분석가들은 경영자의 철학적 스펙을 행동 스펙으로 전환해주는 매직을 가지고 있다. 이들의 역할이 없는 한국사회에서는 "철학따로 현실따로"의 모습이 지금도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시스템이라는 말은 두가지 개념으로 사용되고 있다. 하나는 [시스템 황무지] 한국사회에 시스템을 심자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문제를 풀 때에 직관이나 흑백논리에 의존하지 말고 시스템적 접근방법을 활용하자는 것이다.

200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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