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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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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에 한방요법 도입하라

배가 아파서 침을 맞으러 갔더니 침할머니는 배와는 관계없는 손과 발에 침을 놓았다. 아픈 배를 고쳐주는 데 인체 시스템을 이용했던 것이었다. 그러나 우리 나라 대통령, 국회의원, 국무총리 및 장관, 공무원 그리고 기업체 경영진들은 조직의 병리현상을 고치는 데 있어 침할머니가 가지고 있는 지혜를 갖지 못했다.

몸이 아플 때 한국인들은 한방요법에 의존해 왔고 서양인들은 양방요법에 의존해 왔다. 한국인들이 알고 있는 한 한방요법은 근본치료 요법이며 양방요법은 부위치료 요법이다. 한국인들은 신체적 병리현상에 대해서는 시스템적 접근 방법을 선택해 왔다. 그러나 사회적 병리현상을 치료하는 데 있어서는 그렇지 못했다.

사회나 기업을 경영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한방요법이 있다. 설계단계에 대한 의식전환이다. 훌륭한 제품을 만들어 내려면 제품 및 공정에 대한 설계가 훌륭해야 한다. 1940년대에 미국에서 가장 훌륭한 과학적 생산방법은 테일러 방법이었다. 당시에는 과학 기술자의 수가 많지 못했고 제품에 내재된 기술이 비교적 단순했기 때문에 소수의 과학 기술자들의 힘만으로도 제품과 공정에 대한 설계를 완벽하게 해낼 수 있었다.

근로자들은 과학기술자들이 정해준 공정별 표준작업방법에 따라 열심히 표준절차만 반복하면 됐으며 경영관리자들은 공장내부에서 생산비를 줄이려는 노력만 하면 되었다. 근로자들이나 경영관리자들은 손 기술은 익히려 했어도 제품 및 공정에 대한 설계는 변경할 수 없는 성역으로 취급했다. 그러나 설계 자체를 개선하는 것이 품질을 향상시키는 데 있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것을 일본인들은 미국인들보다 한발 더 먼저 깨달았다.

일본인들은 품질수명과 운용정비비의 85% 이상이 설계단계에서 운명지어진다는 사실에 착안했다. 따라서 설계단계에는 최고의 두뇌와 최대의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설계단계에 아무리 많은 투자를 한다해도 실제로 투입되는 설계비는 생산비에 비하면 보험료정도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설계를 통한 생산성 향상이 얼마나 높은 것인가에 대해 착안하지 못했다. 그들은 설계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해서 생산단계와 운영유지 단계에서 엄청난 비용을 유발시켰다. 한국인들은 이제까지 설계를 공짜로 얻을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해왔다. 제품 설계는 훔쳐오거나 거저 얻고, 공정 설계는 외국인들이 와서 설치해주는 것으로 알았다.

설계기술이 없는 한국대기업들은 일본부품에 의존했다. 한국 대기업들은 규모만 컸을 뿐 실은 일본 중소기술업체들의 대리판매자들로 전락했다. 한국 대기업들이 부가가치 낮은 단순 조립품을 열심히 판매할 수록 그 이익은 일본의 기술업체들에게 돌아갔다. 한국 대기업들은 한국 국민에게 해외가격의 3-10배에 해당하는 바가지 가격을 부과해 왔다. 한국국민들의 생활비가 대기업을 통해 일본으로 날아가는 것이다.

2000. 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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