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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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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이윤, 미래의 이윤

미국 정부는 국방비를 어떻게 나눌 것인가에 대해 지금도 고민을 한다. “제한된 국방비를 가지고 '현재의 무기'를 사야 하느냐 또는  '미래의 무기를 만들기 위한 생산시설'을 사야 하느냐”(Weapons now or weapons future). 필자는 이런 고민이 모든 기업과 모든 인생에게도 있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세상에 계산 없이 살아가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계산의 단위를 돈으로 삼으면 추하게 보이고, 그 외의 가치로 삼으면 아름다워 보인다. 계산을 짧게 하면 추해보이고 계산을 멀리 하면 안목 있어 보인다. 기업 역시 당장의 이익이냐, 미래의 이익이냐(profit now or profit future)에 대해 자원배분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한국사회에서 오너들에 의해 발탁된 경영인들은 미래이익은 접어두고 단기이익을 많이 내야 오너들로부터 점수를 받는다고 생각한다. 미래 이익을 내놓고 오너를 설득하려면 설명이 복잡하고 자칫 탁상 이론가로 보이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가장 확실한 것은 연간 이윤을 접시에 수북하게 담아 보여주는 것이다. 여기에는 이런저런 긴 말이 필요 없다.

최고경영자가 이윤극대화에 최고의 가치를 부여하면 모든 간부들이 이윤 극대화를 통해 점수를 얻으려 한다. 장기이윤이 아니라 단기이윤이다. 단기에 이윤을 내기 위한 가장 쉬운 방법은 편법이다. 그래서 간부들은 땅 투기 등의 재테크, 정경유착, 독점가격, 중소업체의 영역침해, 탈세 등 온갖 편법들을 동원하게 된다. 기업에 보약이 될 수 있는 교육비를 생략하고, 오 ․ 폐수를 방류하게 된다. A/S를 외면하고, 클레임에 대해 억지를 쓰면서 기업의 이미지를 손상하게 된다. 기업 이미지가 손상되면 미래이익이 생기지 않는다. 근로자도 이윤추구의 도구로 보이고, 고객도 이윤추구의 수단으로 보이게 된다. 이렇게 되면 근로자들이 경영진에 적대적이게 될 것이고, 고객은 차츰 등을 돌리게 되는 것이다.

                                                    이윤에 살지 않은 거부들

1946년부터 미국인 데밍 박사의 영향을 받은 일본 기업들은 어깨에 띠를 두르고 거리에 나가 전단지를 뿌렸다. “불량 제품을 관용하는 것은 애국이 아닙니다. 제발 불만내용을 알려주십시오.” 일본인들이 모셔온 미국의 데밍 박사는 이렇게 말했다. “큰 상품에 하자가 있으면 고객을 거의 빠짐없이 하자와 불만 내용을 제시해 온다. 하지만 작은 상품에 불만이 있으면 사람들은 말없이 등을 돌린다. 말없이 등을 돌리는 고객의 불만이 무엇이지를 반드시 알아야 한다”. 최고 경영자들의 이 엄청난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마케팅 부서가 최고의 인재들로 채워졌다.

빌.게이츠의 말 가운데 중요한 교훈이 들어 있었다. 그는 그의 비지니스가 재미있는 것이 될 것이라는 사실에 대해서는 확신했지만 그렇게 많은 돈을 벌게 해줄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해 본 적이 없다고 했다. 만일 처음부터 그렇게 큰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그는 정상인이 아니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큰돈을 벌겠다고 생각했다면 아마도 그는 초장에 IBM의 제의에 비지니스를 넘겨주었을지 모른다고도 했다. 이렇듯 재미있게 일했을 뿐인데 세계 최고의 부가 굴러왔다는 것이다.   소니의 이부카 회장과 모리타 회장이 젊었을 때에 만났다. 그들은 이 세상에서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녹음기를 만들기 시작했다. 머리카락 같이 가느다란 철사에 녹음하는 일에 몰두했다. 맥카더 사령부에서 확성기 음이 흘러나왔다. 신들린 듯 달려갔다. 창 너머로 녹음기가 돌아가고 있는 것을 처음 보았다. 며칠간을 졸라 그들은 녹음기를 잠시 빌릴 수 있었다. 철사가 아니라 테이프에 녹음돼 있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다. 그들은 질긴 종이를 만드는 업체를 찾아 나섰다. 그러나 질긴 종이는 없고 두꺼운 마분지뿐이었다. 그들은 거기에 자석가루를 바르기 시작했다. 새로운 것을 만들어 보려는 그들의 순수한 집념은 이렇게 무모한 모양으로 시작됐다. 그들이 만든 녹음기는 덩치가 커서 상품가치가 없었다. 큰돈을 벌겠다고 생각했다면 그들은 녹음기를 만들어내지 못했을 것이다. 이렇게 무모하게 도전했기 때문에 그들에겐 기술소화능력이 길러졌다, 그 소화 능력으로 소니사는 미국보다 먼저 트랜지스터 라디오, 워크맨, 비디오 리코더 등을 발명했다. 1957년에 소니사가 손바닥 크기의 소형 라디오를 생산했다. 부로바 중역이 30만개를 주문해 왔다. 라디오에 부로바 상표를 부착해 달라는 조건이었다. 소니의 신화적 인물인 모리타씨는 본국으로 이 사실을 타전했다. 당시 소니사의 형편은 겨우 판자집 신세였다. 이때에 부로바의 제안은 엄청난 횡재이자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것이었다. 본사에서는 "마음이 변하기 전에 빨리 계약하라]고 했다. 하루 밤을 꼬박 새운 모리타씨는 일개 임원의 신분으로 이 제안을 거절해 버렸다. 놀란 쪽은 부로바 중역이었다. "부로바사는 50년 전통을 가진 세계 굴지의 회사입니다. 소니사는 이제 시작한 천막회사가 아닙니까? 소니 제품에 부로바 마크를 넣는 것은 소니에 엄청난 영광이 아닙니까?] 모리타씨가 대답했다. 부로바사도 50년 전에는 소니사처럼 시작했을 것입니다. 부로바가 50년 동안에 지금처럼 훌륭하게 자랐다면 소니사도 50년 후에는 부로바 만큼 자랄 수 있을 것입니다. 소니의 제품은 소니의 이름으로만 팔 것입니다". 그 후 불과 20년 만에 두 회사의 프로필은 완전히 역전되었다. 만일 모리타씨의 머리에 "이윤극대화"정신이 자리하고 있었다면 그는 부로바사의 제안을 받아들였을 것이다. 인생이나 기업이나 큰집으로 시작해야 큰집을 지을 수 있는 것이다.

2000년 8월22일 저녁시간, 조선호텔 그랜드볼륨에서 한.일 벤처 파트너십 포럼이 열렸다. 30세 전후의 젊은 사장들이 성황을 이뤘다. 한국사장, 일본사장이 번갈아 가며 단상에 올라 10분간씩 자기소개를 했다. 3시간이 지나 포럼이 마감됐다. 일본 벤처와 한국 벤처 사이에 현격한 선이 그어졌다. 한국사장들은 하나같이 회사의 규모와 기술을 자랑했고, 일본사장들은 수줍어하면서 정신적 경험을 간증했다. 알고 보니 그 자리에 나온 일본벤처들은 한국벤처와는 상대가 안될 만큼 부자였다. 일본인들은 한 결 같이 정신적 귀족이기를 추구했다는 말을 했고, 한국인들은 물질적 부자가 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자랑했다. 한국인들의 벤처 정신은 두말할 나위 없이 골드러시다. 금광을 발견하여 벼락부자가 되겠다는 꿈이다. 한국사회 전체가 벤처를 그렇게 정의했다.

지난 8.24일자 이코노미스트지에는 재벌의 이익을 대변하던 학자들과의 인터뷰 기사가 실렸다. "이제는 노후를 위해 돈을 벌어야겠다"는 내용이다. 이를 다룬 기자도, 읽는 독자도 그의 뜻을 당연시했을 것이다. 하지만 일본의 젊은 벤처인들은 달랐다. 그들의 말을 들으면 돈을 벌겠다고 나서는 한국인들이 부끄러워진다. 일본 벤처의 정신은 골드러시가 아니라 "자아실현"이다. 정신적 귀족으로서의 프라이드를 위해 가치 있는 일에 몰두하며 자기 식대로 행복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하나같이 돈과 화려함이 행복의 주요 수단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돈을 따라다니는 졸부가 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새로운 것, 사회에 유익한 것을 추구하면서 열심히 살다보니 자기도 모르게 부자가 됐다는 것이다. 빌게이츠가 했던 말을 이들도 반복하고 있었다.

1920년대에 일본 동경에는 두 사람의 대표적인 기업인이 있었다. 마쓰시타고노스케와 미야모도였다. 마쓰시타고노스케는 애국심을 가지고 기업을 했다. 당시 지금의 손전등용 전구와 같은 작은 전구를 만들었다. 촛불대용으로 사용되는 문명의 이기였다. 그 문명의 이기를 가급적 많은 국민들에게 전파하고 싶었다. 가격은 반으로 내리고 제품 수명은 2배로 늘리자는 목표를 세웠다. 모든 사원들이 이에 반대했다. 품질이 올라가면 가격도 올라가야 하지 않느냐는 것이 이유였다. 고노스케가 말했다. “인간의 능력은 무한하다” 그는 스스로 진두에 나서서 일했다. 품질이 오르면 원가가 올라야 한다는 통념이 깨진 것이다. 이를 옆에서 지켜본 미야모도씨가 비웃었다. "비지니스는 자선사업이 아니다. 그렇게 해서 무슨 돈을 버느냐". 후각이 발달한 미야모도는 돈 되는 새 제품을 찾아내 독점권을 확보했다. 바가지 가격으로 일확천금을 벌었다. 그 후 불과 7년 만에 미야모도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러나 마쓰시타고노스케는 비록 초등학교 4학년 중퇴의 학력을 가지고도 오늘날의 송하전기(National, Panasonic)를 이룩해냈고 세계적으로 존경받는 기업인이자 사상가로 입신했다.

GE의 잭.웰치 회장이 CEO들에 항상 강조하는 말이 있었다. “매출액, 이윤 등 그런 숫자에 치중하는 리더는 GE를 떠나라. 가치를 창조하는 리더가 되라. 새로운 지식, 새로운 방법에 목말라하라.”

이상의 간단한 예들을 살펴보면서 필자는 최고경영인들에게 이렇게 건의하고 싶다, “이윤을 목표로 하지 말고 개선을 목표로 하라. 이윤은 개선에 열리는 열매다. 개선을 목표로 하면 장래가 열리겠지만 이윤만을 목표로 하면 미래의 풍성한 열매가 잉태되지 않을 것이다.”

2009.2.27.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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