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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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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은 개인의 능력보다 강하다

시스템으로 일하는 사람은 그가 회사를 경영하든 대군을 지휘하든
또는 모세의 시대에서건 현대의 컴퓨터화된 시대에서건 어떤 경우에서나 성공할 수 있다.
시스템은 지혜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마치 예술가가 불후의 작품을 만들어 가듯이 경영자는 시스템을 조각해 가야한다.

일본이 품질 관리 이론을 배우기 시작한 것은 미국보다 25년 뒤늦게였다. 일본은 미국에서 이론을 배워 갔다. 그러나 지금은 그 미국의 이론을 일본인들이 어떻게 응용했는지에 대해 미국이 일본으로부터 배우고 있다. 일본인들이 머리를 비우고 미국의 이론을 열심히 응용하는 동안 미국인들은 머리를 비우지 못했다.

그들은 과학적 경영 관리의 조상이라고 불리던 테일러(Frederic W.Taylor)방법에 너무 오랫동안 중독돼 왔다. 테일러 생산 방법은 미국에서는 물론 유럽과 소련에서도 바이블로 여겨졌다. 소수의 과학 기술자가 기술 사양과 작업 절차를 개발해서 이를 표준화시키면 근로자는 오직 그 표준화된 작업 절차만 반복하면 되는 것이었다.

지금부터 60여 년 전에는 미국에서도 한 개의 업체가 고용할 수 있는 과학 기술자의 수가 많지 못했다. 근로자의 학업 수준은 잘해야 국민학교 졸업 수준이었다. 그때에는 생활 물자가 원체 딸리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누구든 물건만 만들어 내면 모두 팔렸다.

생활이 궁핍했던 시기였기 때문에 당시의 경영 전략은 대량 생산체제로 생활물자를 값싸게 공급하려는 것이었다. 대량 생산 체제에의한 원가 절감 노력은 이른바 규모의 경제라는 개념을 유행시켰다. 학력수준이 낮았던 당시의 근로자로 대량 생산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테일러 방법이 최고였다.

이는 마치 제2차세계대전시 아프리카 전투에서 영국의 몽고메리 장군이 사용했던 용병 개념과 같은 것이었다. 훈련 수준이 형편없이 낮은 병사로 잘 훈련된 롬멜 장군의 병사를 물리치는 방법은 병사들의 전투 행동을 표준화하는 것이었다. 몽고메리 장군은 병사들의 수준을 먼저 파악했다. 그의 병사들은 기껏해야 정해 주는 참호 속에서 정해주는 방향으로 무턱대고 총만 쏘아 댈 수 있었다.

그 이외의 행동을 이들에게 요구하면 오히려 자체 혼란만 야기할뿐이었다. 몇 사람의 유능한 참모가 각 병사들의 위치와 사격 방향을 설계했다. 그리고 병사들은 사격 명령에 따라 무조건 일러 준 대로만 사격했다. 산업 전선에서 테일러가 창안한 경영 방식과 군사 작전에서 몽고메리 장군이 창안한 용병 방식은 조금도 다른 것이 아니었다.

‘보통 사람들’은 같은 문제를 놓고도 각기 다른 해답을 이끌어 낸다. 그러나 응용 능력과 지혜가 뛰어난 사람들은 각기 다른 문제를 놓고도 같은 해답을 이끌어 낸다. 이들은 모두 시스템 개념으로 문제를 풀기 때문이다. 수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 지금의 한국 사회는 한국의 테일러와 한국의 몽고메리를 애타게 바라고 있는 것이다.

지혜로운 사람은 남의 경험에서 배운다. 그러나 그러지 못하는 사람은 자기 경험에서도 배우지 못한다. 한국인들 모두가 값비싼 자기 경험을 겪었으면서도 아무 것도 배우지 못했다. 배웠다면 한 번 났던 대형사고나 부정 비리가 해마다 반복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많은 이들은 “시대가 다르고 환경과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남의 이론은 우리에게 맞지 않는다는 말을 한다. 그런 반면 새로운 이론이 제시되면 “그거 어느 나라에서 사용하고 있느냐?”고 묻는다. 사람들은 이론을 소화하고 그것을 응용하려는 것보다는 그 이론을 누가 만들었는가에 더 많은 관심을 갖는다. 단지 남 앞에서 유식함을 자랑하려는데 쓰기 위해서다.
이러한 사람은 역사와 남한테 아무 것도 배우지 못한다. 창조력이 정지된 사회,이것이 바로 한국 사회의 모습이다.

품질관리 역사를 통해 우리는 지금의 시대가 시스템의 시대라는 사실을 발견해 내야 한다. 초창기의 품질 이론은 완제품 단계에서 제품의 불량 여부를 판정하는 것을 내용으로 했다. 그 다음 세대의 품질 이론은 전문가들로 하여금 계측기를 들고 매 공정에서 하자 내용을 발견해 내도록 하는 것을 내용으로 했다. 그 다음 세대의 품질 이론은 제품의 설계와 공정 자체를 개선하고 각 작업자들로 하여금 그들 자신의 문제를 독자적으로 발견해 내고 독자적으로 풀어 갈 수 있도록 근로자의 능력을 계발시켜 주는 것을 내용으로 했다.

그러나 지금의 품질 이론은 회사의 각 제품에 대해 검사를 실시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 자체의 품질을 검사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것이다. 회사의 품질 관리 문화와 시스템이 훌륭하면 그로부터 생산되는 모든 제품은 최소한의 품질을 보장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시스템에 대한 국제 표준인 ISO 9000시리즈의 개념이다. ISO 9000은 개념적으로는 가장 앞서 있는 것이지만 현실적으로는 아직 그렇지가 못하다. 그러나 이는 지금이 시스템을 가꿔야만 국제 경쟁에서 살아 남을 수 있는 시대임을 선언하는 것이다.

지만원의 저서 “시스템을 통한 미래 경영”에서 발췌 (199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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