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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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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정신!

연전에 웨스턴 조선 호텔에서 한.일 벤처 사장들의 모임이 있었습니다. 양국에서 각기 10명씩의 벤처 사업가가 번갈아 나가 10분간씩 경험을 발표했습니다. 불과 몇 명이 나가면서부터 한국 벤처인과 일본 벤처인 사이에 선이 그어졌습니다. 한국인들은 자산규모와 기술부터 자랑을 했습니다. 기술과 회사 규모는 과대 포장돼 있는 것 같이 근사하게 들렸습니다. 하지만 거기엔 실패 사례가 없었고 벤처정신이 없었습니다.

반면 일본 벤처인들은 실패했던 경험과 철학부터 말해주었습니다. 각자의 경험은 다르지만 결론은 누구의 것이나 다 일치했습니다. 돈을 벌어보려고 했을 때 실패했고, 창의력으로 일하며 일에 행복을 느낄 때 성공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창조 행위 자체가 인생의 행복이며, 행복을 느끼는 동안 돈이 스스로 불어났다고 말했습니다. 벤처 정신이란 물질적 귀족을 추구하는 게 아니라 정신적 귀족이기를 추구하는 것이라는 게 일본 벤처인들의 한결같은 모토였습니다. 이 벤처 정신에 충실하면 성공할 수 있고, 이 정신에서 일탈하면 반드시 실패한다는 믿음들이 발표됐습니다.

벤처는 돈에서 행복을 느끼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라 창조와 자기 실현과정에서 행복을 느끼기 위해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돈을 벌기 시작하면 창조력이 깨지고 나태해질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이 만든 기업이 돈을 벌어들이고 있을 때, 돈 한푼 받지 않고 남에게 주었다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마치 종교적 간증을 하면서 스스로에 매질을 하고 있는 듯 했습니다. "돈을 추구하지 말고 개선을 추구하라, 개선이 되면 돈은 자연적으로 따르게 돼 있다". 이는 소니의 신화를 창조한 아키오 모리타씨의 말이었습니다. 이처럼 일본 기업 리더들에겐 정신이 있었습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한국인들의 벤처 정서는 골드 러시였습니다. 왕창 벌어 보자는 것이었습니다. 일본사람들이 "이윤 추구" 마인드 자체가 실패의 원인이었다고 토로하는 것을 듣고 있으면서도 한국 벤처인들은 몇 년 후에 얼마만큼의 이익을 낼 수 있다는 식의 발표를 계속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한국 벤처인들의 결과는 매우 비참했습니다. 대부분의 벤처인들은 벤처-브로커들과 결탁하여 포장을 그럴 듯 하게 해서 정부로부터 자금을 뜯어내는 사기집단이었습니다. 공적자금으로 형성된 벤처자금은 사이비 벤처인들, 브로커, 정치인, 정부관료들이 결탁하여 나누어 간 눈먼돈이 되고 말았던 것입니다. 일본의 어린 벤처인들이 들려주고 또 들려주는데도 그 뜻을 알아차리지 못 할 만큼 벤처 정신이 없었던 한국인들의 말로였습니다. “벤처는 사기였다”는 정서가 확산되면서 진짜 벤처인들은 스스로를 벤처라고 말하기조차 꺼려하는 분위기가 되었습니다.

  진정한 의미의 벤처 정신! 물질적인 귀족이 아니라 정신적인 귀족이기를 추구하는 도전 정신, 육질이 좋고 독이 없는 복어를 개발하여 일본시장은 물론 동남아 시장까지 석권해놓고도 그 기업을 다른 사람에게 선뜻 내줄 수 있는 귀족 정신의 이면에는 “나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을 것입니다. 빈손으로 새 출발을 할 수 있다고 믿는 사나이!

육군소위 시절에 보았던 “황야의 무법자” 클린튼이스트우드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생사를 건 마지막 권총 결투에서 얻었던 돈 뭉치를 미련 없이 누군가에 내던지면서 말을 타고 또 다른 어디엔 가로 거침없이 떠나는 모습!

부자는 누구일까요! 타이타닉의 여주인공 로즈양의 약혼자처럼 세계에서 가장 비싼 다이아몬드를 선사할 수 있을 만큼 돈을 많이 가진 사람이 부자일까요, 아니면 그 다이아몬드를 헌신짝처럼 버리고 자신의 목숨까지 바치면서 달려올 수 있게 한 다리 밑 인생 잭.도슨이 부자일까요. 온갖 여인들에게 돈을 뿌리며 사랑을 애걸하는 은행가가 부자일까요, 아니면 그런 여인들의 가슴을 태우게 하면서 돈조차 집어던지고 언제나 어디론가 떠나갈 수 있는 휘파람의 사나이 “황야의 무법자”가 더 부자일까요?

한건 잡아 부자가 되기를 갈망하는 한국의 벤처인들, 룸싸롱에서 돈을 뿌려가며 거리의 여인들에 사랑을 구걸하는 한국의 신흥 졸부들, 외국에 가서 손가락질 받고, 고급 호텔에 가서 조소받는 매너 없는 신흥전주들!

시스템가족 여러분! 오늘도 우리는 이런 천민들이 되지 않고 고고하게 [정신적 귀족]으로 살아가는 것에 대해 절대자에 감사를 드리면서 이제부터는 무엇인가 우리만이 할 수 있는 일, 우리가 해야만 할 일을 찾아야 한다고 봅니다.

                “대안세력”의 창출!

우리나라 정치문화를 일거에 바꿀 수 있는 이 거룩한 일을 누군가는 반드시 해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들의 벤처가 아닐른지요?



                    2003. 6.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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