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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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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한 프리랜서의 이력서 (머리말)

    나의 산책세계를 모아 예쁜 책으로 발간할까 합니다.

                           머리말

  한 점 실바람 속에서 인생의 단면을 상상해 내고, 소설 속의 연약한 주인공을 위해 며칠씩 베개를 적시는 섬세함과 낭만으로 인생을 입히고 가꾸며 한 세상을 자유인으로 살아간 사람들은 그를 사랑했던 가슴속에 많은 것을 남기고 갈 것입니다.

  출세에 최고의 가치를 걸고 매달림의 삶을 살아가는 인생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한 때 아무리 많은 권력을 누렸다 하더라도 심지어는 그에게 충성을 맹세했던 사람들의 가슴 하나 적셔주지 못한 채 늦가을 갈대처럼 쓸쓸히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많은 이들이 somebody가 되려고 하지만 정말로 인생을 아끼는 사람들은 nobody로서의 행복을 음미하며 살아갑니다. 자유와 멋과 낭만이 흐르는 nobody로서의 삶을 가꾸어 갈 때에 우리는 비로소 신선한 향기와 해맑은 즐거움을 선사하는 아름다운 꽃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이러한 꽃이 되고 싶어 프리랜서의 길을 걸었습니다.

20대 초반에 황야의 무법자라는 영화를 보았습니다. 클린트이스트우드가 주연이었습니다. 황야를 울리는 그의 휘파람이 좋았습니다. 거칠 데 없는 자유분방함에 매력을 느꼈습니다. 인습과 통념에 얽매이지 않고 오직 스스로 정한 자기 규율에 따라 행동하는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그런 클린트이스트우드가 부러웠습니다.

  영화 타이타닉을 보았습니다. 거미줄 같은 상류사회 규범에 얽매여 숨막혀하는 로즈의 영혼을, 자유분방한 영혼을 간직하면서 하루하루를 농도 있게 살아가는 잭 도슨이라는 하류사회 청년이 해방시켜주는 감동적인 드라마였습니다. 잭 도슨의 자유분방함이 바로 제가 그리던 삶의 모습이었습니다.

저는 하늘이 웅덩이만큼만 열려있는 강원도 산간마을에서 태어나 육사를 갔습니다. 전방생활, 42개월간의 월남 참전, 국방부 및 고급 사령부 생활, 5년간의 유학생활, 그리고 7년간의 연구소 생활을 끝으로 22년 간의 장교생활을 대령으로 마감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3년간 교수생활을 마친 후 1989년에 돌아와 14년째 프리랜서의 길을 걸어왔습니다.

  사람들은 군대를 창살 없는 감옥으로 표현합니다. 자유가 없는 공간이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군에서도 자유공간을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해야 할 일을 예측하고 그 일들을 남보다 더 잘 하니까 상관들이 저를 신뢰했습니다. 신뢰를 얻고 나니 자유공간이 확보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저는 언제나 자유공간에서 살아왔습니다.

돈이 있을 때 가장 먼저 사고 싶은 게 있다면 그건 자유입니다. 하지만 자기 기율(self discipline)에 의해 통제되지 않는 자유공간은 사람을 타락시킵니다. 저는 자유의 공간을 [멋]으로 채우려 했습니다. 저를 가꾸는 잣대는 오직 하나 [멋]이었습니다. 이기는 데도 멋이 있어야 하고, 지는 데에도 멋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종교를 믿는 사람도 남이 보지 않으면 남의 것을 훔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멋]을 잣대로 하다보니 그럴 수가 없습니다. 훔치는 것은 절대로 멋쟁이의 삶에 어울릴 수 없었습니다. 저는 인생을 그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좋은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는 일종의 기획이 있어야 했습니다.

생각하는 대로 살아가는 사람이 있는 반면 행동하는 대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생각을 먼저 하면 인생이 가꾸어지지만 행동을 먼저 하면 인생은 망가질 수 있습니다.

저는 [멋]이라는 안경을 쓰고 제가 달려왔던 주변들을 관찰했을 것입니다. 이 책은 사관학교, 전방생활, 월남생활, 미국유학생활, 고급사령부 생활, 연구소 생활 등에서 제가 본 것들을 파노라마 식으로 엮은 인생 기행문입니다.

그래서 꿈과 인생을 가꾸며 살아가는 독자들에게 추억을 반추케 하고 얼마간은 색다른 시각을 드릴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이 책이 호기심 많은 틴에이저들과 청년들에게 젊음을 의미 있게 가꾸어 가고 공부하는 자세와 방법, 인생을 개척하는 자세와 방법을 터득하고, 사물을 의미 있게 보는 시각을 기르는 데 다소의 길잡이가 될 수 있다면 더더욱 보람된 일이 될 것입니다.

                         2003.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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