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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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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인간 공해(1)

  지난 7월부터 충무로5가에 사무실을 빌려 만남의 장소도 만들었고, 매주 목요일마다 강연을 할
수 있는 지하 공간도 만들었다. 새 레이저 프린터를 기증하신 분도, 강연을 할 때 필요한 마이크
시스템를 기증한 분도 있었다. 사무실과 지하공간은 무료로 얻었다. 독립유공자의 후손인 노 여사
님의 배려였다. 시스템 모임에 하루도 빠짐 없이 나오셔서 자상하게 힘을 보태주시는 선배님들도
있었다. 매일같이 책과 테이프 몇 개씩을 가지고 다니면서 그것들을 가장 필요로 하는 사람이 누
구일가를 찾아내 전파하는 열성적인 분도 있다. 모두가 고마운 분들이다.

  그런데 매우 마음을 아프게 하고 실망을 안겨주는 사람들도 있다. 구체적인 행동은 생략하지만
한동안 이상한 행동으로 모임의 품위를 저하시키고 주위 사람들을 피곤하게 만드는 사람도 있었
다. 시스템사회운동본부 사무실 전화번호와 주소를 자기 개인 명함에 새겨 넣고 돌리는 사람도
있었다.

  정말로 기막힌 일은 1년 전부터 시스템클럽 오프라인 미팅이라면 단 한번도 빠지지 않고 열성
적으로 나와 반공정신과 반공지식을 해박할 정도로 피력하는 50대 남성이 있었다.

  충무로 사무실을 열자 그는 가장 열성적으로 사무실에 나왔다. 그런데 나도 모르게 비싸게 만
든 "대한민국"이라는 책자와 테이프를 한 아름씩 가지고 나갔다 한다. 지하 강연실에 보관해둔 책
과 테이프는 목요강좌에 오시는 분들과 사무실을 방문하시는 분들을 위해 보관했던 것들이었다.
그런데 그 50대는 나의 허락도 없이 두 달간에 그 책들을 거의 모두 가져갔다. 이를 수상하게 여
긴 건물주 여사님이 내게 전화를 걸어 그 사실을 귀띔해 주었다. 나는 여사님께 부탁했다. "절대
로 가져가지 못하게 해 달라"고.

  그래도 계속해서 가져갔다 한다. 여사님으로부터 SOS가 날아왔다. 나는 "수고스러우시지만 책
과 테이프를 여사님만 아는 곳에 숨겨 놓아달라"고 부탁했다. 그제는 여사님의 만류를 뿌리치고
한 박스를 가져갔다고 한다. 여사님은 "다시는 사무실에 오지 말라"며 싫은 소리를 하셨다 한다.
그런데 어제도 또 가질러 왔다 한다. 어제는 더 심한 말로 꾸짖어 내보냈다 한다.

  여사님은 그 동안 여러 번 "한꺼번에 많이 가져가지 말라"고 타일렀다 한다. 그때마다 그는 "하
느님의 계시가 있어서 가져간다"고 큰 소리를 쳤다 한다. "지박사가 전화를 걸어달라고 하니 전화
좀 해보라요" 하고 말씀 하셨더니 "전화가 도청돼서 전화를 할 수 없다"고 대답했다 한다. 그리고
그는 틈만 있으면 "사무총장은 2중 간첩이다", "지박사도 못 믿을 사람이다"라는 말을 했다 한다.

  시스템 모임에 열성적이신 어른 한 분이 계신다. 그는 그 어른이 속초에 가 계시는데 급한 일
이 있다며 속초에까지 찾아갔다 한다. 그리고 하는 말이 "돈 좀 달라"고 했다 한다. 얼마의 돈을
주셨다 한다. 거기에 더해 그는 사무총장과 나를 헐뜯었다 한다.

  그는 또 어느 분이 "지박사에게 전해달라"는 금일봉을 중간에 가로챘다. 여사님이 책을 감추자
그는 또 속초에까지 찾아가 도움을 받았던 그 어른을 찾아가 "여사님이 선생님 말씀이라면 믿으니
제게 책과 테이프를 더 주라고 말씀해 주세요"라고 부탁을 했다 한다.

  그는 그 동안 수천 개의 책과 테이프를 허락도 없이 가져갔다. 그렇게 열성적으로 가져간 이유
는 하느님의 계시가 있어서가 아니라 사적으로 돈을 얻어내는 데 사용하지 않았는가 싶다.

  나는 아직 그가 어디에서 왔고, 어디에 사는지 전화번호조차 모른다. 그는 한동안 이름조차 밝
히기를 거부했었다. 한번은 나의 아파트 주소를 꼬치꼬치 물어서 언짢은 적도 있었다.

  이런 류의 소위 "안보 브로커"들은 최근 여러 곳에서 눈에 띈다. 최근 시중에는 '안보상업주의
"라는 말이 있다. MBC등이 조선일보를 두고 하는 말이었다. 이와는 차원이 좀 다르긴 하지만 이
런 안보브로커들이 번성한다면 안보운동 단체 모두가 불신을 받을 수 있다. 내가 알던 어느
안보 브로커는 남이 이룩한 업적과 남의 이름을 팔아 모 기업으로부터 수천만원을 받아다
착복을 했다 한다.

사무실을 열고, 사무실을 지키지 못하니까 이런 류의 사람들이 생기지 않는가 생각해 본다. 역시
나는 글이나 쓰고 사는 프리랜서여야 인간공해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것 같다. 안보운동을 하
기 전까지 나는 인간공해로부터 참으로 자유로웠으며 마음의 여유가 있고, 유머가 있고, 행복했었
다. 하지만 잠시 안보 일선에 나서고 보니 인간공해가 만만치 않았다. 다시 글만 쓰고 사는 생활
로 환원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여기에는 창설멤버로서 약 한 달간 몸을 담았던 '자유수호국민운
동'에서 겪었던 인간공해가 한몫 했다.

               2002. 8.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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