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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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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동냥 공부: “스학을 잘해, 알았어? 스학을!”

저는 사방이 높은 산으로 둘러 쌓인 산간 마을에 살았습니다. 산이 너무 높아  손바닥만하게 뚫린 호수 같은 하늘을 머리에 이고 살았습니다. 시골학교 반에는 이미 출가해서 아이를 둔 농부도 있었고, 형수와 동갑인 누나 같은 여학생들도 다수 있었습니다. 아마 지금 만난다면 모두가 할아버지요 할머니일 것입니다. 이들 중에는 불과 일곱 살짜리 어린 꼬마들도 끼어 있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세 명이 꼬마가 거의 무의식적으로 같이 몰려 다녔다는 사실입니다. 3명의 꼬마들 중에는 아버지가 수학을 잘 하고, 수학을 강조하는 분이 계셨습니다. 제 집에는 형들도 아버지도 학교를 다녀 본 적이 없어 저는 동네 형들의 귀여움 속에 형들이 가르쳐 주는 대로 공부라는 걸 따라 했습니다. 당시 어머니와 아버지는 뜻하지 않게 늦둥이를 두셨기 때문에 제가 하는 공부는 언제나 경이롭고, 기적 같은 것이었습니다.

세 어린 학생은 젊은 아버지를 둔 한 학생의 덕을 톡톡히 보았습니다. 학교가 파하면 의례 그 친구의 아버지한테 갔습니다. 그 때는 친구라는 말보다는 동무라는 말이 통했습니다. 그런데 그 ‘동무’라는 말이 6.25가 나면서 싫어졌습니다. 인민군이 들어오면서 마을에서 천대받던 사람들이 붉은 완장을 차고 다니면서 “어머이 동무”, “아버이 동무”, 이런 말을 유행시켯습니다. 그 다음부터는 “동무”라는 말이 싫어졌습니다.

여튼 친구 아버지는 늘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야, 이 놈들아 스학을 잘 해야 해, 스학을! 알았어?”. 꼬마들은 “수학‘이라는 말 대신 ”스학“이라고 말씀하시는 친구 아버지를 장난의 대상으로 삼을 때가 많았습니다. 우리끼리 노력하다가 문제가 안 풀리면 서로 다른 친구들의 머리를 쥐어박았습니다. ”야, 임마, 스학을 잘 해야지, 스학을!",

친구의 아버지가 기본을 설명하고 몇 개의 문제를 내주면 언제나 제가 버릇없이 쪼르르 먼저 풀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친구의 아버지는 친구의 머리를 쥐어박으면서 화를 냈습니다. 친구가 저보다 문제를 잘 풀지 못해서였습니다. 저는 문제를 빨리 잘 풀면 칭찬을 받겠거니. . 했는데 친구 아버지는 제가 좀 싫은 듯 했습니다. 저는 친구 아버지가 왜 저를 반기지 않는가를 몰랐습니다. 그런데 오늘, 집사람과 맥주 한 잔을 하면서 우연히 옛날 이야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집사람 말이 이랬습니다. “나래도 싫지요”. 자기 아들보다 동냥으로 공부하는 제가 더 잘하니 그 속이 어떠했겠느냐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아직 50 여 년 전의 그 꼬마들을 만나 본 적이 없습니다. 시골 고향에 가면 아마도 만나겠지요. 만나는 순간이면 아마도 “야, 임마, 스학을 잘해야지, 스학을! 알았어?”, 이렇게 말하면서 악수를 할 것입니다. 그 아버지는 한참 전에 돌아 가셨답니다. 이제 그 친구들이 보고 싶어 집니다. 형님 같던 남학생들, 누나 같던 여학생들,  다시 한번 만나보고 싶습니다.

    2003. 5..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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